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홍수로 연락두절된 한국인 9명, 골든타임 논란 속 구조체계 개선 시급
히말라야가 무너진 자리, 한국인 9명은 닷새째 소식이 없다
육로 끊긴 라수와, 헬기는 두 번 떴을 뿐… 험준한 지형·2차 홍수 경보·네팔의 항공 통제 삼중고 속에 해외사업장 안전망과 재외국민 보호체계가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닷새가 지났다.
네팔 북부 라수와의 어퍼트리슐리-1(UT-1)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연락이 끊긴 한국인 9명의 행방은 8월 30일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과 네팔군, 두산에너빌리티·한국남동발전 현장 대응팀이 수색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날 헬기가 두 차례 떴다 돌아온 것이 지금까지의 공중수색 전부다.
외교부 당국자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락두절자 9명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도 신속대응팀 임차 헬기 1대와 두산에너빌리티 임차 헬기 1대, 모두 2대를 띄우는 방안을 네팔 측과 협의하고 있으나 오후까지 운항 허가는 나오지 않았다. 전날 파견된 2차 신속대응팀이 수색용 드론을 현지로 반입했지만, 드론 역시 네팔군의 사전 비행 승인이 있어야 뜬다.
수색을 가로막는 변수는 하나가 아니다. 사고 지점 일대는 지반이 불안정하고 수목이 빽빽해 저공비행이 어렵다. 착륙 지점도 마땅치 않다. 기상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상류에는 여전히 물길이 막힌 구간이 남아 2차 홍수 경고가 살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길을 열고 닫는 열쇠를 네팔군이 쥐고 있다.
이 사고를 히말라야에서 벌어진 한 번의 자연재해로만 읽으면 남는 것이 없다. 한국 기업이 홍수와 산사태 위험이 상수(常數)인 산악지역에서 대형 인프라 사업을 수행할 때 어느 수준의 안전체계를 갖춰야 하는가. 재난이 터진 뒤 정부와 기업의 역할은 어디서 갈리는가. 국경 밖에서 일하는 국민을 지키는 국가의 시스템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이번 사고는 그 질문들을 한꺼번에 꺼내놓았다.
다만 순서는 분명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9명을 찾는 일이다. 원인과 책임을 따지는 일은 그 다음이다.
그리고 한 가지 원칙을 더 지켜야 한다. 8월 30일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한국인 9명이 연락두절 상태이며 수색이 진행 중이라는 것, 그것뿐이다. 생사도, 사고 당시의 정확한 동선도 확인되지 않았다. 재난 보도에서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확인된 사실과 추정을 섞지 않는 일이다.

8월 26일 오전 9시, 티베트 쪽에서 물이 내려왔다
재난은 현지시간 8월 26일 오전 9시께 시작됐다.
티베트 방면에서 발생한 대규모 급류가 보테코시(Bhote Koshi)강을 타고 네팔로 흘러들었다. 물은 라수와와 하류의 누와코트를 차례로 덮쳤다. 구호단체 집계에 따르면 두 지역에서만 주요 도로 42km가 파손되고 교량이 유실됐다. 일부 마을은 도로와 통신이 동시에 끊기며 외부와 단절됐다.
라수와는 중국 티베트 자치구와 맞닿은 히말라야 산악지역이다. 계곡은 깊고 사면은 가파르다. 물이 불면 빠져나갈 곳이 좁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계곡의 트리슐리강 유역,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70km쯤 떨어진 곳에서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하는 UT-1 수력발전소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 기업이 네팔에서 처음 성사시킨 민자 발전사업으로, 총사업비 6억 달러대 규모로 알려진 프로젝트다.
피해 규모는 지금도 갱신되고 있다. 사고 첫날 사망 22명·실종 380여 명으로 집계됐던 인명피해는 이틀 뒤 사망 359명·실종 910명으로 늘었고, 30일 현재 네팔과 중국 당국의 집계를 종합하면 사망자는 700명을, 실종자는 3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수치 자체가 아직 재난이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다.
