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의 千字話] 『청년이 머물고 싶은 지방은 무엇이 다른가』
- 청년이 머물고 싶은 지방은 무엇이 다른가?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조건
- 공공기관 지방이전, 집과 직장만으로 청년을 붙잡을 수 있을까
-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성공 조건, ‘이전 인원’보다 중요한 정착의 이유
[록키의 千字話] 『청년이 머물고 싶은 지방은 무엇이 다른가』
[장르: 사회 | 보조: 생활, 정책]
1편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남겼다.
“청년은 왜 그곳을 떠나고, 무엇이 있다면 머물고 싶어질까?”
좋은 직장은 분명 중요한 조건이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출퇴근 시간이 짧다면 그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사람이한 지역에서 5년, 10년을 살아가는 이유를 그것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삶에는 퇴근 이후가 있기 때문이다.
친구를 만나고, 운동하고, 공연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운다. 배우자가 자신의 경력을이어갈 수 있는지, 부모님을 만나러 가기 편한지, 아플 때 믿고 갈 병원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그래서 지방 정착의 문제를
‘직장+주택’에서 ‘삶 전체’로 넓혀서 볼 필요가 있다.
OECD의 지역 인재 관련 연구에서도 지역의 매력은 일자리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주거와 교통, 의료·교육 같은 공공서비스, 디지털 환경, 문화와 여가, 가족·친구와의 관계, 지역사회 참여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우리가 상대적으로 덜 이야기했던 조건이 하나 있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서울에 있어야 성공한다”, “지방근무는 경력에 손해다”, “지방에서는 할 것이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면 좋은 사택과 정착지원금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붙잡기는 어렵다.

반대의 경험도 생각해보자.
퇴근 후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생겼다. 자주 가는 식당과 카페가 생겼다. 주말이면 같이 운동할 친구가 있고, 지역축제에참여한다. 어느 날부터 시장에서 아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내가 참여했던 작은 프로젝트가 동네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그 순간 그곳은 인사발령 때문에 온
‘근무지’에서 ‘나의 지역’으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정착정책도 조금 달라질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은 지방근무가 경력과 승진에서 불이익이라는 인식을 만들지 않도록 제도를 살펴야 한다. 유연근무, 배우자 취업정보, 가족 정착지원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직원이 회사와 사택만 오가는 생활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만날 수 있도록연결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혼자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퇴근 후 탈 버스와 기차를 기관이 만들 수는 없다. 좋은 소아과와 학교, 공연장과 체육시설, 공원과 상권까지 기관이 책임질 수도 없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혁신도시를 ‘공공기관이 모여 있는 업무지구’가 아니라
청년이 하루를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생활권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렇다고 서울에 있는 시설을 하나씩 그대로 복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지역에 이미 있는 자원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러닝과 자전거, 테니스와 풋살, 등산과 낚시, 음악·사진·요리·독서 같은 취미가 있다. 지역의 자연과 음식, 시장과 축제도있다. 이전기관 직원과 지역 대학생, 기업 종사자, 자영업자와 주민이 이런 활동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지역의 자산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다.
청년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행정이 모두 대신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청년을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을 함께 설계하는 사람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무엇을 바꾸면 살기 좋아지는지를 직접 제안하고 예산과 사업 설계에도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2차 지방이전의 성적표도 달라져야 한다.
몇 개 기관을 옮겼는가. 몇 명이 내려왔는가. 아파트를 몇 채 지었는가.
그 숫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3년 뒤 몇 명이 남아 있는가. 가족이 함께 내려왔는가. 배우자는 지역에서 자신의 일을 찾았는가. 지역에서 친구가 생겼는가. 취미와 문화생활을 즐기는가. 그리고 5년 뒤에도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질문도 지방이전 정책의 성과를 판단하는 지표가 되어야 한다.

결국 사람을 지역에 머물게 하는 것은 직장 하나가 아닐 것이다.
직장과 집이 있고, 좋아하는 장소가 생기고, 함께할 사람이 있고, 내가 이 지역의 일부라고 느끼기 시작할 때 비로소 정착이 시작된다.
그래서 2차 지방이전의 성적표에 이런 질문 하나를 추가해보면 어떨까.
“몇 명을 내려보냈는가가 아니라, 몇 명에게 이곳을 ‘나의 지역’이라고 부를 이유를 만들어주었는가?”
그런데 AI 시대가 되면서 여기에는 새로운 질문 하나가 더 생겼다.
좋은 교육과 정보, 자기계발의 기회를 얻기 위해 반드시 수도권에 살아야 했던 시대와 지금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역의 매력’을 계산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좋은 삶을 위해 수도권에 있어야 했던 이유 가운데, 앞으로도 반드시 수도권에 있어야만 하는 것은 얼마나 될까?
다음 편: 『AI 시대, 지방에 산다는 것은 정말 기회가 적다는 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