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LG유플러스, ‘국민 AI’ 전쟁 시작됐다
통신 3사, '국민 AI' 전면전…경쟁 축이 기지국에서 알고리즘으로
과기정통부 '모두의 AI' 3개 컨소시엄 확정…AIDC 매출 두 자릿수 급증 속 개인정보·독과점·오류 책임은 숙제로
대한민국 통신산업의 경쟁 축이 '망'에서 '지능'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지국 숫자와 속도로 우열을 가리던 시대가 저물고, 누가 국민의 일상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인공지능(AI)을 먼저 손에 쥐느냐가 새로운 승부처가 됐다. 정부의 '모두의 AI' 프로젝트가 그 방아쇠를 당겼다.
6개 중 3개…승부를 가른 것은 '대국민 접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월 28일 '모두의 AI' 프로젝트 수행기관으로 SK텔레콤·카카오·KT 컨소시엄 3곳을 선정했다. 공모에 참여한 6개 사업자 가운데 이스트소프트·MKD·제논 컨소시엄은 탈락했다. 정부는 선정 사업자에게 올해 엔비디아 B200 그래픽처리장치(GPU) 512장을 지원하고, 2027년부터는 전 국민 무료 서비스 운영비를 예산으로 뒷받침한다. 9월 중 협약을 맺고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정식 출시가 목표다.
핵심은 챗봇이 아니라 '에이전트'다. 검색하고 답변하는 데서 나아가 행정 신청, 예약, 금융, 교육, 교통 등 실제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AI를 만드는 것이 과제다. 참여 서비스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기준을 충족하는 국산 모델을 50% 이상, 다른 국내 기업 모델도 30% 이상 활용해야 한다. 한 기업이 모델부터 서비스까지 독점하는 구조를 막겠다는 정책 의도가 담겼다.
실제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정예팀 4곳은 세 컨소시엄에 나뉘어 들어갔다. SK텔레콤은 직접 주관을 맡았고, LG AI연구원은 카카오 컨소시엄에, 업스테이지와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KT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벤치마크와 전문가·국민 사용자 평가를 함께 반영한 독파모 2차 단계평가에서는 SKT 정예팀이 70.6점으로 1위, 업스테이지 69.9점, LG AI연구원 69.0점, 모티프테크놀로지스 65.8점 순이었다.
세 갈래 전략…풀스택, 생태계, 그리고 메신저 연합
SK텔레콤은 '풀스택'을 택했다. 자체 모델 'A.X K2'를 축으로 에이닷과 AI 데이터센터를 직접 연결한다. A.X K2는 매개변수 6880억개 규모이며 에이닷 월간 이용자는 약 1000만명이다. 2026년 6월 기준 약 2250만 이동통신 회선은 그 자체로 강력한 유통망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접근 경로다. 앱 설치 없이 전화와 문자만으로 AI를 쓸 수 있도록 설계했고, 정부24 등과 연계해 증명서 83종을 발급하는 기능도 준비 중이다. 스마트폰이 낯선 고령층에게는 기술 사양보다 이 설계가 더 중요하다.

KT는 '연결'에 걸었다. 단일 기업의 기술 대신 국내 AI·서비스 기업을 엮는 생태계 전략이다. 다음 포털과 다나와·무신사·직방 등 이용자 접점에 AI를 배치하고, 자사 통신 채널과 IPTV까지 이어 붙인다. 검색에서 비교, 신청과 결제까지 하나의 대화 흐름 안에서 끝내겠다는 구상으로, AI를 별도 앱에 가두지 않고 기존 생활 동선 속으로 밀어 넣는 방식이다.

LG유플러스는 연합을 선택했다. 단독 주관 대신 카카오 컨소시엄에 참여사로 합류해, 약 5000만명이 쓰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접점에 LG의 AI·통신·가전 역량을 붙였다. LG AI연구원의 K-엑사원, LG전자 생활가전, LG CNS의 공공 시스템 연계가 뒷받침하며, 대규모 이용 환경에서의 실증과 시니어케어·세무 같은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맡는다.