이재명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과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실종자 가족 지원과 현장에 남은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 추가 피해 방지도 함께 주문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외교부는 28일 밤 9시부로 바그마티주와 간다키주, 코시주, 룸비니주 등 4개 주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8명에서 9명으로, 그리고 무사히 돌아온 사람들
사고 첫날 파악된 연락두절자는 8명이었다.
주네팔 한국대사관과 기업 측이 인원을 대조하는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 1명이 추가로 확인되지 않으면서 숫자는 9명으로 늘었다. 소속별로는 두산에너빌리티 6명, 한국남동발전 3명이다.
같은 현장에서 고립됐던 다른 인원들은 빠져나왔다. 발전소 파워하우스에 갇혀 있던 한국인 2명이 구조됐고, 이 가운데 1명은 현장에 나가 있던 대사관 소속 영사였다. 고립 상태였던 우리 국민 10명도 무사히 돌아왔다. 같은 시간, 같은 계곡에서 어떤 사람은 대피에 성공했고 어떤 사람은 연락이 끊겼다. 이 차이가 어디서 갈렸는지를 밝히는 것이 결국 이번 사고 조사의 핵심이 될 것이다.
현지 대응팀은 연락이 끊긴 직원들이 홍수 당시 베이스캠프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상시 고지대로 이동하도록 규정한 현장 매뉴얼에 따라 산악지역으로 몸을 피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부는 대피 중이라는 취지의 연락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교신 시각과 위치, 이동 방향에 대한 이 단서는 수색 반경을 좁히는 데 쓰이는 가장 중요한 자료다. 문제는 그 이후가 비어 있다는 점이다.
일부 언론이 제기한 관측에 대해 정부는 선을 그었다. 대사관 직원을 하류 바랏푸르 지역에 급파해 실종자들이 강 하류로 떠내려갔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신속대응팀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100여 명이 갇힌 것으로 알려진 터널 역시 실종자들의 근무지가 아니며,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 원거리여서 그곳으로 피신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기업 측 확인을 토대로 한 외교부의 설명이다.
닷새 동안 우리 헬기는 두 번 떴다
수색이 본격화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사흘이었다.
네팔 정부는 기상 악화와 2차 홍수 위험, 현장 혼란을 이유로 외국 임차 헬기를 비롯한 민간 항공기의 운항을 원칙적으로 통제했다.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 차원의 공중수색이 실종 나흘째인 29일에야 이뤄진 배경이다.
29일 오전 11시 45분, 소방청 인원 4명을 태운 임차 헬기가 카트만두를 이륙해 라수와로 향했다. 낮 12시 38분에는 소방청 1명, 경찰청 2명, 외교부 1명 등 4명을 태운 2차 비행이 이어졌다. 사고 현장으로 가는 육로와 교량이 전면 유실돼 접근 수단은 항공뿐이었다. 그러나 헬기는 착륙하지 못했다. 상공을 선회하며 육안으로 살피고 영상을 촬영해 돌아온 뒤 이를 다시 분석하는 방식이었다.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네팔군도 한국 측이 제공한 예상 좌표와 지도를 토대로 지상 착륙 수색을 벌였지만 흔적을 찾지 못했다. 그사이 28일에는 티베트 접경 지역에서 산사태로 댐이 붕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구조대원들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지고 헬기 수색이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현재 네팔 당국은 헬기를 파견한 나라 가운데 한국에 한해 수색 목적의 운항을 예외적으로 허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한국과 인도, 중국, 호주 4개국에 대해 터널 구조와 DNA 검사, 법의학 등 특정 분야 전문인력 파견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우리 정부는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파견을 놓고 네팔 정부와 조율을 이어가고 있으며,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도 투입에 대비하고 있다. 임상우 신속대응팀장은 네팔 외교부 국장 및 군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을 추진 중이고, 박재경 신임 주네팔 대사도 부임 직후 고위급 협의에 합류할 계획이다.
