발행일: 2026-08-29 06:12 (토) 08.29 (토)
균열의 동맹, 이란 전쟁이 드러낸 나토의 한계와 ‘미국 없는 질…

균열의 동맹, 이란 전쟁이 드러낸 나토의 한계와 ‘미국 없는 질서’의 그림자

3줄 요약
  •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중동에서 시작된 전쟁이 대서양을 건너 유럽의 정치 지형까지 흔들고 있다.
  • 이란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 한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Israel을 중심으로 전개된 군사 작전에 대해 유럽 주요국들이 잇따라 선을 긋기 시작했다.
  • 기지 사용 거부, 영공 통제, 방공 전력 이동 거절까지 전통적 동맹 관계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움직임이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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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중동에서 시작된 전쟁이 대서양을 건너 유럽의 정치 지형까지 흔들고 있다. 이란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 한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Israel을 중심으로 전개된 군사 작전에 대해 유럽 주요국들이 잇따라 선을 긋기 시작했다.

기지 사용 거부, 영공 통제, 방공 전력 이동 거절까지 전통적 동맹 관계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움직임이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나토(NATO)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77년간 유지돼 온 대서양 동맹이 더 이상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동맹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결속력과 신뢰는 눈에 띄게 약화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외교 갈등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누가, 언제, 왜 함께 싸우는가’라는 동맹의 근본 원칙을 다시 묻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집단적 대응과 유럽이 선택한 제한적 참여 사이의 간극이 커지면서 나토는 지금 존재 이유 자체를 시험받고 있다. 그리고 그 균열은 단지 전쟁의 부산물이 아니라, 새로운 국제 질서의 전조일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함께 싸운다’는 약속의 붕괴

유럽의 선 긋기, 동맹의 균열이 드러나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럽의 태도는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신중한 거리두기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거부’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실제 군사 협력의 중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는 미국의 시칠리아 공군기지 사용 요청을 거부했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협정 범위 밖이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전쟁 개입을 피하려는 정치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특히 멜로니 총리가 그동안 친미 성향을 보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동맹 내부의 균열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폴란드 역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 카미시(Władysław Kosiniak Kamysz)국방장관은 자국의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중동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거부하며 자국 영공과 동부 전선 방어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는 러시아 위협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이 ‘자국 안보 우선’ 원칙으로 돌아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Pedro Sánchez 총리가 이끄는 스페인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군 전투기의 영공 진입 자체를 금지했다. 이는 사실상 전쟁 지원을 전면 차단한 조치로 유럽 내에서도 가장 강경한 비개입 신호로 해석된다.

이처럼 유럽 주요국들이 일제히 군사 협력에 선을 긋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동맹이기 때문에 자동으로 참여한다’라는 기존 질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집단적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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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집단방위’의 균열, 나토의 존재 이유가 흔들리다

이러한 변화는 NATO의 근간을 흔든다. 나토는 애초에 ‘하나가 공격받으면 모두가 대응한다’라는 집단방위 원칙 위에 세워진 조직이다. 그러나 이번 이란 전쟁에서는 그 원칙이 명확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 전쟁이 과연 ‘나토의 전쟁인가’라는 질문이다. 유럽은 이를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택적 군사 행동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자동 개입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동맹의 지지와 참여를 당연한 전제로 요구하고 있다. 이 인식의 차이가 바로 현재 갈등의 본질이다.

이 지점에서 나토는 딜레마에 빠진다.

만약 동맹국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면, 나토는 더 이상 ‘집단방위 체제’가 아니라 ‘선택적 협력 네트워크’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미국이 동맹의 협조를 강하게 압박할 경우, 내부 반발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의견 충돌이 아니다.

그것은 나토가 유지되어 온 전제, 즉 ‘자동적 연대’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 사건이다. 그리고 그 균열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동맹의 구조 자체를 흔들기 시작하고 있다.

동맹인가 거래인가: 미국과 유럽, 서로 다른 전쟁

‘전략 없는 전쟁’이라는 유럽의 의심

유럽이 이번 이란 전쟁에 대해 가장 강하게 제기하는 문제는 단순한 참여 여부가 아니다. 그것은 전쟁 자체의 정당성과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다.

동맹이라면 함께 싸울 수는 있다. 그러나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전쟁에까지 동참해야 하는가에 대해 유럽은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가 “전략이 존재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쟁 초기에는 일정 부분 미국을 지지했던 유럽 중심국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회의론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전쟁의 목표와 종료 조건이 불분명하다는 구조적 불신의 표현이다.

