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9-14 09:34 (월) 09.14 (월)
이재명·마크롱 ‘호르무즈 공조’…한국, 파병 선택의 문턱에 서다

이재명·마크롱 ‘호르무즈 공조’…한국, 파병 선택의 문턱에 서다

3줄 요약
  • UAE 현지조사단 가동…항행의 자유·에너지 안보와 대미동맹, 대이란 관계 사이 고차방정식
  • 항행의 자유 회복 공조 합의했지만 파병은 미결정…국회 동의까지 정치·외교적 변수 산적
  • 세계 핵심 에너지 길목의 안보 위기…군사적 기여 범위 놓고 국내 정치 쟁점으로 확산 가능성

한·프랑스 ‘호르무즈 공조’…한국, 파병 선택의 문턱에 서다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항행의 자유’가 핵심 안보 의제로 부상했다. 같은 시기 국방부가 아랍에미리트(UAE)에 현지조사단을 파견하면서 정부가 실제 군사적 기여를 어느 수준까지 검토할지가 국내 정치·외교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26년 9월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의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이 조속히 회복되도록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대통령실도 양국 정상이 중동 정세를 비롯해 한반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현안을 논의하면서 국제법에 기반한 안정과 안보 문제를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단순한 한·프랑스 양자 외교로만 보기는 어렵다. 핵심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한국의 전략적 선택 문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2-1 한·프랑스 정상의 호르무즈 공조.png

‘공조’와 ‘파병’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우선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항행의 자유를 위한 공조’가 곧 한국군 파병 결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방부는 2026년 9월 8일 UAE에 현지조사단을 파견했다고 확인했다. 조사단은 지난 주말 출국해 현지 정세와 안전 상황, 작전 여건 등을 살펴보고 있으며 조사 결과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보고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조사단 파견이 실제 파병을 전제로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역시 2026년 9월 4일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으며 검토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정부가 **‘파병을 결정했다’가 아니라 ‘군사적·비군사적 선택지를 검토하고 그 판단에 필요한 현장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단계다. 로이터 역시 한국 정부가 현지 안보 환경을 평가하기 위해 조사단을 UAE에 파견했지만 파병에 관한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현지조사단 파견을 곧바로 파병 확정으로 해석하면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현재의 정책 결정 단계보다 앞서 나가게 된다. 반대로 실제 조사단까지 파견한 상황을 단순한 원론적 검토로만 평가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선택 가능한 군사적 기여의 현실성과 위험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해석할 여지는 있다.

왜 호르무즈인가…한국 경제와 직결된 ‘에너지 동맥’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중동의 군사적 요충지가 아니다. 세계 경제,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는 핵심 공급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는 하루 평균 약 2,090만 배럴로 세계 석유류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했다. 당시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유·콘덴세이트의 약 89%가 아시아 시장으로 향했으며 한국도 중국·인도·일본과 함께 주요 도착국이었다.

2-2 호르무즈 해협, 세계 에너지의 길목.png

더 최근의 흐름은 위험성을 한층 선명하게 보여준다. EIA 자료상 호르무즈를 통과한 전체 석유 물량은 2025년 4분기 하루 2,160만 배럴에서 2026년 2분기 490만 배럴로 크게 감소했다. LNG 통과량도 같은 기간 하루 105억 입방피트에서 8억 입방피트로 줄었다.

한국 정부가 항행 안전 문제를 자국과 무관한 해외 분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해협의 장기적인 불안정은 원유와 LNG 수급, 운송비와 보험료, 국내 에너지 가격과 물가를 거쳐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전달될 수 있다.

‘항행의 자유’는 국제법 원칙…군사 개입 방식은 별도 문제

한·프랑스 정상이 강조한 ‘항행의 자유’에도 국제법적 배경이 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 선박과 항공기의 통과통항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제38조는 해당 해협에서 선박과 항공기가 통과통항권을 가진다고 규정하며, 제44조는 해협 연안국이 통과통항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항행의 자유라는 원칙에 동의하는 것과 이를 지키기 위해 한국군을 어느 수준으로 투입할지는 별개의 정책 판단이다.

정부가 실제 파병을 결정한다면 국내 헌법 절차도 넘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60조 제2항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한 동의권을 국회에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파병이 추진된다면 행정부의 판단만으로 최종 확정되는 구조가 아니다.

결국 호르무즈 문제는 외교·안보 현안인 동시에 국회의 판단이 필요한 국내 정치 사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2-3 호르무즈 파병 검토와 국회 동의 절차.png

미국·프랑스와의 공조, 그리고 이란과의 관계

정부가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는 여러 국익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세계 주요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할 경제적 이해가 있다.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과의 안보 협력도 고려해야 한다. 프랑스와의 이번 합의는 호르무즈 문제를 한·미 양자관계의 틀만이 아니라 유럽 주요국과의 다자적 해양안보 협력 차원에서 접근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면 군사적 개입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한국이 중동 분쟁의 한쪽에 가담한다는 인식을 불러올 위험도 커진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한국의 걸프 지역 군사 참여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여기에 국내 여론도 변수다. 로이터가 전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군함 파견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5%로 나타났다. 다만 향후 구체적인 파견 목적과 임무, 위험 수준이 제시되면 여론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단일 조사만으로 국민 전체의 최종 판단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2-4 호르무즈 딜레마와 외교적 균형.png

핵심은 ‘파병 여부’보다 ‘어떤 임무인가’

향후 논쟁의 초점은 단순히 ‘파병 찬성 대 반대’로 좁혀서는 안 된다.

실제 정책 판단에서는 파견 목적과 전력, 작전 지휘체계, 교전 가능성, 활동지역, 파견기간, 장병 보호대책, 비용, 국제법적 근거를 각각 따져야 한다. 항행 안전 지원이나 군수지원과 직접적인 전투 참여는 정치·군사적 위험의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현지조사단의 결과를 토대로 위험도를 먼저 공개하고 군사적 수단이 필요한 이유와 비군사적 대안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파병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단계에 이른다면 여야 역시 정쟁의 관점보다 임무의 필요성·비례성·안전성·종료 조건을 중심으로 검증해야 한다.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나온 ‘호르무즈 항행의 자유 공조’는 방향을 제시한 외교적 합의다. 그러나 그 방향을 한국군의 실제 파견으로 연결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2-5 한국이 지키는 안전한 바다.png

UAE로 향한 현지조사단의 보고서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향후 정부의 선택은 에너지 안보와 글로벌 공급망 보호, 한·미 및 한·프랑스 안보협력뿐 아니라 이란과의 관계, 국내 여론, 국회의 헌법적 통제까지 동시에 시험하게 된다. 호르무즈 문제는 결국 ‘파병할 것인가’라는 단일 질문보다 **한국이 국제안보에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부담할 것인가**라는 더 큰 외교·안보 전략의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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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록 기자
parkroc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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