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교신은 듣고 내부자는 포섭했다…중국군 출신 2명 사건이 드러낸 ‘저강도 정보전’의 빈틈

두 사건은 서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은 별개의 사건이다. 그러나 수법은 묘하게 맞물린다. 한 명은 군 공항 밖에서 전파를 수신해 군용기와 관제탑의 교신을 수집했다.
또 다른 한 명은 주한미군 기지 주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며 내부 근무자를 통해 한미연합훈련과 지휘부 관련 자료를 확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자는 장비를 이용한 신호정보 수집에 가깝고 후자는 사람을 통해 정보를 얻는 전형적인 인적정보 수집 방식이다.
경찰 수사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번 사건은 최첨단 해킹이나 군 내부망 침투 없이도 군사기지 주변의 공개된 공간과 인간관계만으로 상당한 정보가 수집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호텔방 하나가 감청 거점이 됐다
60대 중국 국적 A씨가 사용한 장비는 소프트웨어 정의 라디오, 즉 SDR(Software Defined Radio) 수신기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전북 군산공항에서 1㎞도 떨어지지 않은 호텔에 SDR 수신기와 안테나, 노트북을 설치하고 한미 전투기와 관제시설 사이의 교신을 여러 차례 수신한 혐의를 받고 있다.
AP는 경찰 발표를 인용해 A씨가 2024년부터 여러 차례 비슷한 방식으로 한미 군용기와 관제탑 통신을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SDR의 특징은 전용 무전기처럼 특정 용도에 고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하드웨어 대부분을 그대로 두고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방식으로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수신할 수 있다.
기술 자체는 합법적인 연구나 아마추어 무선, 항공기 추적 등에 폭넓게 쓰인다. 그러나 군사시설 인근에서 특정 군용 통신을 지속적으로 수집하면 의미가 전혀 달라진다.
개별 교신 하나만 놓고 보면 별 가치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수집하면 훈련 시작 시간과 출격 빈도, 특정 기종의 활동패턴, 관제절차, 부대 운용시간 같은 정보가 축적될 수 있다.
정보기관이 신호정보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도 반드시 한 번의 결정적인 기밀이 아니다. 작은 데이터가 반복될 때 나타나는 패턴이다.
A씨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통신을 수신했고 그 정보가 군사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었는지는 앞으로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경찰은 현재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을 포렌식해 수집 자료가 중국으로 전송됐는지, 별도의 지시나 배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또 다른 사건은 장비가 아니라 ‘사람’을 노렸다
40대 중국 국적 B씨 사건은 전혀 다른 방식이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 인근에서 미군 군용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운영했다.
그리고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여성 C씨에게 접근해 한미연합훈련과 인사 관련 자료 등을 넘겨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P는 경찰이 B씨가 C씨에게 금전을 지급했고 두 사람이 연인관계였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B씨가 확보한 것으로 경찰이 파악한 자료에는 한미연합훈련 관련 정보와 미군 지휘부 인사자료, 취임식 사진 등이 포함됐다.
기지 내부의 무기 이동을 직접 관찰하고 촬영한 혐의도 있다. 캠프 험프리스는 단순한 미군 주둔지가 아니다.
미 육군 공식 설명에 따르면 주한미군의 핵심 허브이자 미 8군과 미 2사단 주요 지휘부가 위치한 곳이며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미 육군 비행장 가운데 하나도 이곳에 있다.
따라서 기지 내부의 부대 이동이나 지휘관 교체, 훈련 일정은 개별 자료만으로는 기밀성이 낮아 보이더라도 여러 정보와 결합될 경우 군의 준비태세와 운용 패턴을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도 여기에 있다. B씨가 해킹으로 시스템에 침입한 것이 아니라 기지 주변에서 정상적인 상업활동을 하면서 사람과 관계를 맺었다는 점이다.
현대 정보활동에서 가장 오래됐지만 여전히 효과적인 방식인 ‘사람을 통한 접근’이다.
서로 다른 사건인데도 닮아 있는 한 가지
현재까지 경찰은 A씨와 B씨가 서로 연결돼 있거나 하나의 조직의 지시를 받았다고 밝히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과거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복무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 사실만으로 중국 정부 또는 중국군이 배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중국 공산당이나 정보기관과의 현재 관계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 사건을 함께 볼 필요가 있는 이유는 수법이다.
A씨 사건에서는 군사시설 밖에서 전자장비를 이용한 수동적인 정보수집이 이뤄졌다. B씨 사건에서는 기지 주변의 사업과 개인적 관계를 이용해 내부 정보에 접근했다.
