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9-07 06:32 (월) 09.07 (월)
젤렌스키가 내친 35세 전 국방장관의 반격…우크라이나 전쟁이 ‘…

젤렌스키가 내친 35세 전 국방장관의 반격…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와의 전선’에서 ‘권력의 전선’으로 번진다

3줄 요약
  •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금기 가운데 하나는 전쟁 중의 권력투쟁이었다.
  • 정부를 비판할 수는 있어도 전쟁 수행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지도력을 정면으로 흔드는 정치적 경쟁은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해왔다.
  • 그 질서에 균열을 낸 인물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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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금기 가운데 하나는 전쟁 중의 권력투쟁이었다.

정부를 비판할 수는 있어도 전쟁 수행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지도력을 정면으로 흔드는 정치적 경쟁은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해왔다.

그 질서에 균열을 낸 인물이 등장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우크라이나 국방부를 이끌었던 미하일로 페도로우(Mykhailo Fedorov)다.

페도로우는 25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현재 “점진적으로 서서히 패배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하며 앞으로 몇 달 안에 전세를 바꿀 핵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이 무거운 이유는 단순하다. 정부 밖의 평론가나 야당 정치인이 아니라 올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국방장관으로 실제 전쟁 수행의 핵심부에 있었던 사람이 내놓은 진단이기 때문이다.

페도로우는 우크라이나에 여전히 승리할 “모든 가능성”이 있지만 국가 차원의 통합된 전략과 혁신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정부가 잠재력의 “5% 효율성”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부패와 후견주의, 국가기관의 정치적 독립성 부족을 문제 삼았다.

경질 이후에는 전쟁 중이라도 선거를 실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따라서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 것은 단순한 전직 장관의 불만 표출이 아니다.

러시아와의 전쟁을 누가 더 잘 수행할 수 있는가를 놓고 현직 대통령과 전직 핵심 측근 사이의 정치적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서서히 패배한다”는 말의 표적은 러시아가 아니라 젤렌스키의 전쟁 방식이다

페도로우의 발언 가운데 가장 강한 문장은 역시 우크라이나가 “서서히 패배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이를 우크라이나가 이미 패전 국면에 들어섰다는 객관적 결론으로 받아들이면 그의 주장을 잘못 읽게 된다. 실제 전황은 훨씬 복잡하다.

러시아군은 돈바스 일부 전선에서 계속 압박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병력 부족과 방공체계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반면 러시아군의 영토 확대 속도가 계속 일정하게 빨라지는 것도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과 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의 군수·에너지 시설을 타격하며 후방의 전쟁 비용도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페도로우 자신도 “우크라이나가 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논리는 반대다.

이길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이 있는데 현재의 국가운영 방식 때문에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전쟁의 어려움을 러시아의 병력과 물량, 서방 지원의 한계에만 돌리지 않는다. 국가기관의 비효율, 혁신 부족, 부패와 전략 부재까지 패배 위험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 차이는 정치적으로 크다. 전황에 대한 비판을 곧바로 대통령의 통치능력에 대한 평가로 바꾸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서히 패배한다”는 말의 가장 직접적인 정치적 표적은 러시아가 아니다. 젤렌스키의 방식으로 이 전쟁에서 정말 이길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페도로우의 가장 큰 무기는 비판이 아니라 ‘다른 전쟁 방식’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

페도로우가 일반적인 정치적 경쟁자보다 부담스러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단순히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자신이 국방장관으로 일하며 추진했던 경험을 근거로 다른 방식의 전쟁을 제시한다. 그가 그리는 전선은 기존의 참호전과 다르다.

전선 곳곳을 전자센서로 감시하고 지상·공중 드론을 대규모로 배치해 병사가 직접 노출되는 공간을 최소화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 자율드론과 값싼 요격체계, 우크라이나 자체 장거리 타격 능력을 결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핵심은 단순하다. 병력 대 병력의 전쟁을 기술 대 기술의 전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는 특히 매력적인 논리다.

러시아보다 인구가 훨씬 적은 우크라이나가 장기적인 인력 소모전을 계속하면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러시아와 같은 숫자의 병사를 확보하는 대신 센서·드론·AI를 이용해 한 명의 병사가 담당할 수 있는 전장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페도로우의 정치적 서사는 일반적인 야당 정치인의 것과 다르다. “젤렌스키가 실패했다”는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나는 전쟁을 직접 운영해봤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는 주장이다. 젤렌스키에게 더 부담스러운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적 공격은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전직 국방장관이 실제 국방개혁 경험을 내세워 대안적 전쟁 모델을 제시하기 시작하면 비교가 발생한다. 그리고 정치에서 비교는 경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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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270억달러 대 50억달러…군사전략 싸움이 국가경영 능력 싸움으로 번졌다

충돌은 전쟁 방식에서 끝나지 않는다. 국방예산을 놓고도 두 사람의 주장은 정면으로 엇갈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페도로우가 하반기에 사용할 예산을 앞당겨 집행하면서 국방부에 약 270억달러 규모의 재정 부족을 남겼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페도로우의 설명은 다르다.