30일 수색의 우선순위는 위어댐(weir dam) 일대다. 전날 계획에는 포함됐지만 기상과 지형 탓에 실제로는 확인하지 못한 구역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의 두 차례 수색을 바탕으로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구조를 서두를수록 2차 사고 위험이 커지고, 안전을 앞세울수록 골든타임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게다가 그 판단의 상당 부분이 우리 손에 있지 않다. 재난 외교라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린다면, 지금 카트만두에서 벌어지고 있는 협의가 바로 그것이다.

경보는 있었다. 그런데 왜 늦었나
여기서부터는 확인이 필요한 영역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남동발전은 이 지역에 홍수가 잦다는 점을 고려해 사전 경보시스템을 갖추고 대피 훈련도 실시해 왔다. 그런데도 순식간에 밀려든 토석류가 쓰나미처럼 현장을 덮치면서 기존 대비책이 힘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설명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번 사고의 성격은 '준비가 없었던 사고'가 아니라 '준비의 수준이 위험의 크기를 따라가지 못한 사고'가 된다.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고, 대책도 달라야 한다.
그래서 조사가 확인해야 할 것은 경보의 유무가 아니라 경보의 성능이다.
현장에 강우량과 하천 수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측 체계가 있었는가. 상류 유역, 특히 국경 너머 티베트 쪽 정보까지 포함한 경보망에 연결돼 있었는가. 기상청과 현지 당국의 경보가 몇 분 만에 현장 책임자에게 도달했는가. 위험 단계별 작업중지 기준은 문서에만 있었는가, 실제로 발동됐는가. 작업중지를 결정할 권한은 누구에게 있었고, 그 결정이 공정 지연이나 비용 문제와 충돌했을 때 무엇이 우선했는가.
토석류가 계곡을 내려오는 속도를 생각하면 경보에서 대피까지 주어지는 시간은 길어야 수십 분, 짧으면 수 분이다. 이 시간 안에 작동하지 않는 경보는 사실상 없는 경보다. 경보가 울렸는데 대피가 늦은 것인지, 경보가 울릴 틈도 없이 물이 도착한 것인지에 따라 사고의 성격과 대책은 완전히 갈린다.
통신: 기지국이 무너진 자리에 남는 것
두 번째 문제는 통신이다.
산악지역 재난에서는 이동통신망과 인터넷, 전력망이 대개 동시에 끊긴다. 기지국이 물에 잠기거나 전력이 나가면 평소 잘 터지던 스마트폰은 그저 손전등이 된다. 이번에도 도로 유실과 통신 두절이 겹치면서 산악 마을에 대한 구호 접근이 제한됐다.
고위험 해외사업장의 통신은 그래서 이중, 삼중이어야 한다. 이동통신망 외에 위성전화와 위성 인터넷, 업무용 무전기, 비상용 위치발신기를 함께 갖추고, 독립형 충전장치와 예비 배터리를 별도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장비 자체는 이미 상용화돼 있고 가격도 과거만큼 비싸지 않다. 문제는 대부분의 현장에서 이것이 '있으면 좋은 것'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다.
근로자의 마지막 위치를 남기는 비상 위치발신 장비도 검토할 만하다. 다만 여기에는 조건이 붙어야 한다. 위치정보를 상시로 수집하면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곧바로 따라온다. 수집 목적을 안전과 구조로 한정하고, 열람 권한자와 보관 기간, 파기 절차, 보안 기준을 사전에 문서로 못 박아야 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정당한 것은 다르다. 이 선을 미리 그어두지 않으면, 사고가 났을 때 정작 필요한 데이터는 없고 평상시 감시만 남는다.

대피계획은 종이가 아니라 발로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대피 동선이다.
