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9-14 09:34 (월) 09.14 (월)
[록키의 千字話] 공공기관은 내려갔는데 청년은 왜 떠날까?

[록키의 千字話] 공공기관은 내려갔는데 청년은 왜 떠날까?

3줄 요약
  • 지방이전이 남긴 질문
  • 공공기관 지방이전 후 청년 퇴사 증가,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
  •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일자리만 옮기면 청년도 따라올까?

[록키의 千字話] 『공공기관은 내려갔는데 청년은 왜 떠나는가』

[장르: 사회 | 보조: 경제, 정책]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성적표를 우리는 오랫동안 ‘몇 개’와 ‘몇 명’으로 매겼다. 몇 개 기관이 수도권을 떠났는지, 몇 명의 직원이 내려갔는지, 혁신도시 인구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봤다.

그런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이야기하는 지금, 다른 숫자도 볼 필요가 있다.

**내려간 사람 가운데 몇 명이 3년, 5년 뒤에도 그 지역에 남아 있는가.**

01 서울역, 떠나는 청년의 내일.png

국회예산정책처 등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주요 10개 공공기관을 보면 지방이전 전후 연평균 퇴사자는 68명에서 133명으로 약 두 배 증가했다. 특히 34세 이하 직원은 28명에서 67명으로 2.4배, 근속 9년 이하 직원은 46명에서 102명으로 2.2배 늘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변화 폭이 더 컸다. 2015년 경남 이전 이후 전체 연평균 퇴사자가 93명에서 244명으로 증가했고, 34세 이하 퇴사자는 14명에서 102명으로 약 7.2배 늘었다.

범위를 넓혀도 살펴볼 만한 신호가 나타난다. 원자료에 인용된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2019년까지 이전을 마친 153개 기관 가운데 분석 대상 97개 기관의 평균 퇴사자는 38명에서 60명으로 증가했고, 정원 대비 퇴사자 비율도 이전 전 2.66%에서 이전 후 3.11%로 높아졌다.

01-1 청년이 머무는 역의 선택.png

하지만 여기서 숫자를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퇴사자가 늘었다고 해서 ‘지방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퇴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동안 공공기관의 채용 규모가 달라졌을 수 있고, 민간기업과의 임금 격차, 조직문화, 세대별 직업관 변화, 기관별 경영환경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전 전후 숫자만으로 지방이전과 퇴사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 숫자가 던지는 질문까지 외면할 이유도 없다.

우리가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은 지방이전의 찬반보다 정책 밑바닥에 있었던 하나의 가정이다.

**‘좋은 직장을 지방으로 옮기면 사람도 자연스럽게 정착할 것이다.’**

정말 그럴까?

01-2 서울행, 더 나은 기회를 찾아.png

직장은 삶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삶의 전부는 아니다.

20~30대에게 지역을 선택한다는 것은 회사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배우자가 일할 곳은 있는지, 아플 때 갈 병원은 충분한지, 친구를 만날 수 있는지, 퇴근 후 운동하거나 취미를 즐길 곳은 있는지,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미래를 그릴 수 있는지도 함께 본다. 수도권의 가족과 얼마나 쉽게 오갈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전남의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했던 30세 직원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회사에서 10분 거리의 사택에 살았지만 경기도 본가까지 오가는 데 불편을 겪었고, 여가를 즐기려면 도심까지 상당한 시간을 이동해야 했다고 한다. 그는 결국 서울의 금융회사로 이직했다.

물론 한 사람의 사례를 모든 청년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서울살이 로망’으로 치부한다면 더 중요한 문제를 놓칠 수 있다.

청년이 원하는 것은 반드시 서울이라는 주소가 아니라 **기회와 관계, 경험의 밀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회사와 좋은 사택을 제공했다고 삶 전체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퇴근 후 만날 사람, 주말에 할 일, 배우자의 경력, 문화와 의료, 가족과의 거리까지 연결돼야 비로소 ‘근무하는 곳’이 ‘살아가는 곳’이 된다.

그래서 2차 지방이전의 첫 질문은 어느 기관을 어느 도시로 보낼 것인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좋은 직장을 지방으로 옮기면, 사람의 삶도 따라 내려올 것이라고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01-3 서울 밖에서도 이어지는 배움.png

그리고 한 걸음 더 물어야 한다.

**청년은 왜 그곳을 떠나고, 무엇이 있다면 머물고 싶어질까?**

직장을 옮기는 것은 정책으로 가능하다.

**삶을 옮기는 데는 다른 이유가 필요하다.**

*다음 편: 『청년이 머물고 싶은 지방은 무엇이 다른가』*

💡 이 기사를 15초 이상 읽으면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  포인트 이벤트 2회
🎉
+1P 적립 완료!
읽기 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박형록 기자
parkrock@naver.com
다른기사 보기

0개의 댓글
로그인하면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0 / 400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법률에 의해 제재될 수 있습니다.
⊙ BEST댓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