유럽에 이번 전쟁은 ‘공동 방어’가 아니라 ‘사전 협의 없이 시작된 선택적 개입’에 가깝다. 즉, 동맹이 함께 결정한 전쟁이 아니라 특정 국가의 판단에 따라 시작된 충돌이라는 인식이다.

이 인식이 자리 잡는 순간, 참여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으로 바뀐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동맹의 성격을 바꾸기 시작한다. 더 이상 ‘같이 싸워야 한다’라는 당위보다 ‘왜 싸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는 한, 유럽의 거리두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동맹의 거래화, 트럼프식 질서의 충돌

이러한 균열을 더욱 확대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인식이다. 그는 동맹을 가치와 원칙의 결합이 아니라, 기여와 보상의 교환 관계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발언 “우리를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도 도와주지 않는다”라는 말은 그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같은 접근은 NATO의 전통적 구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나토는 애초에 상호 방어를 전제로 한 ‘조건 없는 연대’를 기반으로 형성된 조직이다. 그러나 동맹을 거래 관계로 재정의하는 순간, 그 전제는 무너진다.

방어는 더 이상 자동으로 제공되지 않고, 각국의 기여도와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조건부 서비스’로 변하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의 발언 역시 같은 맥락을 강화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과 피트 헥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이 나토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단순한 압박이 아니라 기존 동맹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결국 지금 벌어지고 있는 충돌은 전쟁 참여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아니다. 그것은 동맹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가치 공동체’와 ‘이익 계약’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충돌이 해결되지 않는 한 나토는 하나의 조직으로 남아 있더라도 그 의미는 이전과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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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대서양 질서의 분기점: ‘미국 없는 유럽’은 가능한가

균열을 넘어 재편으로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이란 전쟁을 계기로 드러난 균열은 일시적 갈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이는 오랫동안 잠재되어 있던 구조적 변화 즉,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이 표면으로 떠오른 사건에 가깝다.

미국에 의존해 온 안보 체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군사·외교 역량을 구축하려는 흐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유럽 내부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지속해 제기돼 왔다.

나토라는 틀 안에 머무르되, 필요할 경우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전쟁에서 나타난 각국의 대응으로 기지 사용 거부, 무기 이동 제한, 영공 통제는 이러한 구상이 단순한 담론이 아니라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러시아와 직접 맞닿아 있는 동유럽 국가들조차 중동 전쟁 개입에는 선을 긋고 자국 방어에 집중하는 모습은 중요한 변화를 시사한다.

이는 안보 위협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재정의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미국의 전략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 흐름이 강화될 경우, NATO는 하나의 통합된 군사 동맹이라기보다, 느슨하게 결합한 협력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형식은 유지되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탈동맹’의 그림자, 새로운 국제 질서의 전조

이러한 변화의 끝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놓여 있다. 만약 미국이 동맹의 의무를 조건부로 재정의하고 유럽이 선택적 참여를 지속한다면, 과연 대서양 동맹은 이전과 같은 의미로 존재할 수 있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나토 탈퇴 가능성은 단순한 압박 수단을 넘어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실제 탈퇴 여부와 관계없이 그 가능성 자체가 동맹의 신뢰를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맹이란 ‘언제든 깨질 수 있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안정적인 안보 장치로 기능하기 어렵다.이 지점에서 세계 질서는 새로운 분기점에 서게 된다.

미국 중심의 단일 질서가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유럽을 포함한 여러 권역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다극 체제로 전환될 것인지가 결정되는 순간이다. 이란 전쟁은 그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하나로 수렴된다. 그것은 전쟁의 결과가 아니라 그 전쟁을 둘러싼 ‘동맹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변화가 완성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하나의 서방 진영을 보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여러 개의 ‘서방’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 앞에 서 있다.

동맹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 예전의 동맹도 아니다

이란 전쟁이 드러낸 것은 단순한 군사 충돌의 확장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유지되어 온 대서양 동맹의 작동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함께 싸우는 것을 전제로 했던 구조는 이제 조건과 선택, 그리고 이해관계 위에서 다시 정의되고 있다. 도널드 대통령이 제기한 나토 탈퇴 가능성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동맹을 바라보는 미국의 인식이 이미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동시에 유럽 역시 무조건적인 참여 대신 자국의 안보와 경제,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선택적 대응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로써 나토는 더 이상 자동으로 작동하는 집단방위 체제가 아니라, 각국의 이해가 교차하는 ‘조정된 연대’로 변하고 있다. 형식은 유지되지만, 그 내부의 결속력과 신뢰는 이전과 같은 수준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동맹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의미는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전쟁이 남기는 가장 큰 질문은 이것이다. 동맹은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해지지 않는 한, 균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균열이 누적되는 순간, 우리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동맹은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던 방식으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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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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