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AI가 아니라 ‘국민의 행동’을 가져간다…SKT·카카오·KT가 시작한 ‘모두의 AI’의 진짜 경쟁
-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정부가 SK텔레콤·카카오·KT를 ‘모두의 AI’ 사업자로 선정하면서 국민 누구나 무료로 AI를 쓰는 시대가 시작된다.
- 그러나 진짜 변화는 챗봇을 무료로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 공공행정과 금융·의료·예약·전화까지 AI가 대신 처리하기 시작하면 경쟁의 중심은 모델 성능보다 국민의 일상과 행동을 누가 연결하느냐로 이동한다.] 정부가 국민 누구나 비용 부담과 이용량 제약 없이 인공지능(AI)을…

정부가 국민 누구나 비용 부담과 이용량 제약 없이 인공지능(AI)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두의 AI’ 사업의 수행기관으로 SK텔레콤과 카카오, KT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일 공모에 참여한 6개 컨소시엄 가운데 이들 3곳을 최종 사업자로 확정했다.
평가에서는 AI 모델과 서비스 경쟁력, GPU 활용계획과 인프라 운영능력뿐 아니라 서비스 편의성과 이용자 확보전략, 품질·안전성, 생태계 기여도까지 종합적으로 검토됐다.
정부는 올해 엔비디아 B200 GPU 512장을 지원하고 2027년부터는 전 국민 서비스 운영비용도 예산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국산 AI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 사업자가 내놓은 계획을 보면 정부가 만들려는 것은 무료 챗GPT의 한국판에 가깝지 않다.
SKT는 전화와 문자, 카카오는 카카오톡, KT는 포털과 통신·미디어를 AI의 입구로 삼고 그 뒤에 공공행정과 금융·의료·모빌리티·쇼핑·교육 같은 실제 서비스를 연결한다.
지금까지 AI가 사람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줬다면 이제는 사용자의 승인을 받아 “그 일을 실제로 하는 단계”로 넘어가려는 것이다.
무료 챗봇이 아니라 ‘행동형 AI’다…질문에서 실행까지 한 번에 연결한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의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에이닷엑스(A.X) K2’ 자체가 아니다.
SKT는 A.X K2를 중심으로 여러 국내 AI 모델과 서비스를 연결해 질문을 이해하고 계획을 세운 뒤 실제 실행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해 연내 정식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공공 영역에서는 정부24와 PASS를 연계해 주민등록표등본 등 증명서 83종을 발급받는 기능을 추진한다.
건강기록에 따라 필요한 진료정보를 제안하고 전화 걸기와 예약 같은 행동까지 AI가 수행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청년이 취업문제를 묻는다면 채용공고를 보여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받을 수 있는 청년정책을 함께 찾아주고 마감일을 관리하며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까지 연결할 수 있다.
소상공인에게는 매출과 비용, 세금정보를 정리하고 신청 가능한 정부지원사업까지 찾아주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 차이는 크다. 기존 AI에서는 사용자가 답변을 얻은 뒤 정부24에 다시 접속하고 병원이나 가게를 찾고 전화를 걸어 예약해야 했다.
행동형 AI에서는 이 과정이 하나의 대화 안으로 들어온다. 정보를 찾는 AI에서 실제 일을 끝내는 AI로 역할이 바뀌는 것이다.
이 순간부터 AI의 경쟁력도 달라진다. 얼마나 어려운 질문에 답할 수 있는지만큼 얼마나 많은 현실의 서비스를 실제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SKT는 전화, 카카오는 카카오톡, KT는 생활채널…AI의 첫 화면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
세 컨소시엄의 경쟁구도도 이 관점에서 보면 명확하다. SKT의 가장 강한 자산은 통신이다. 전화와 문자, 인증과 가입자 기반을 AI에 연결할 수 있다.
새로운 앱을 배우지 않아도 말이나 전화 같은 기존 방식으로 AI를 호출할 수 있다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까지 이용자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더 강력한 일상 접점을 갖고 있다. 카카오 컨소시엄에는 LG유플러스와 LG AI연구원, LG전자, LG CNS를 비롯해 서울대학교병원과 신한은행, 루닛, 자비스앤빌런즈 등 의료·금융·세무 분야 기업과 기관이 참여했다.
카카오의 ‘카나나’와 LG AI연구원의 ‘K-엑사원’을 기반으로 전문 AI 에이전트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의 가장 큰 장점은 국민에게 새로운 AI 사용습관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듯 카카오톡 안에서 AI를 호출하고 필요하면 의료·금융·세무·교육 서비스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KT는 포털과 통신·미디어, 외부 생활서비스의 연결을 앞세운다. 다음 포털과 다나와, 무신사, 직방 같은 파트너 채널에 KT의 통신과 IPTV·미디어 인프라를 연결해 검색과 생활서비스, 공공업무를 하나의 AI 흐름으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세 기업은 AI 모델만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SKT는 전화와 문자, 카카오는 메신저, KT는 포털·통신·미디어와 생활서비스라는 기존 국민 접점을 AI 시대의 관문으로 바꾸려 한다.
이 때문에 ‘모두의 AI’의 진짜 경쟁은 누가 가장 똑똑한 모델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국민이 AI를 처음 만나는 화면과 행동경로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가까워진다.