숫자는 이미 움직였다
AI 전환은 사업계획서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2026년 2분기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은 SK텔레콤 1362억원, KT 2650억원, LG유플러스 12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2.5%, 19.8%, 28.9% 늘었다. LG유플러스는 약 2조원을 들여 200메가와트(㎿)급 파주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고, KT는 2031년까지 1기가와트(GW) 용량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통신망과 전력이라는 통신사의 오래된 자산이 AI 인프라로 재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환영과 우려가 함께 커진다
시장의 반응은 단순한 환영과는 거리가 있다. 첫째, 국내 최대 검색 사업자인 네이버가 이번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국민 AI'의 대표성을 두고 물음표가 붙었다. 둘째, 지원한 중소·중견 컨소시엄 3곳이 모두 탈락하고 대기업 3곳이 남으면서 "결국 가진 자의 리그"라는 지적이 나온다. 셋째, 선정 평가의 점수와 순위가 참여 기업들의 요청으로 공개되지 않은 점도 논란거리다. 국민 세금과 정부 GPU가 투입되는 사업에서 심사 결과를 비공개로 두는 것이 타당하냐는 반문이다.
'무료'라는 간판에도 회의가 따른다. 과부하를 막기 위한 일일 사용량 제한이 걸리면 서비스 연속성이 흔들린다는, 무료와 실질적 접근성은 다르다는 비판이다.
개인정보는 가장 무거운 대목이다. AI 에이전트가 금융·의료·행정을 대신 처리하려면 대화 내용과 이용 이력, 위치·결제 정보를 폭넓게 다뤄야 한다. 국민은 SK텔레콤 유심 해킹으로 2300만여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2025년의 기억을 아직 갖고 있다.
AI의 오판도 검색 오류와 차원이 다르다. 잘못된 금융상품을 고르거나 행정 신청을 그르치면 그 순간 실제 피해가 발생한다. 정부 역시 공공 AI 전환 과정에서 목적 외 개인정보 이용, 과도한 정보 추론, 자동화 처리로 인한 권리 침해를 주요 위험으로 꼽고 있다.

해법은 기술이 아니라 규칙에 있다
첫째, 성과 지표를 공개해야 한다. GPU 장수나 매개변수가 아니라 정확도와 오류율, 장애 대응 시간, 취약계층 이용률을 정기적으로 공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사람이 마지막에 서야 한다. 금융·의료·행정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에는 이용자가 최종 확인하는 절차와,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를 명시한 배상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셋째, 데이터 사용 규칙을 먼저 정해야 한다. 컨소시엄 내부에서 어디까지 데이터를 공유하는지, 수익화에 어떻게 쓰는지, 이용자가 학습 활용을 거부할 수 있는지를 서비스 출시 전에 명문화해야 한다.
넷째, 생태계를 열어야 한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대기업 플랫폼에 서비스를 공급하면서도 데이터와 기술 주도권을 지키도록 개방형 API와 공정한 수익배분 기준이 있어야 한다. 정부 지원 컴퓨팅 자원의 사용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다섯째, 접근성이 곧 성패다. 고령층과 장애인이 실제로 쓰지 못하는 서비스라면 '모두의 AI'라는 이름은 성립하지 않는다. 전화와 문자, IPTV, 메신저 등 익숙한 통로를 택한 통신사들의 접근 방식은 이 지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AI 시대의 발전소가 되고, 통신망은 AI를 실어 나르는 새로운 사회 인프라가 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한 기업의 승리가 아니다. 국산 모델과 반도체, 데이터센터, 통신망, 스타트업, 공공서비스가 함께 자라는 생태계다. '모두의 AI'가 이름값을 하려면 기술 경쟁과 함께 신뢰·안전·공정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같은 속도로 확보해야 한다.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 AI는, 그저 비싼 실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