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8-27 07:12 (목) 08.27 (목)
보잉에 1,312억3,000만달러짜리 F-15 계약…진짜 의미는 ‘전투기…

보잉에 1,312억3,000만달러짜리 F-15 계약…진짜 의미는 ‘전투기 182조원어치 구매’가 아니라 F-15를 2037년까지 다시 묶어놓은 것이다

3줄 요약
  •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미국이 보잉과 최대 1,312억3,000만달러 규모의 F-15 ‘이글 크레스트’ 우산계약을 체결한 것은 전투기 182조원어치를 한꺼번에 사겠다는 뜻이 아니다.
  • 신형 F-15EX 생산부터 기존 기체의 성능개량·개조·군수지원·창정비와 해외군사판매까지 2030년대 후반 하나의 계약체계에 묶겠다는 의미다.
  • 한국이 FMS 대상국에 포함된 것도 신형 F-15 추가 구매 신호보다 이미 시작된 F-15K 59대의 현대화와 장기 군수지원 체계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기반이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국이 F-15에 다시 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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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미국이 보잉과 최대 1,312억3,000만달러 규모의 F-15 ‘이글 크레스트’ 우산계약을 체결한 것은 전투기 182조원어치를 한꺼번에 사겠다는 뜻이 아니다. 신형 F-15EX 생산부터 기존 기체의 성능개량·개조·군수지원·창정비와 해외군사판매까지 2030년대 후반 하나의 계약체계에 묶겠다는 의미다. 한국이 FMS 대상국에 포함된 것도 신형 F-15 추가 구매 신호보다 이미 시작된 F-15K 59대의 현대화와 장기 군수지원 체계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기반이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국이 F-15에 다시 거대한 계약을 걸었다. 미 전쟁부는 24일 보잉과 F-15 ‘이글 크레스트(Eagle Crest)’ 사업을 위한 최대 1,312억3,000만달러 규모의 무기한 납품·무기한 수량(IDIQ)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항공기 생산뿐 아니라 체계통합, 현대화, 성능개량, 개조, 군수지원과 자체 창정비 능력 구축까지 F-15의 거의 모든 생애주기 업무가 계약 범위에 들어갔다.

사업 완료 시점은 2037년 8월이고 주문기간은 우선 2031년까지다. 옵션이 행사되면 주문기간은 2036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

금액만 보면 미국이 보잉에서 180조원이 넘는 전투기를 새로 사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계약을 그렇게 읽으면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친다.

1,312억3,000만달러는 지금 지급하기로 확정한 구매대금이 아니라 앞으로 필요할 때 개별 사업을 발주할 수 있도록 설정한 계약의 최대 한도다.

실제 계약 체결 시점에 의무화된 연구개발 예산은 34만3,740달러에 불과하다. 앞으로 어떤 기체를 몇 대 생산하고 어떤 나라의 F-15를 어느 수준까지 개량하며 얼마의 유지·정비 서비스를 구매할지는 각각의 개별 주문에서 결정된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례적으로 큰 계약 상한선을 만든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은 F-15를 퇴역을 기다리는 노후 전투기로 정리하는 대신 신형 F-15EX의 생산과 기존 F-15E·해외 운용기의 현대화, 군수지원과 정비를 2030년대 후반까지 유지할 하나의 장기 산업체계로 다시 묶었다.

이번 계약의 가장 중요한 숫자는 그래서 1,312억3,000만달러가 아니라 2037년일 수 있다.

1,312억달러는 구매액이 아니다…필요할 때 꺼내 쓰는 ‘F-15 생태계의 상한선’이다

무기한 납품·무기한 수량 계약인 IDIQ의 핵심은 처음부터 정확한 물량과 금액을 모두 확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장기간 예상되는 사업을 하나의 계약 틀 안에 넣고, 실제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개별 주문을 발행한다.

따라서 이번 발표만으로 미 공군이 F-15EX를 몇 대 추가 도입할지, 한국이나 일본이 얼마를 집행할지를 계산할 수 없다. 오히려 봐야 할 것은 무엇을 이 계약으로 할 수 있게 만들었느냐다.

신규 F-15 생산이 들어간다. 기존 전투기의 현대화와 업그레이드가 들어간다. 개조와 군수지원, 정비 역량 구축까지 포함됐다.

즉 F-15를 새로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계약이 아니라 이미 세계 각국에서 운용되고 있는 수백 대의 F-15를 앞으로 어떻게 전투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고 계속 진화시킬 것인가까지 포함하는 거대한 계약 플랫폼이다.

미 공군의 최신 F-15EX 생산도 이 틀 안에서 이어질 수 있고 기존 F-15E의 센서와 전자전 체계를 바꾸는 사업이나 해외 운용국의 현대화 사업도 같은 체계 아래에서 발주할 수 있다. 미국이 확보한 것은 특정 숫자의 전투기가 아니다.