어느 건설현장에나 안전보건관리계획서와 비상대응계획이 있다. 그러나 문서의 존재와 대피의 성공은 별개다. 이번 사고에서 현장 매뉴얼이 고지대 대피를 규정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실종자들이 그 매뉴얼대로 움직였을 가능성에 대응팀이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매뉴얼은 있었다. 그렇다면 그 매뉴얼이 지목한 고지대는 실제로 안전했는가. 거기까지 가는 길은 몇 분 거리였는가. 그 경로가 산사태로 끊겼을 때의 두 번째, 세 번째 대안은 지도에 그려져 있었는가.
제대로 된 대피계획이라면 고지대 대피소와 임시 집결지, 비상 탈출로, 구조대 진입로, 헬기 착륙 가능 지점이 좌표로 특정돼 있어야 한다. 우기와 건기, 주간과 야간의 조건이 각각 달라야 한다. 공사가 진행되면 현장 구조와 작업자 배치가 바뀌므로 계획도 함께 갱신돼야 한다. 착공 때 만든 대피도면을 3년째 그대로 쓰고 있다면 그것은 계획이 아니라 서류다.
훈련도 마찬가지다. 연 1회 형식적으로 치르는 훈련과, 무작위 시각에 경보를 울려 작업을 중단시키고 집결지까지의 실제 소요시간을 재는 훈련은 다른 활동이다. 재난이 닥친 뒤 처음 대피로를 찾는 구조로는 늦는다.
컨소시엄이 커질수록 지휘체계는 흐려진다
한국 기업의 해외 인프라 사업은 에너지와 철도, 도로, 플랜트, 발전소로 계속 넓어지고 있다.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참여 주체도 늘어난다. 발주사와 시공사, 운영사, 하청업체, 현지 협력업체가 한 현장을 공유하고, 본사 파견 직원과 현지 채용 인력이 같은 작업면에 선다.
이런 구조에서 가장 먼저 흐려지는 것이 지휘체계다.
누가 작업중지를 결정하는가. 누가 대피명령을 내리는가. 누가 현지 당국에 구조를 요청하는가. 누가 한국 정부에 사고를 보고하는가. 누가 가족에게 연락하는가.
이 다섯 가지 질문의 답이 사고 이전에 이름과 직책, 연락처 수준으로 확정돼 있지 않으면, 재난 초기의 결정적인 몇 시간은 '누가 결정할 것인가'를 정하는 데 소모된다. 안전관리 책임이 계약서상 여러 주체에 흩어져 있을수록 사고 이후 책임 소재를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수색과 병행해 자료 보존이 이뤄져야 한다. 계약서와 작업지시서, 위험성평가 자료, 안전교육 기록, 비상대응 매뉴얼, 경보 발령 기록, 통신 로그, 현장 CCTV, 업무용 메신저 대화까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확보해 두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데이터가 적지 않다. 책임 공방이 구조보다 앞설 수는 없지만, 수색이 일정 단계에 이르렀을 때 검증할 자료조차 남아 있지 않다면 그것은 또 다른 실패다.
국내법이 닿지 않는 현장이라는 문제
짚고 넘어가야 할 구조적 공백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칙적으로 국내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국경 밖에 설치된 현장은 해당 국가의 노동·안전 법령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네팔의 안전 규제 수준이 한국과 같을 리 없고, 감독 인력과 집행력은 더욱 다르다.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고위험 현장의 안전 수준은 상당 부분 기업의 자율과 발주처 요구, 금융기관의 실사 기준에 맡겨져 있다.
재외국민 보호의 근거는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이 담고 있다. 2019년 제정돼 2021년 시행된 이 법은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제공할 영사조력의 범위를 규정한다. 그러나 이 법은 기본적으로 사고 이후의 조력에 관한 것이지, 사고 이전의 위험관리 의무를 기업에 지우는 규범은 아니다.
