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9-09 00:18 (수) 09.09 (수)
“공기업 내려갔는데 청년은 왜 떠났나”…2차 지방이전의 진짜 숙…

“공기업 내려갔는데 청년은 왜 떠났나”…2차 지방이전의 진짜 숙제

3줄 요약
  • 주요 10개 기관 청년 퇴사 증가…일자리·교통·문화·여가·지역 소속감까지 ‘정착 정책’으로 바꿔야
  • 혁신도시 정주 만족도 69.4점…기관 복지 넘어 지자체가 ‘퇴근 후의 삶’을 만들어야

[칼럼] 공공기관은 내려갔는데 청년은 왜 떠나는가…지방이전의 성패는 ‘삶’에 달렸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을 평가할 때 우리는 오랫동안 숫자를 먼저 봤다. 몇 개 기관이 수도권을 떠났는지, 몇 명의 직원이 이동했는지, 혁신도시 인구가 얼마나 증가했는지가 성과의 척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질문을 바꿀 때가 됐다. “공공기관이 얼마나 내려갔는가”가 아니라 “내려간 사람들이 왜 그 지역에 계속 살고 싶은가”를 물어야 한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1차 이전의 경험은 중요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업로드된 원자료가 국회예산정책처 등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주요 10개 공공기관의 연평균 퇴사자는 지방이전을 전후해 68명에서 133명으로 약 두 배 증가했다. 특히 34세 이하 직원은 28명에서 67명으로 2.4배, 근속 9년 이하 직원은 46명에서 102명으로 2.2배 늘었다.

1 지방이전 뒤, 떠나는 청년과 빈 터미널.png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2015년 경남으로 이전한 뒤 전체 연평균 퇴사자가 93명에서 244명으로 증가했고, 34세 이하 퇴사자는 14명에서 102명으로 7.2배가 됐다. 근속 9년 이하 퇴사자 역시 28명에서 137명으로 늘었다. 공무원연금공단과 한국농어촌공사 등 다른 이전기관에서도 청년 퇴사 증가가 관찰됐다. 원자료의 기관별 비교표는 이 현상이 특정 기관 한 곳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상을 넓혀도 방향은 비슷하다. 원자료에 인용된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2019년까지 이전을 마친 153개 기관 가운데 97개 기관의 평균 퇴사자는 38명에서 60명으로 증가했고, 정원 대비 퇴사자 비율도 이전 전 2.66%에서 이전 후 3.11%로 상승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다. 퇴사 증가를 모두 지방이전의 결과라고 단정하는 것도 위험하다. 해당 기간 노동시장 상황과 공공기관 채용 규모, 민간기업과의 임금 격차, 조직문화, 세대별 직업관 변화, 기관별 경영환경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을 수 있다. 지방이전 전후의 숫자만으로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청년 직원들의 이탈이 보내는 신호까지 외면해서도 안 된다. 이 현상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지방이전 자체의 옳고 그름보다 ‘좋은 직장을 지방으로 옮기면 청년도 자연스럽게 정착할 것’이라는 정책 가정이 충분했느냐는 데 있다.

일자리는 옮겼지만 ‘퇴근 후의 삶’까지 옮기지는 못했다

2 지방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청년들.png

직장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삶의 전부는 아니다.

20~30대에게 지역을 선택한다는 것은 회사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어디에서 친구를 만나고, 운동하고, 공연과 전시를 즐기며,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울 것인지까지 포함한다. 배우자가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는지, 아플 때 갈 병원이 충분한지, 주말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수도권의 가족과 얼마나 쉽게 왕래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원자료 속 전남의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했던 30세 직원의 사례가 상징적이다. 그는 회사에서 10분 거리의 사택에 살았지만 본가인 경기도까지 오가는 데 불편을 겪었고, 여가를 즐기려면 도심까지 상당한 시간을 이동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서울의 금융회사로 이직했다.

이를 단순히 ‘서울살이 로망’이라고만 해석하면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청년이 원하는 것은 반드시 서울이라는 지명이 아니라 기회와 관계, 경험의 밀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확인한 OECD의 지역 인재 관련 연구도 지역의 매력도를 결정하는 요소를 일자리 하나로 설명하지 않는다. 주거비와 교통, 의료·교육 같은 공공서비스, 디지털 접근성, 문화와 여가,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 등이 함께 작용한다. 결국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있어도 일상을 구성하는 나머지 요소들이 충분하지 않으면 인재를 장기간 붙잡기 어렵다는 의미다.

3 청년이 머무는 혁신도시 이야기.png

문제는 ‘지역에 사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여기에 정책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덜 다뤄진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의 자존감과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다.

여기서 자존감은 심리상담 프로그램 몇 개를 만든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선택한 지역에서도 충분히 좋은 경력을 쌓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문화와 취미를 즐기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확신에 가깝다.

