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한 달만 일하면 평생 연금?” 전수조사 결과는 달랐다
- 119개월 추납 논란의 실체…해당 3명·실제 수급 1명, 정부는 실거주 심사 강화
- 외국인 추납 2023년 530건→2025년 1517건…상호주의·실거주 기준 손질
외국인 국민연금 추납 논란, ‘1개월+119개월’ 뒤에 가려진 진짜 쟁점
전수조사 해보니 해당 사례 3명·실제 수급 1명…외국인 추납 신청은 빠르게 증가
정부, 실거주 심사 시작하고 ‘상호주의’ 확대 추진…국적 아닌 제도 설계가 핵심
외국인이 한국에서 한 달만 일한 뒤 국민연금 보험료 119개월치를 한꺼번에 내고 평생 연금을 받는다는 이른바 ‘1개월+119개월 추납’ 논란이 국민연금 제도 전반의 형평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는 초기 논란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정확히 ‘1개월 가입+119개월 추납’에 해당한 외국인은 3명이었고, 이 가운데 실제 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국내에 계속 거주한 재외동포 1명뿐이었다.
핵심은 ‘한국에 한 달 체류하면 119개월을 돈으로 사서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 추후납부, 이른바 추납은 과거 국민연금 적용 대상이었지만 실직·사업 중단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했거나 법에서 인정하는 적용제외 기간이 있는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나중에 낼 기회를 주는 제도다. 노령연금은 원칙적으로 가입기간 10년, 즉 120개월을 채워야 받을 수 있다. 추납 가능 기간은 현재 최대 119개월이다.
추납은 1999년 도입됐다. 이후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한꺼번에 장기간 보험료를 내 가입기간을 크게 늘리는 문제가 나타났고, 2020년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추납 가능 기간을 10년 미만, 최대 119개월로 제한했다. 애초 취지는 경력 단절과 실직 등으로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끊긴 사람의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논란 키운 숫자…2023년 530건에서 2025년 1517건
논란을 가볍게 볼 수만도 없는 이유는 외국인의 추납 신청 자체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국민연금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추납 신청은 2023년 530건에서 2024년 848건, 2025년 1517건으로 증가했다. 2026년 상반기에도 994건이 접수됐다. 올해 상반기 신청자의 79.7%인 792건은 중국동포였고, 그 밖에 중국 국적자 64건, 미국 47건, 일본 30건, 캐나다 29건 등이었다.
가입기간 12개월 미만인 외국인 연금 수급자도 2021년 15명에서 2026년 상반기 60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평균 1463만5000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월평균 27만1000원의 연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통계 역시 ‘한국에 12개월 미만 거주했다’는 뜻과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실제 가입기간과 국내 체류기간은 별개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이 이번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관계다.
보건복지부가 출입국 기록 등을 토대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1개월 가입 후 119개월 추납’에 정확히 해당한 사례는 3명이었다. 실제 연금을 받고 있는 1명은 119개월의 추납 대상 기간 내내 국내에 거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2명 역시 추납 대상 기간 전체를 국내에서 거주했으며 현재는 연금을 받지 않고 가입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1개월 보험료를 낸 뒤 반환일시금을 반납하고 119개월을 추납한 다른 재외동포 사례에서도 추납 대상 기간 119개월 가운데 116개월을 한국에서 실제 거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128개월을 추납하고 현재 중국에서 조기노령연금을 받는 영주권자 역시 해당 128개월 중 126개월을 국내에서 체류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외국인이 한 달만 한국에 들어왔다가 119개월치를 내고 출국해 평생 한국 연금을 받아 간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정부 조사 결과와 맞지 않는다.
그래도 남은 문제…왜 논란은 커졌나
그렇다고 제도상 허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첫째는 **실거주와 추납 자격을 얼마나 정밀하게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60세 미만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국민연금 적용 대상이지만 체류자격, 상호주의, 사회보장협정 등에 따라 예외가 존재한다.
현행 국민연금법 제126조도 국내 사업장에서 일하거나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원칙적으로 적용 대상으로 두면서 상대국이 한국인에게 이에 상응하는 연금제도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예외를 인정하는 상호주의 구조를 갖고 있다. 즉 외국인 가입 자체는 ‘특혜’라기보다 법률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보험 원칙의 일부다.
둘째는 **가입·추납·수급 단계의 형평성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다. 외국인도 보험료를 실제 납부한 가입자라면 그 기여에 따른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사회보험 원리에 부합한다. 반대로 추납이 단기간에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면 실제 거주와 가입 이력, 추납 인정 기간을 보다 정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셋째는 **국적 문제와 제도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외국인 추납 신청 가운데 특정 국적·재외동포 비중이 높은 것은 정책 분석에 필요한 통계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특정 집단 전체의 ‘연금 악용’으로 확대하면 사실과 다른 혐오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남대 김수완 교수 역시 최근 기고에서 이번 사안의 본질을 국적보다 ‘추납 제도 설계’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납이 사회보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해 가입 사각지대를 줄이는 장치인 만큼 외국인만이 아니라 제도 전체의 비용과 편익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 이미 실거주 심사 착수…추납에도 상호주의 검토
정부 대응도 시작됐다. 보건복지부는 8월 31일부터 외국인이 국민연금 추납을 신청할 경우 실제 국내 거주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 서류를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과 반환일시금 등에 적용되는 상호주의 원칙을 추납에도 적용하기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제도 개선은 세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출입국 기록과 국민연금 가입 기록을 연계해 추납 대상 기간의 실거주 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다음으로 사회보장협정과 상대국 연금제도를 고려해 상호주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국인만 별도로 규제하기보다 내·외국인을 포함한 추납제도 전체에서 단기간의 보험료 납부를 통해 장기 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적절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공단 자료를 보면 반환일시금 역시 모든 외국인에게 동일하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체류자격, 상대국의 제도와 사회보장협정 등에 따라 지급 여부와 조건이 달라진다. 한국 국민의 해외 연금권 보호까지 고려하면 단순히 외국인에 대한 지급을 제한하는 방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는가”…핵심은 국적 아닌 동일한 원칙
이번 논란은 국민연금이 다문화·국제 이동 시대에 맞는 제도를 갖추고 있는지 묻는 계기가 됐다. 외국인 가입자가 증가하면 가입, 반환일시금, 추납, 해외 수급과 사망 확인까지 관리체계 역시 함께 정교해져야 한다.
동시에 정책 논의는 확인된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1개월+119개월’이라는 강렬한 숫자만 보면 광범위한 제도 악용처럼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정부 전수조사에서 정확히 해당한 사례는 3명, 실제 수급자는 1명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추납 대상 기간 대부분 또는 전부를 한국에서 거주했다.
따라서 해법은 외국인 전체를 잠재적 부정수급자로 보는 것도, 반대로 현행 제도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도 아니다. 보험료를 정당하게 부담한 사람의 권리는 국적과 관계없이 보호하면서 실거주·가입·추납·수급 사이의 연결고리를 명확히 하고 허위 서류나 형식적 가입을 차단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신뢰는 ‘누가 받느냐’보다 ‘누구에게나 같은 원칙이 적용되느냐’에서 출발한다. 이번 논란이 남긴 과제도 결국 하나다. **외국인의 정당한 사회보험 권리를 보장하면서 내·외국인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동일하고 투명한 추납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