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9-08 09:59 (화) 09.08 (화)
70년 기도터 걷어내자 담비가 돌아왔다…팔공산에서 무슨 일이

70년 기도터 걷어내자 담비가 돌아왔다…팔공산에서 무슨 일이

3줄 요약
  • 불법시설 92개·폐기물 356t 철거 후 야생동물 17종 확인…자연회복의 조건을 묻다
  • 70년 불법 점유지 원상복원, 두 달간 포유류·조류 17종 포착…장기 모니터링은 과제
  • 시설과 인간 교란 제거하자 야생동물 다시 계곡 이용…세계 생태복원 흐름과 맞닿아

70년 기도터 걷어낸 팔공산, 담비·참매가 돌아왔다

불법시설 92개·폐기물 356t 철거…사람의 압력 줄자 두 달 만에 야생동물 17종 포착

약 70년 동안 기도터와 각종 시설물이 들어서 있던 팔공산 계곡에서 사람의 흔적을 걷어내자 담비와 참매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대규모 인공 식재나 야생동물 방사가 아니라 불법시설물을 철거하고 훼손된 계곡 지형을 자연에 가깝게 되돌린 뒤 나타난 변화다.

다만 ‘담비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곧바로 팔공산 생태계가 완전히 회복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는 이르다. 이번 사례의 핵심은 오히려 인간의 지속적인 교란 요인을 제거하면 자연의 회복 과정이 얼마나 빠르게 시작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데 있다.

3-1 팔공산 계곡, 야생동물의 귀환.png

■ 70년간 점유된 도학동 계곡…92개 시설 철거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대구 팔공산국립공원 도학동 계곡 일원은 약 70년간 불법 기도터로 이용됐다. 현장에는 그늘막과 철교량, 촛불함, 제단 등 불법시설물 92개가 들어서 있었다.

팔공산국립공원동부사무소는 관계기관과 협력하면서 점유자를 설득해 자진철거와 퇴거를 유도했고, 2026년 5월 철거와 계곡 복원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폐콘크리트 등을 포함해 약 356t의 폐기물을 처리했다. 과거 현장에서 옮겨졌던 자연석도 계곡으로 돌려놓는 등 지형을 자연 상태에 가깝게 복원했다.

변화는 비교적 빨리 관찰됐다. 공단이 6월 초부터 8월 초까지 무인센서카메라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 담비·너구리·고라니 등 포유류 6종과 참매·노랑할미새·호랑지빠귀 등 조류 11종, 모두 17종이 이동하거나 쉬기 위해 계곡을 이용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담비와 참매는 모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다.

3-3 사라졌던 생명이 돌아온 팔공산.png

■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나

생태학적으로 주목할 대목은 복원 방식이다. 이곳에서는 자연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자연 회복을 방해하던 요인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생태계 복원을 훼손되거나 파괴된 생태계의 회복을 돕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나무를 심는 적극적인 복원뿐 아니라 생태계를 압박하는 원인을 제거해 자연 스스로 회복하도록 하는 방법도 복원의 중요한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팔공산 사례는 후자에 가깝다. 계곡을 점유하던 시설과 폐기물이 사라지고 사람의 지속적인 출입과 교란이 줄면서 야생동물이 다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국제 연구에서도 이런 보전 개입의 효과가 확인된다. 2024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소개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보호지역 관리, 서식지 복원, 외래종 통제 등 보전 활동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66%의 사례에서 생물다양성 상태를 개선하거나 감소 속도를 늦춘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연구는 동시에 ‘회복의 속도’와 ‘완전한 회복’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6년 *Nature*에 발표된 열대우림 연구에서는 교란 이후 30년 안에 생물의 풍부도와 다양성이 오래된 숲 수준의 90% 이상까지 회복됐지만, 종 구성의 유사성은 약 75%에 머물렀다. 완전한 회복에는 수십 년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동성이 높은 동물은 나무나 묘목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을 보였다.