즉 지금의 체계에서는 사고 전 예방은 기업의 몫, 사고 후 대응은 정부의 몫으로 갈라져 있다. 그리고 두 체계가 처음 연결되는 시점이 대개 사고가 난 직후다. 이번처럼 육로가 끊기고 항공 허가를 상대국 군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첫 연결이 이뤄지는 데만 며칠이 걸린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고위험 해외사업에 대해서는 사업 승인·금융지원 단계에서 재난위험 평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 지진과 홍수, 산사태, 태풍, 분쟁, 감염병 등 사업지역의 위험요인을 등급화하고, 등급에 따라 비상통신 사양과 의료후송 계약, 구조 계약, 보험, 대피시설 기준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공적 금융이 들어가거나 공공기관이 지분을 갖는 사업이라면, 이 항목을 사업성 평가표의 한 줄로 넣는 것이 어렵지 않다.
안전은 착공 후에 관리하는 항목이 아니라 사업을 결정할 때 원가·공기·설계와 함께 검토하는 조건이다. 도심 오피스 공사와 히말라야 계곡의 수력발전소를 같은 기준으로 관리할 수는 없다.

히말라야는 이미 여러 번 경고했다
이번 재난은 예고 없이 왔는가. 지형과 기후 쪽 기록을 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보테코시강 유역은 빙하 붕괴와 빙하호 범람에 따른 홍수가 반복돼 온 곳이다. 1981년 7월 중국·네팔 국경에서 14km 떨어진 치렌마코 빙하호가 범람했을 때는 한 시간 만에 약 2000만㎥의 물이 쏟아져 보테코시강 네팔 구간 30km에 걸쳐 수위가 30m 상승했다. 수력발전소와 고속도로, 중국과 네팔을 잇는 '우정의 다리'가 파괴됐고, 한 연구는 이 홍수로 네팔에서 200명가량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에는 몬순 홍수로 여겨졌다가 뒤늦게 빙하 붕괴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2020년대 들어서는 작은 빙하호의 범람이 하류의 대형 홍수로 번지는 사례가 잦아졌다. 2024년 8월 네팔 동부 솔루쿰부에서는 면적 0.05㎢에 불과한 티안보 호수가 터지면서 연쇄 홍수가 일어나 하류 기반시설이 파괴되고 최소 135명이 이재민이 됐다. 네팔과 히말라야 일대에는 2만여 개의 빙하호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상류의 위험은 진행형이다. 중국 수자원부는 지난 27일 초첸 콜라강과 푸레푸 창포강 합류 지점 인근에 대규모 자연호수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중국중앙TV(CCTV)는 이 호수에 약 200만㎥의 물이 고였고 사흘간 300만㎥가 추가 유입돼 범람 위험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ICIMOD)도 강 상류에 막힌 구간이 남아 있어 두 번째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색 헬기가 뜨고 내리는 판단이 매일 바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고가 문서로만 쌓인 정황도 드러났다. 한 환경단체에 따르면 네팔의 빙하호 붕괴 홍수(GLOF)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녹색기후기금(GCF) 사업은 2018년 추진 대상에 포함됐지만 최종 승인은 2025년 7월에야 이뤄졌다. 위험을 아는 것과 대비하는 것 사이에 7년이 있었던 셈이다.
기후변화로 히말라야의 빙하와 빙하호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학계의 가설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지역에서 하천에 붙여 짓는 수력발전소의 설계기준과 시공 중 안전관리 기준도 과거 강우 통계가 아니라 변화하는 빙권(氷圈) 조건을 반영해 다시 계산돼야 한다. 100년 빈도라는 표현이 더 이상 안전을 보증하지 못하는 유역이 늘고 있다.
가족에게 먼저, 그리고 정확하게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들의 불안은 커진다. 일부 가족은 기존 수색지역뿐 아니라 근무지와 대피 예상지역, 상류 구간까지 빠짐없이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연한 요구다. 가족은 현장에 갈 수 없다. 정부와 기업의 설명, 그리고 언론 보도를 통해서만 상황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기관마다 설명이 조금씩 다르거나 브리핑 사이의 공백이 길어지면, 그 빈자리는 곧바로 추측과 불신으로 채워진다.