필요하면 F-15를 새로 만들고 기존 기체는 계속 개량하며 부품·정비·소프트웨어 지원까지 2030년대 후반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산업적 통로다. 이것이 1,312억달러라는 거대한 계약 상한선의 실제 의미다.

F-35 시대에도 F-15가 살아남는 이유…기체 경쟁이 아니라 역할 분담이다

그렇다면 더 근본적인 질문이 나온다. 미국은 이미 F-35와 F-22라는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는데 왜 1970년대에 처음 등장한 F-15 계열을 다시 장기계약으로 묶을까.

답은 F-15가 F-35를 대신하기 때문이 아니다. 둘이 같은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F-35는 스텔스와 센서융합 능력을 바탕으로 적 방공망이 강한 지역에 침투하고 표적정보를 탐지·공유하는 데 강점이 있다.

반면 F-15EX는 스텔스 전투기는 아니지만 훨씬 많은 무장을 싣고 장거리 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대형 공대공·공대지 무기와 향후 대형 장거리 무기의 운반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 공중전은 반드시 “F-35냐 F-15냐”의 선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스텔스 전투기가 먼저 적의 방공망과 표적을 탐지하고 정보를 공유하면 뒤쪽의 F-15가 많은 장거리 미사일을 운반해 공격에 참여하는 식의 조합이 가능하다.

기존 운용체계도 강점이다. 미국과 여러 동맹국은 이미 F-15 조종사와 정비인력, 부품공급망과 기지시설을 갖추고 있다.

기체 자체의 구조수명이 충분하다면 완전히 다른 전투기로 교체하는 것보다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 임무컴퓨터와 데이터링크를 바꿔 전투력을 높이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그래서 현재 F-15의 생존전략은 오래된 기체를 그대로 오래 쓰는 것과는 다르다. 기체의 기본 플랫폼은 유지하면서 내부의 센서와 전자전 장비,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끊임없이 바꾸는 방식이다.

F-15EX에 기본 탑재되고 기존 F-15E에도 적용되는 EPAWSS 전자전 체계가 대표적이다.

적의 레이더와 전자파 위협을 탐지·식별하고 전파방해와 기만을 수행하는 디지털 체계를 넣으면서 오래된 F-15의 생존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현대 전투기의 수명은 이제 기체가 몇 년 됐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지속적으로 새로운 ‘눈과 귀와 두뇌’를 넣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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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한국이 FMS 명단에 들어간 이유…F-15EX 구매보다 F-15K 59대가 먼저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번 계약의 해외군사판매(FMS) 대상국 명단에 South Korea가 포함됐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폴란드가 명시됐다. 그러나 이 명단을 한국의 F-15EX 신규 구매가 확정됐다는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FMS 대상국으로 이름이 들어갔다고 해서 해당 국가가 반드시 신형 F-15를 구매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폴란드도 대상국에 포함됐지만 F-15 도입을 확정한 상태는 아니다.

한국에는 훨씬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F-15K 59대의 대규모 성능개량 사업이다.

미국 국무부는 2024년 한국의 F-15K 현대화를 위한 최대 62억달러 규모의 FMS 가능성을 승인했다.

여기에는 AN/APG-82(V)1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 EPAWSS 전자전 체계, 신형 임무컴퓨터와 미사일경보체계 등이 포함됐다.

한국의 실제 사업비는 약 4조5,600억원 규모로 구체화됐고 올해 1월 보잉은 미 정부로부터 약 28억달러 규모의 F-15K 통합개량 계약을 받았다.

사업 완료 목표는 2037년이다. 이번 Eagle Crest 우산계약의 전체 완료 시점 역시 2037년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한국이 이번 계약의 FMS 대상국에 포함된 의미를 새로운 F-15 구매 신호보다 이미 추진되고 있는 F-15K 현대화이다.

그리고 이후의 부품·정비·업그레이드를 보잉의 장기 F-15 체계 안에서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것에서 찾는 편이 정확하다.

즉 한국에 중요한 것은 “F-15를 더 살 것인가”보다 이미 가진 F-15K를 앞으로 어떤 전투기로 만들어갈 것인가다.

F-15K의 ‘눈·귀·두뇌’가 바뀐다…F-35A·KF-21과 다른 역할은 남는다

한국 공군이 운용하는 F-15K는 2000년대부터 도입된 전투기다. 하지만 기체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전투적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F-15K는 대형 무장을 많이 탑재하고 장거리 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특히 타우러스(TAURUS)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SLAM-ER 등 한국군의 장거리 정밀타격 무장을 운용하는 핵심 플랫폼이다.

F-35A와 앞으로 전력화가 확대될 KF-21이 있다고 해서 이 역할까지 그대로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추진되는 F-15K 개량의 핵심은 기체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눈과 귀와 두뇌를 바꾸는 것이다.