자신이 국방부를 떠날 당시 예상했던 연말 부족액은 약 50억달러였으며 조달 입찰에서 발생하는 절감액과 국제지원 등을 이용해 충당할 계획까지 마련돼 있었다고 주장한다.

두 수치의 차이는 너무 크다. 따라서 어느 한쪽의 주장을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적 의미는 이미 분명하다.

논쟁의 질문이 “드론을 얼마나 더 만들 것인가”에서 “누가 전쟁에 들어가는 막대한 국가자원을 더 제대로 관리했는가”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페도로우는 일부 국방부 간부가 방산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임명됐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놓았다. 이 역시 독립적인 검증이 필요한 주장이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질수록 국민에게 가장 민감해지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병사들의 희생과 국민의 세금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가.

이 질문이 커지는 순간 전쟁 수행능력과 국가경영 능력을 분리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페도로우는 자신을 단순한 전직 국방장관이 아니라 더 효율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었던 사람으로 위치시키기 시작한다.

하지만 ‘경질 반대’와 ‘대선 지지’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고 페도로우가 이미 젤렌스키를 위협할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가장 큰 이유는 전시선거 문제다.

페도로우는 장기전 속에서도 민주적 절차를 복원할 합법적이고 안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전쟁 중 선거 실시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논리는 명확하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면 러시아의 침공을 이유로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정치적 경쟁까지 무기한 정지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젤렌스키의 논리도 간단하지 않다. 전쟁 중 선거를 실시하면 정치적 경쟁이 국가를 분열시키고 러시아가 그 틈을 이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실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전선에서 싸우는 군인들의 투표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해외에 피란한 수백만명의 국민은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러시아 점령지역 주민의 투표권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후보자의 선거운동과 투표소의 안전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결국 전시선거는 단순히 민주주의냐 비민주주의냐의 선택이 아니다. 민주적 정당성을 회복하는 것과 전쟁 수행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 사이의 충돌이다.

여기에서 페도로우에게도 한계가 나타난다. 그의 경질에 반대했던 사람 모두가 지금 당장 선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페도로우를 왜 해임했느냐”는 질문과 “페도로우를 위해 지금 대통령 선거를 하자”는 질문은 전혀 다르다.

경질 반대 시위가 그의 국방개혁에 대한 평가라면 대선 지지는 국가 전체를 맡길 정치적 신뢰에 대한 평가다.

둘은 같은 정치적 자산이 아니다. 페도로우 역시 아직 자신의 대선 출마 여부를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따라서 지금 그의 정치적 힘은 ‘차기 대통령’이라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젤렌스키의 전쟁 방식을 실제 경험에 근거해 비교할 수 있는 대안을 가진 전직 국방장관이라는 데서 나온다.

대선보다 먼저 시작된 경쟁…‘누구의 방식으로 러시아를 이길 것인가’

페도로우의 경질 배경을 단순한 정치적 제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방조달 개혁과 군 조직 문제, 예산집행, 군 지휘부와의 관계 등 여러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경질 이후 나타난 결과는 분명하다. 정부 안에 있을 때 페도로우는 젤렌스키 체제의 성공을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고, 전쟁이 시작된 뒤에는 드론과 국방혁신의 상징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정부 밖으로 나온 순간 같은 경력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국방장관 경험이 이제 젤렌스키의 전쟁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정치적 자산이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을 곧바로 젤렌스키 대 페도로우의 대선 경쟁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직 이르다.

그보다 먼저 시작된 경쟁이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의 방식으로 러시아를 이길 것인가.

젤렌스키가 강조하는 것은 전시 단결이다. 정치적 경쟁을 최소화하고 지휘체계와 사회적 결속을 유지해야 러시아의 장기전에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이다.

페도로우는 반대로 묻는다. 전쟁을 이유로 경쟁과 혁신을 억누르고 비효율적인 국가운영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패배를 부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두 사람 가운데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더 이상 피하기 어려운 질문은 분명해지고 있다.

지금의 방식으로 이 전쟁을 이길 수 있는가. 페도로우의 “서서히 패배하고 있다”는 말이 정치적 폭발력을 갖는 이유도 그것이 객관적으로 확정된 전황이어서가 아니다.

불과 한 달 전까지 국방부를 책임졌던 사람이 이제 대통령에게 “당신의 방식으로 정말 이길 수 있느냐”고 묻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는 오랫동안 하나의 전선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러시아와 싸우는 전선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두 번째 전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누가 권력을 차지할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전통적인 권력투쟁과는 조금 다르다.

누가 우크라이나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누가 더 적은 희생으로 러시아와 싸우며 누가 전쟁을 끝낼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벌어지는 ‘전쟁 수행의 정당성 경쟁’이다.

바로 이 의미에서 지금 우크라이나에는 ‘권력의 전선’이 열리고 있다. 그리고 그 전선의 승자를 결정하는 것은 누가 젤렌스키를 더 강하게 비판하느냐가 아닐 것이다.

누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내 방식이라면 이 전쟁의 끝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먼저 만들어내느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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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hyunse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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