따라서 팔공산에서 복원 직후 담비와 조류가 포착된 것도 의미 있는 초기 신호지만, 그것만으로 식생·먹이망·번식 개체군까지 안정적으로 회복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3-2 팔공산 숲 복원, 자연과 사람의 동행.png

■ 팔공산은 이미 5,296종의 생물이 사는 산

팔공산은 2023년 우리나라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면적은 126.058㎢다. 국립공원 지정 당시 조사에서는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5,296종의 야생생물이 확인됐다. 당시 전국 국립공원과 비교하면 생물종 다양성이 8위 수준이었다. 자연경관 자원은 77곳, 국보·보물 등 문화자원은 92점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팔공산의 보전은 단순히 한 계곡을 깨끗하게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대구·경북의 대도시권과 인접한 산악생태계에서 야생동물의 이동 공간과 인간의 탐방·문화·종교 활동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함께 놓여 있다.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 과정에서도 이런 갈등은 있었다. 규제 강화를 우려한 토지 소유자 등의 반대가 제기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60여 차례 주민간담회와 설명회를 진행했다. 2023년 정부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립공원 승격 찬성률이 84%로 나타났다.

3-4 팔공산 생태계 회복 인포그래픽.png

■ 기도 문화와 자연보전, ‘양자택일’로 볼 문제 아니다

이번 복원의 의미를 종교 활동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확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팔공산은 오래전부터 동화사·은해사와 갓바위 등 종교·문화유산과 자연생태계가 공존해 온 공간이다.

문제의 핵심은 기도 행위가 아니라 국립공원의 특정 계곡을 장기간 점유한 불법시설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자연 훼손이다. 합법적인 종교·문화 활동과 보호지역 내 무단 점유·시설 설치는 구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국제적인 보호지역 관리 원칙도 주민과 이용자를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방식보다는 생태적 가치 회복과 지역사회의 요구를 조정하는 방향을 강조한다. IUCN은 보호지역 복원 과정에서 종의 회복뿐 아니라 단절된 서식지 연결, 자연 과정의 회복, 문화적 가치까지 함께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 진짜 평가는 지금부터…‘17종 출현’을 넘어야

팔공산 복원이 성공 사례로 남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첫째, 장기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6월부터 8월까지 약 두 달 동안 17종이 확인됐다는 것은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니다. 담비와 참매가 단순히 계곡을 통과했는지, 반복적으로 이용하는지, 먹이 활동과 번식까지 이어지는지를 수년 단위로 추적해야 한다.

둘째, 야간 출입과 샛길, 불법시설의 재발을 관리해야 한다. 공단은 계곡 입구에 무인 안내 시스템을 운영하고 정기 순찰과 센서카메라 생태 모니터링을 계속할 계획이다.

셋째, ‘동물이 나타났다’는 성과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식생·수질·토양·수서생물·먹이망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 그래야 복원 효과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다른 국립공원 훼손지에도 적용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복원은 거대한 과제가 됐다. IUCN이 2026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복원·재활 또는 개선된 관리가 이뤄지는 토지는 약 **1억2430만㏊**다. 그러나 각국이 국제협약 등을 통해 약속한 12억㏊의 **10.4% 수준**에 그친다.

팔공산 도학동 계곡은 이 거대한 숫자에 비하면 작은 공간이다. 그러나 작은 계곡 하나에서 확인된 변화가 던지는 질문은 크다.

생태복원은 반드시 거대한 토목공사나 대규모 식재에서 시작해야 하는가. 팔공산의 초기 결과는 때로는 반대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을 더 채우기에 앞서, 자연을 짓누르던 것을 걷어내는 것이다.

담비와 참매의 등장이 ‘완전한 회복’을 선언할 근거는 아직 아니다. 하지만 약 70년간 이어진 인위적 압력이 사라진 뒤 불과 몇 달 만에 야생동물이 계곡을 다시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앞으로 국립공원 훼손지 복원의 기준을 시설 정비와 조경 중심에서 ‘인간의 교란을 얼마나 줄이고 자연의 자율적인 회복을 얼마나 보장했는가’로 옮길 수 있다는 점이다. 팔공산의 진짜 복원 성적표는 담비 한 마리의 사진이 아니라, 5년·10년 뒤에도 그 계곡이 야생동물의 길로 남아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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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숙 기자
eunsou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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