정례 브리핑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수색 구역과 방법, 투입 장비, 기상 조건, 확인된 사실과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구분해 정해진 시각에 설명하는 것. 그리고 주요 정보는 언론 발표에 앞서 가족에게 먼저 전달하는 것. 이 두 가지 원칙만 지켜도 재난 대응의 신뢰도는 크게 달라진다. 가족 소통은 구조활동의 부수 업무가 아니라 구조활동의 일부다.
언론과 소셜미디어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이번 재난에서는 현장 시신과 구조 상황을 담은 영상이 모자이크 없이 소셜미디어에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이용자들의 정신적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생존 가능성을 근거 없이 점치거나,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 지연의 책임을 특정 기관에 돌리는 보도도 위험하다. 재난 상황일수록 확인된 사실과 분석, 전망 사이의 경계를 문장 단위로 지켜야 한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수주 능력이다
기업의 셈법도 바뀌어야 한다.
위성통신 장비와 계측 시스템, 대피훈련, 상시 구조 계약, 의료후송 계약에 들어가는 돈은 회계상 비용으로 잡힌다. 단기적으로 이 항목을 줄이면 사업비는 내려간다. 그러나 대형 사고가 한 번 나면 계산서의 자릿수가 달라진다. 인명 피해는 무엇으로도 환산되지 않고, 공사 중단과 일정 지연, 법적 분쟁, 보험료 인상, 발주처 신뢰 하락, 후속 수주 차질이 줄줄이 따라온다. 국가 이미지에도 남는다.
국제 발주 시장에서 안전 실적은 이미 정성평가 항목이 아니라 정량 지표로 취급된다. 재해율과 안전관리 체계, 비상대응 능력은 입찰 자격을 가르고 금융 조달 비용을 가른다. 해외 인프라 사업에서 안전관리 능력은 이제 비용이 아니라 수주 능력이고 경쟁력이다.
그리고 그 안전망 안에 누가 들어가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한국인 직원만이 아니라 현지 채용 근로자와 협력업체 직원까지 같은 경보를 듣고 같은 대피로를 알고 있어야 한다. 재난은 국적과 소속 회사를 구분하지 않는다. 같은 현장에 있는 사람은 같은 안전망 안에 있어야 한다.

수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카트만두에서는 헬기 운항 허가를 기다리는 협의가 진행 중이고, 라수와 상공에서는 촬영된 영상이 다시 돌려 보이고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수단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헬기는 넓은 지역을 빠르게 훑을 수 있지만 산악지형과 기상 앞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드론과 위성영상, 통신 로그, 마지막 교신 위치, 지형을 아는 현지 주민의 증언을 함께 얹어야 한다. 외부 구조팀이 지도만으로는 알 수 없는 옛길과 산길, 마을 사람들이 대대로 물을 피해 올라가던 고지대가 있다. 마지막 연락 시각을 기준으로 도보 이동 가능 거리를 계산하고, 그 반경 안의 능선과 건물, 교량, 임도(林道)를 우선순위대로 지워 나가는 방식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우선순위는 다시 짜야 한다.
그리고 수색이 마무리된 뒤에는 반드시 기록과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이 위험을 키웠는지, 어떤 안전장치가 작동했고 어떤 것이 작동하지 않았는지, 정부와 기업의 대응에서 무엇이 늦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조사의 목적은 처벌을 먼저 정하는 데 있지 않다. 같은 계곡에서, 혹은 다른 나라의 다른 계곡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다만 안전수칙 위반이나 관리 소홀이 확인된다면 법과 규정에 따라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
해외 인프라 사업의 성적표는 완공된 발전소와 교량, 철도의 규모만으로 매겨지지 않는다. 그 현장에서 일한 사람이 어떻게 돌아왔는가까지가 성적표다.
사업의 성과는 완공된 시설로 남지만, 안전의 성과는 무사히 돌아온 사람으로 증명된다.
닷새째, 아홉 명의 소식은 아직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라 구조 가능성을 한 뼘이라도 넓히는 정보와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