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9-02 11:59 (수) 09.02 (수)
시진핑·푸틴·모디 비슈케크 집결…세계질서가 움직인다

시진핑·푸틴·모디 비슈케크 집결…세계질서가 움직인다

3줄 요약
  • 전쟁 한복판의 25주년…비슈케크가 남긴 선언과 청구서시진핑·푸틴·모디·페제시키안 한자리에…'다극화' 구호 뒤 개발은행·국경분쟁 숙제, 한국엔 에너지·물류 직격탄전쟁이 진행 중인 유라시아 한복판에서 25년 된 다자기구…
  • 정상 일정은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이어졌고, 정상이사회 본회의는 9월 1일 비슈케크 외곽 알라아르차 국빈관저에서 열렸다.
  • 올해 주제는 '창설 25주년: 지속가능한 평화·발전·번영을 향하여'였다.

전쟁 한복판의 25주년…비슈케크가 남긴 선언과 청구서

시진핑·푸틴·모디·페제시키안 한자리에…'다극화' 구호 뒤 개발은행·국경분쟁 숙제, 한국엔 에너지·물류 직격탄

전쟁이 진행 중인 유라시아 한복판에서 25년 된 다자기구가 생일상을 차렸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제26차 정상회의가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렸다. 정상 일정은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이어졌고, 정상이사회 본회의는 9월 1일 비슈케크 외곽 알라아르차 국빈관저에서 열렸다. 올해 주제는 '창설 25주년: 지속가능한 평화·발전·번영을 향하여'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참석했다. 21개국 정상급 인사가 모였다.

2-1 유라시아 정상회의, 새 세계질서의 청사진.png

■ 숫자는 거대하다

10개 정회원국의 인구는 약 34억 명, 구매력 기준 GDP 합계는 세계의 약 36%인 80조 달러 규모다. 여기에 아프가니스탄·몽골 등 옵서버 2개국과 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UAE를 포함한 15개 대화파트너가 붙는다. 2001년 중·러와 중앙아 4개국으로 출범한 뒤 2017년 인도·파키스탄, 2023년 이란, 2024년 벨라루스가 합류하며 의제도 안보에서 경제·에너지·교통·기술로 넓어졌다.

2-2 중러 전략 협력과 다극화 정상회의.png

의제 역시 무거웠다. 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경제에 파장을 미치는 이란 전쟁, 전쟁으로 흔들린 에너지·교역로가 핵심 논제로 올랐고, 의장국 키르기스스탄은 개발기금과 투자기금 설립에 힘을 실었다.

■ 그러나 실적표는 초라하다

문제는 선언과 실행의 간극이다.

SCO 개발은행은 지난해 톈진 회의에서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지만 아직 가동되지 않았다. 6월 선전에서 열린 4차 협의에서도 핵심 요소를 논의하는 단계에 머물렀고, 자본금 약정이나 일정표가 나와야 설계 단계를 벗어난다. 2024년 아스타나 선언이 내건 자국통화 결제 확대 역시 공동 결제시스템 부재라는 벽에 걸려 있다.

내부 균열은 더 구조적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올해도 같은 테이블에 앉았지만 양자회담은 발표되지 않았다. 중국과 인도는 국경 문제를 안고 있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자본과 러시아의 안보 영향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SCO 창설 선언문 자체가 "다른 국가를 겨냥한 동맹이 아니다"라고 못 박고 있다. NATO식 집단방위체제가 아니라 느슨한 협의 플랫폼으로 보는 편이 실체에 가깝다.

2-3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과 균형 외교.png

실제 성과는 다자 테이블보다 양자 회담장에서 나왔다. 시 주석과 자파로프 대통령은 '영구 선린우호' 조약에 서명했다. 47억 달러 규모, 500㎞ 길이의 중국-키르기스-우즈베키스탄 철도가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모디 총리는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만났고,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은 중동 전쟁 발발 이후 두 정상의 첫 대면이었다. 인도·러시아는 교역 1000억 달러 목표를 놓고 조율 중이다.

■ 한국에 날아든 청구서

이번 회의는 먼 나라 행사가 아니다. 이란 전쟁의 청구서가 이미 한국에 도착해 있기 때문이다.

전쟁은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시작됐다.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6%, LNG의 23%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카타르산 LNG와 중동 원유 도입이 직격탄을 맞았고, 정부는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올렸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며,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를 지난다. 미 EIA에 따르면 2024년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유·콘덴세이트의 84%, LNG의 83%가 아시아로 향했다. 위기의 충격이 유럽보다 아시아에 직접적이라는 뜻이다.

가격과 운임 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7월 19일 브렌트유 9월물은 배럴당 90.85달러까지 올라 6월 11일 이후 처음 90달러를 넘어섰고, 7월 21일 기준 VLCC 중동-중국 항로 운임은 전주 대비 5%, LR2 중동-일본 항로는 25% 뛰었다. 호르무즈 통항은 5월 하루 200만 배럴에서 6월 470만 배럴로 회복됐지만, 7월 초 기준 전쟁 전의 약 40% 수준에 그쳤다.

2-5 다극화 시대 대한민국 국가전략 인포그래픽.png

■ 진영 선택이 아니라 시나리오 경영이다

첫째, 비축의 실효성을 재점검해야 한다. IEA는 회원국에 순수입 기준 90일분 재고를 요구하고, 국내 정유사에는 평균 판매량 기준 40일분 원유 재고가 의무화돼 있다. 장기 봉쇄 국면에서 이 기준이 버틸 수 있는지 스트레스 테스트가 필요하다.

둘째, 도입선 다변화의 실패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국내 정유설비가 고유황 중질유 정제에 최적화돼 있어 미국산 경질유로 갈아타면 공정 효율과 정제마진이 떨어진다. 구호가 아니라 설비 전환 비용을 감당할 재정·세제 설계가 있어야 다변화가 움직인다.

셋째, 위기를 자산으로 바꾸는 구상이다. 사우디·UAE 등이 한국을 원유 저장·수출 전초기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장을 넘어 거래·정제·결제가 결합된 에너지 허브로 고도화할 시점이다.

넷째, SCO를 하나의 진영으로 묶어 읽지 말아야 한다. 중국은 최대 교역국, 인도는 공급망 파트너, 러시아는 한반도 안보 변수다. 국가별로 다른 이해관계를 분해해 접근하는 정교함이 필요하다.

키르기스스탄은 이번 회의를 끝으로 의장국을 파키스탄에 넘긴다. 1년 뒤 평가 기준은 분명하다. 다극화를 몇 번 말했느냐가 아니라, 개발은행이 실제로 문을 열었는지, 호르무즈의 긴장이 실제로 낮아졌는지다. 규모가 아니라 결과가 기구의 위상을 만든다.

2-4 이란 중동 위기와 에너지 안보 지도.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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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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