정부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특징은 비용뿐 아니라 이용량 제한도 없애겠다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에서는 무료와 유료 서비스 사이에 이용횟수와 고성능 모델 접근권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AI가 업무와 학습의 기본 도구가 될수록 이런 차이는 생산성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GPU와 서비스 운영비를 지원하는 이유도 기본적인 AI 접근권을 소득과 관계없이 보장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무료라고 비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가 내지 않는 비용을 정부가 대신 부담하는 것이다. 수천만명이 매일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여기에 음성·영상·검색·에이전트 기능까지 붙으면 GPU와 데이터센터 운영비용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2027년 이후에는 전 국민에게 어느 수준의 AI를 어느 정도까지 무료로 제공할 것인지, 정부 지원을 어디까지 지속할 것인지가 중요한 정책문제가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행동형 AI의 권한이다. 기존 챗봇은 잘못된 답변을 하더라도 사용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AI가 전화를 걸고 병원을 예약하고 증명서를 발급받으며 금융·행정서비스에 연결되기 시작하면 오류가 현실의 결과로 바뀐다.
특히 세금과 복지, 건강정보와 금융정보, 위치와 이동기록까지 하나의 AI 비서 주변으로 모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중요한 기준은 AI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느냐만이 아니다.
어떤 행동은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고, 어떤 행동은 반드시 이용자의 확인과 본인인증을 거쳐야 하는지를 얼마나 명확하게 설계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공공서비스와 금융·의료에서는 특정 서비스나 상품을 어떤 기준으로 먼저 추천하는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AI가 국민과 정부·기업 사이의 관문이 되면 알고리즘의 추천순서 자체가 국민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의 AI’가 생활 인프라로 성장할수록 개인정보 보호뿐 아니라 **알고리즘의 중립성, 실행오류에 대한 책임, 이용자의 최종 결정권**까지 함께 제도화해야 한다.
독파모가 ‘두뇌’를 만든다면 모두의 AI는 ‘손발’을 붙인다…진짜 상대는 글로벌 AI다
‘모두의 AI’는 정부가 별도로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이른바 ‘독파모’ 프로젝트와 함께 봐야 전체 그림이 보인다.
독파모의 핵심 질문은 한국이 얼마나 강한 자체 AI 모델을 만들 수 있느냐다. 모두의 AI가 던지는 질문은 다르다. 그 모델을 국민의 실제 생활 속에서 어떻게 사용하게 만들 것이냐다.
독파모가 한국 AI의 ‘두뇌’를 만드는 사업이라면 모두의 AI는 그 두뇌에 국민과 연결되는 눈과 귀, 손발을 붙이는 사업에 가깝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모델을 만들더라도 국민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산업적 파급력은 제한된다.
반대로 국민의 생활서비스를 장악하더라도 핵심 모델을 해외 기업에 계속 의존한다면 AI 주권이라는 목표는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여러 국내 모델을 상황에 따라 연결하는 구조가 중요해진다. 앞으로의 AI 경쟁에서는 모든 일을 하나의 모델이 가장 잘할 필요가 없다.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가장 적합한 모델과 외부 서비스를 선택하고 실제 행동까지 연결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들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도 여기에 있다. 오픈AI(OpenAI), 구글(Google), 앤트로픽(Anthropic) 같은 글로벌 기업은 모델 성능과 에이전트 기술에서 빠르게 앞서가고 있다.
한국 기업이 단순히 한국어를 조금 더 잘하는 모델로 이들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정부24와 통신망, 본인인증, 병원과 금융기관, 소상공인, 국내 모빌리티와 생활서비스까지 깊게 연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글로벌 AI가 한국 사회의 모든 현실 서비스에 직접 연결되기까지는 제도와 인증, 데이터 접근, 사업자 협력이 필요하다.
반면 국내 통신사와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그 연결망의 상당 부분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 AI의 현실적인 승부처는 모델 성능의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만 가능한 실행력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될 수 있다.
승자는 가장 똑똑한 AI가 아니라 가장 많은 일을 ‘안전하게 끝내는’ AI다
‘모두의 AI’는 겉으로 보면 국민에게 무료 AI를 제공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실제로 시작되는 경쟁은 훨씬 크다.
SKT는 전화와 문자, 카카오는 카카오톡, KT는 포털과 통신·미디어를 이용해 AI가 국민을 만나는 첫 접점을 차지하려 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정부24와 병원, 금융회사, 쇼핑과 모빌리티, 교육과 돌봄 같은 현실의 서비스가 연결된다.
이 구조가 자리 잡으면 국민의 디지털 생활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검색한 뒤 여러 앱과 홈페이지를 직접 이동했다.
앞으로는 **사람이 원하는 결과를 말하면 AI가 필요한 정보를 찾고 서비스를 연결한 뒤 사용자의 승인을 받아 행동까지 수행하는 방식**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 순간 경쟁의 기준은 더 이상 단순한 정답률이 아니다.
국민이 지원금을 찾기 위해 여러 홈페이지를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는지, 고령자가 복잡한 앱을 배우지 않고도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소상공인이 AI에게 말하는 것만으로 세금과 지원정책을 실제 업무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동시에 그 모든 과정이 국민의 명확한 승인 아래 안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정부가 만들려는 것은 무료 챗봇 하나가 아니다.
AI를 국민과 정부·기업·현실 서비스를 연결하는 새로운 생활 인프라로 만드는 시도다. 그래서 ‘모두의 AI’의 최종 승자는 가장 많은 질문에 답하는 기업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말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가장 많은 현실의 서비스를 연결하며, 가장 적은 위험으로 실제 일을 끝내주는 AI가 승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