“서울에 있어야 성공한다”, “지방근무는 경력상 손해다”, “지방에서는 할 것이 없다”는 인식이 굳어진다면 높은 급여와 좋은 사택만으로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지역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취미 공동체에 참여하며 지역축제나 스포츠 활동을 즐기고, 자신이 참여한 프로젝트가 동네를 변화시키는 경험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곳은 더 이상 인사발령 때문에 머무르는 ‘근무지’에 그치지 않는다. 친구가 있고 추억이 있고 자신이 기여한 흔적이 있는 ‘나의 지역’이 된다.

앞서 살펴본 OECD 연구가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 가족·친구 관계, 지역사회 참여 등을 청년의 잔류 및 귀환과 관련된 요인으로 다루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지방 정착 정책에는 주택과 교통 같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4 청년이 머무는 지역, 함께 만드는 미래.png

공공기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이유

여기에서 정책 주체의 역할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직원이 지방근무를 경력상의 불이익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인사·승진제도를 점검하고 유연근무를 확대할 수 있다. 배우자의 취업 정보 제공, 가족 정착지원, 지역 동호회 및 사회공헌 활동과 직원의 연결도 가능하다.

하지만 기관의 노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직원이 퇴근한 뒤 탈 버스와 기차를 공공기관이 만들 수는 없다. 지역의 공연장과 체육시설, 좋은 소아과와 학교, 야간상권, 공원과 문화공간까지 기관이 책임질 수도 없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자체는 혁신도시를 ‘공공기관이 모여 있는 업무지역’에서 청년이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생활권으로 바꿔야 한다.

광역교통망만큼 생활교통도 중요하다. 퇴근 후와 주말에도 움직일 수 있도록 버스와 대중교통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공연·전시·스포츠·야간문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빈 상가나 유휴 공공시설을 청년들의 취미·창업·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지역마다 획일적인 ‘청년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러닝과 자전거, 풋살과 테니스, 음악·사진·요리·독서, 지역여행, 봉사활동처럼 청년 스스로 원하는 여가거리를 발견하고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 더 지속가능하다.

공공기관 직원끼리만 어울리게 해서도 안 된다. 지역 대학생과 기업 종사자, 자영업자, 기존 주민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축제 기획단이나 로컬여행 프로젝트, 스포츠리그, 지역문제 해결 프로젝트 등에 이전기관 청년들이 참여한다면 지역사회와의 접점도 넓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청년을 정책의 ‘수혜자’로만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지역을 함께 설계하는 주체로 참여시켜야 한다. 청년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행정이 대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예산과 프로그램 설계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2차 지방이전의 성적표부터 바꾸자

결국 2차 지방이전은 1차 이전과 다른 성적표를 가져야 한다.

이전기관 수, 이전 직원 수, 새로 지은 아파트 수만 집계해서는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3년·5년·10년 뒤 청년 직원 가운데 몇 명이 남았는가. 가족은 함께 내려왔는가. 배우자는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았는가. 직원들은 지역의 문화와 여가를 얼마나 이용하는가. 지역 주민과 관계를 맺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지표를 지속적으로 측정해야 한다.

산업연구원이 분석한 자료를 인용한 원문에서는 1차 이전이 본격화된 2014~2017년에는 해당 지역으로 인구가 순유입됐지만 2023년부터 다시 수도권 순유출이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청년인구의 수도권 비중도 2011년 48.4%에서 최근 56%까지 상승한 것으로 제시됐다.

이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기관을 옮기는 것과 지역의 중력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수도권에는 직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 기업, 병원, 문화시설, 소비시장과 수많은 사람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지방이 수도권과 똑같아질 필요는 없지만 청년에게 수도권과 다른 방식의 매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자연환경과 낮은 주거비, 짧은 출퇴근 시간에 문화와 여가,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공동체 관계가 더해진다면 지방생활은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 아니라 또 하나의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목적은 책상과 직원을 수도권 밖으로 보내는 데 있지 않다. 수도권에 집중된 기회 자체를 전국으로 넓히는 데 있다.

5 청년이 머무는 혁신도시의 미래.png

따라서 2차 이전의 성공 조건은 의외로 단순하다.

좋은 직장을 만들고, 좋은 삶을 가능하게 하며,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것이 자부심이 되게 하는 것.

기관은 좋은 직장을 책임지고, 지방자치단체는 좋은 생활환경을 만들며, 지역사회는 새로 온 사람을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중앙정부는 그 연결을 위한 교통과 교육, 의료, 산업 기반을 뒷받침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지방이전 정책의 질문도 달라질 것이다.

“어느 기관이 지방으로 내려가는가”가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청년들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있는가”로 말이다.

건물을 옮기는 데는 행정명령이 필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머물게 하는 데는 도시의 매력이 필요하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진짜 승부는 바로 거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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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숙 기자
eunsou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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