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8-13 13:23 (목) 08.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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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이제 ‘빛’으로 연결한다…CPO가 바꾸는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이제 ‘빛’으로 연결한다…CPO가 바꾸는 데이터센터

GPU 성능 경쟁 넘어 전력·통신 병목 해결전…삼성·TSMC부터 국내 장비업계까지 기술 경쟁

AI가 부른 '구리의 한계'…데이터센터, 빛으로 연결한다

연산 칩 옆에 광학엔진 붙이는 '공동패키징광학(CPO)' 급부상

2032년 세계시장 29억달러 전망…'열·수율·표준화' 세 개의 벽이 승부처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의 승부처가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GPU 한 개가 얼마나 빨리 계산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수천·수만 개의 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시스템 전체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좌우한다.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가 확산되며 데이터센터가 처리할 데이터가 폭증하자, 연산 성능만 끌어올려서는 병목을 풀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3-1 AI 데이터센터의 구리 연결 한계를 넘어 빛으로 이동하는 차세대 반도체 통신 혁명.png
AI 데이터센터의 구리 연결 한계를 넘어 빛으로 이동하는 차세대 반도체 통신 혁명

■ 왜 '연결'이 문제인가

AI 데이터센터는 수많은 GPU와 가속기를 병렬로 묶어 거대 모델을 학습·추론한다. 문제는 칩의 연산력이 빨라질수록, 칩과 칩 사이에서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인터커넥트가 발목을 잡는다는 점이다. 기존 구조는 연산 칩과 광 트랜시버를 구리 배선으로 잇는데, 전송량과 거리가 늘수록 신호 손실과 발열, 전력 소모가 급격히 커진다. 업계가 "구리의 한계"를 말하는 배경이다.

대안으로 떠오른 기술이 **공동패키징광학(CPO·Co-Packaged Optics)**이다.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꾸는 광학 엔진을 연산 칩 바로 옆에 집적해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방식이다. 구리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옮겨 손실과 전력 소모를 낮춘다.

■ 시장도, 빅테크도 움직였다

시장 기대는 뜨겁다. 리서치앤드마켓 전망에 따르면 세계 CPO 시장은 2026년 약 6억달러에서 2032년 약 29억달러로 성장하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29.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선두는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3월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CPO 스위치 '퀀텀-X'와 '스펙트럼-X'를 공개하며, 기존 착탈식(플러거블) 방식 대비 신호 무결성 63배, 전력 효율은 최대 3.5배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최근 회사 측 자료에서는 전력 효율 개선폭을 5배로 제시하고 있다. 인피니밴드용 '퀀텀-X'는 엔비디아 최초의 CPO 스위치로 2026년 6월 실전 배치가 시작됐고, 이더넷용 '스펙트럼-X'도 2026년 공급에 들어갔다. TSMC와 코닝, 폭스콘 등이 광학 공정과 공급망 구축에 함께 참여했다. 삼성전자와 브로드컴 역시 관련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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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와 광학 엔진을 하나의 패키지에 통합하는 CPO 핵심 구조와 데이터 이동 원리

■ 국가가 나섰다…"공정 생태계 전쟁"

CPO는 광소자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실리콘 포토닉스, 첨단 패키징, 정밀 본딩, 광섬유 연결, 열관리, 유리기판, TGV(유리관통전극), 검사·측정 기술이 동시에 발전해야 완성된다. CPO 경쟁이 사실상 '공정 생태계' 경쟁으로 불리는 이유다.

각국 정부도 뛰어들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월 29일 글로벌파운드리스와 최대 3억달러 규모의 반도체법(CHIPS) 연구개발 지원 의향서(LOI)를 체결하고, AI 인프라용 실리콘 포토닉스와 첨단 패키징의 자국 내 생산 역량을 키우기로 했다. 이 발표에는 AMD·브로드컴·시스코·코닝·루멘텀·마벨·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퀄컴 등 주요 기업이 일제히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만 이는 아직 확정 지원이 아닌 의향서 단계로, 최종 계약까지는 협상 절차가 남아 있다.

3-3 초정밀 레이저 본딩과 유리기판 가공이 결정하는 CPO 첨단 패키징 제조 현장.png
초정밀 레이저 본딩과 유리기판 가공이 결정하는 CPO 첨단 패키징 제조 현장

국내 장비·소재 기업도 움직인다. 레이저쎌은 접합부만 짧게 선택 가열하는 대면적 레이저 본딩 기술을 개발해 올 상반기 글로벌 CPO 모듈 제조사로부터 양산 장비 1호기를 수주했다. 레이저앱스는 유리 내부에 플라즈마 융해점을 만들어 미세균열을 억제한 유리 절단·TGV 가공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수주'와 '산업 표준 확보'는 구별해야 한다. 대규모 양산라인에서 수율·처리량·유지보수 비용·경제성까지 검증돼야 비로소 상용화 성과를 말할 수 있다.

■ 장밋빛만은 아니다…'세 개의 벽'

유력한 차세대 기술이라는 사실과 상용화가 쉽다는 것은 별개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벽을 지적한다.

첫째는 열과 신뢰성이다. 뜨거운 연산 칩 바로 옆에 민감한 광학 부품을 두면 열이 광학 엔진의 성능과 수명을 갉아먹을 수 있다. 둘째는 수율과 비용이다. 여러 칩과 광소자를 한 패키지에 통합할수록, 부품 하나의 불량이 패키지 전체의 손실로 번질 위험이 커진다. 셋째는 표준화와 공급망이다. 광원·광학엔진·패키지 인터페이스가 특정 업체 독자 규격에 쏠리면 생태계 확장이 가로막힌다.

3-4 삼성·TSMC 등 글로벌 경쟁 속에서 커지는 CPO 반도체 공급망과 미래 시장의 확장.png
삼성·TSMC 등 글로벌 경쟁 속에서 커지는 CPO 반도체 공급망과 미래 시장의 확장

■ 대책은…"검증 인프라·표준·인력"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핵심은 특정 기업·기술에 대한 단순 지원을 넘어 '판'을 키우는 데 있다. 대책은 네 갈래로 모인다. △공통 시험·평가 인프라와 신뢰성 기준 마련 △산·학·연 공동 R&D와 국제표준 참여 △양산 조건에서 기술을 검증할 테스트베드 구축 △광학·패키징 전문인력 양성이다. 특히 연구실 시제품과 하루 수만 개를 안정적으로 찍어내는 양산 기술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실증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결국 CPO 경쟁의 승부는 '빛을 쓰느냐'가 아니라, 누가 광학 엔진을 더 안정적으로 만들고 정밀하게 붙이며 결함 없이 높은 수율로 대량 생산하느냐에서 갈린다. AI 반도체의 다음 전장은 GPU 자체를 넘어 그 '주변'으로 옮겨가고 있다. 메모리·패키징·광학·유리기판·장비가 하나의 사슬로 엮이는 지금, 한국의 과제도 분명하다. 개별 기업의 기술력을 넘어 소재·부품·장비와 칩 기업이 촘촘히 연결된 'CPO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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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록 기자
parkroc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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