AN/APG-82(V)1 AESA 레이더는 탐지·추적능력과 전자전 환경에서의 대응력을 높이고, EPAWSS는 360도 전자파 위협을 탐지하면서 재밍과 기만을 수행한다.

여기에 신형 임무컴퓨터와 경보체계가 결합되면 조종사가 받아들이고 처리할 수 있는 전장정보의 양과 속도도 달라진다.

외형은 기존 F-15K지만 전투체계는 상당 부분 새로운 세대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 공군의 전력구조에서도 의미가 있다.

F-35A가 스텔스와 센서 능력을 활용해 적 방공망 내부에서 작전하고 KF-21이 공대공·공대지 임무를 확대하는 가운데, F-15K는 많은 무장을 싣고 먼 거리에서 장거리 정밀타격을 수행하는 역할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F-15K 현대화를 “오래된 전투기를 버리기 아까워 수리하는 사업”으로 보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새로운 전투기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F-15K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임무가 남아 있기 때문에 그 역할에 필요한 전자전·센서 능력을 새 세대로 바꾸는 사업에 가깝다.

2037년까지 이어지는 F-15 국제 운용망…장점은 표준화, 대가는 장기 의존이다

이번 계약의 또 다른 특징은 해외 운용국을 하나의 장기 F-15 산업체계에 포함한다는 점이다.

한국·일본·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싱가포르 등은 이미 수십 년 동안 F-15를 운용해왔다.

이들 국가가 미국의 F-15EX와 비슷한 계열의 AESA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 임무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게 되면 상당한 장점이 생긴다.

부품과 정비체계가 표준화되고 미국과의 공동작전에서 상호운용성이 높아지며, 새로운 위협이 등장할 때 공통된 소프트웨어와 전자전 능력을 빠르게 반영하기도 쉬워진다.

반대편에는 의존성도 있다. 최신 전투기의 전투력은 구매 당시 성능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이후 20~30년 동안 어떤 부품을 공급받고 어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적용하며, 최신 전자전 위협정보를 얼마나 빨리 반영할 수 있느냐가 지속적인 전투력을 결정한다.

그 핵심 체계를 미국과 보잉이 제공한다면 운용국은 자연스럽게 미국 방산 생태계와 장기간 연결된다. 따라서 FMS와 이번 Eagle Crest 계약에는 두 측면이 함께 존재한다.

표준화와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미국 중심의 군수·정비·소프트웨어 체계에 대한 장기 의존도 역시 높인다.이것을 단순히 ‘종속’이라고 볼 필요도 없고, 단순한 무기 구매라고 볼 수도 없다.

현대 무기체계의 거래가 기체 한 대를 사고파는 데서 끝나지 않고 수십 년간의 정비·부품·전자전·소프트웨어 관계를 함께 거래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한 의미다.

결국 1,312억달러보다 중요한 숫자는 ‘2037년’이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숫자는 1,312억3,000만달러다. 그러나 이 계약의 전략적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숫자는 2037년이다.

1970년대 처음 등장한 F-15 계열이 반세기를 넘긴 뒤에도 F-15EX라는 신형 기체로 다시 생산된다.

그리고 기존 F-15E와 해외 운용기의 레이더·전자전·임무체계까지 계속 교체되면서 2030년대 후반에도 하나의 대형 전투기 생태계로 유지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그 안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곧바로 F-15EX 추가 구매 가능성으로 연결할 이유는 없다.

지금 한국에 가장 직접적인 의미는 이미 운용 중인 59대 F-15K의 현대화와 그 이후의 부품·정비·추가 업그레이드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이어갈 계약 기반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계약을 “보잉이 182조원짜리 전투기 계약을 따냈다”고 설명하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미국이 만든 것은 F-15 몇 대의 주문서가 아니다.

필요하면 새 F-15를 생산하고 오래된 F-15의 눈과 귀와 두뇌를 계속 교체하며 미국과 동맹국의 기체를 2037년까지 유지·개량할 수 있도록 만든 거대한 우산계약이다.

그리고 이 계약은 F-15가 왜 반세기가 지나도록 살아남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전투기의 수명은 더 이상 설계연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체의 구조적 수명이 남아 있고, 센서와 전자전 체계와 컴퓨터, 무장을 계속 새롭게 바꿀 수 있다면 전투기의 역할도 함께 연장될 수 있다.

F-35와 KF-21이 등장했는데도 한국이 F-15K에 수조원을 다시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 전투기가 생겼다고 모든 임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텔스 전투기가 적의 눈을 피해 들어가는 시대에도, 많은 장거리 무장을 싣고 먼 거리에서 화력을 제공할 플랫폼은 필요하다. 결국 Eagle Crest가 보여주는 것은 오래된 F-15의 단순한 생명연장이 아니다.

현대 전투기의 경쟁력이 ‘언제 만들어졌느냐’에서 ‘얼마나 계속 새롭게 바꿀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변화가 F-15를 다시 2037년 이후의 전투기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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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록 기자
parkroc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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