하나는 신호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다. 현대 정보전에서는 이런 서로 다른 정보가 결합될 때 가치가 커진다.
예를 들어 특정 기지에서 평소보다 통신량이 증가하고 군용기 출격이 늘었다는 외부 관측 정보에 내부 훈련 일정이나 부대 이동정보가 더해지면 단순한 관찰보다 훨씬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다만 현재 수사에서 두 사건 사이의 실제 연결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하나의 중국 정보망으로 묶는 것은 아직 근거가 없다.
현 단계에서는 서로 독립된 사건에서 서로 다른 전형적인 정보수집 방식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정도가 가장 정확하다.

이번 사건이 완전히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군사시설 주변에서 중국 국적자 등이 군사기지를 촬영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반복됐다.
2025년 국가정보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적자들이 국내 군사시설을 무단 촬영하다 적발된 사례가 여러 차례 확인됐다.
2025년 한 해에만 중국과 대만 국적자 7명이 국내 군사시설을 촬영하다 적발됐다는 경찰 자료도 공개됐다.
올해 5월에는 수원과 오산의 군사시설에서 군용기와 관제시설 등을 수백장 촬영한 중국인 2명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외국인의 군사정보 수집 행위에 형법상 일반이적죄가 적용돼 실형이 선고된 첫 사례로 평가됐다.
문제는 이런 사례의 성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 촬영에서 시작해 이번에는 무선교신 수집과 내부 관계자 포섭까지 등장했다.
군사시설을 둘러싼 정보수집 방식이 눈으로 보는 수준에서 전파와 인간관계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법은 왜 이들을 ‘간첩’으로 기소하지 못하나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은 적용 법률이다. 두 사람이 외국의 군 출신이고 군사정보를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경찰은 간첩죄가 아니라 일반이적죄 등을 적용했다.
이유는 현행 형법의 구조 때문이다. 기존 간첩죄는 기본적으로 ‘적국’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한국 법체계에서 사실상 북한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조항이어서 중국이나 다른 외국을 위해 정보를 수집한 경우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 2월 국회는 형법을 개정했다. 새 조항은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해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하는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하지만 시행일이 문제다. 개정법은 오는 **9월 13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사건의 범행은 그 이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형벌불소급 원칙상 새로운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다.
경찰이 일반이적죄와 통신비밀보호법, 군사기지 관련 법률 등을 적용한 이유다. 경찰이 이번 사건 발표에서 개정 간첩죄 시행을 직접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기관의 법적 대응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개정 간첩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법이 바뀐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외국 정보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 간첩죄 역시 외국을 위해 국가기밀을 탐지하거나 전달했다는 구성요건을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외국인이 군사기지 주변에서 사진을 찍거나 무선을 수신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간첩죄가 성립하는 구조는 아니다.
외국 정부나 단체와의 관계, 수집한 정보의 성격, 정보의 전달 여부와 고의성 등을 수사기관이 증명해야 한다. 이번 두 사건에서도 같은 문제가 남아 있다.
A씨가 중국 당국의 지시를 받아 군용 통신을 수집했는지, 확보한 자료를 실제로 중국에 넘겼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B씨 역시 중국 정보기관이나 군 당국과 연결됐다는 증거가 공개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두 사람을 ‘중국 간첩’으로 단정하는 것은 수사 결과보다 앞선 표현이다.
확인된 것은 두 사람이 중국군 복무경력이 있고, 군사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한 혐의로 구속됐다는 점까지다.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군사기지 주변에서 중국 국적자의 정보수집 의혹이 제기되는 사례는 최근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나타났다.
필리핀에서는 지난해 중국인들이 해군기지와 주요 시설의 사진과 지도를 수집한 혐의로 체포됐다.
로이터는 일부 피의자들이 드론을 이용해 필리핀 해군 관련 시설을 촬영한 혐의를 받았고,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과 연결된 단체에서 활동한 이력도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관련 단체들이 정부와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군은 2024년에도 군사기지에 설치된 중국산 감시장비 약 1,300대를 철거했다.
해당 장비들이 중국의 특정 서버에 접속할 수 있도록 설계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시 실제 정보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례의 성격은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현대 군사보안에서 위협은 더 이상 군 내부의 비밀문서만 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지 주변의 카메라와 무선신호, 상업시설, 민간인 고용자,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까지 모두 정보수집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보안의 약한 고리는 ‘기지 밖’에 있었다
이번 사건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문제도 여기 있다. 군사기지는 내부 통제가 매우 강하다.
출입증을 확인하고 주요 구역에서는 촬영을 제한하며 군사자료에 대한 접근권한도 관리한다. 하지만 기지 밖의 호텔방이나 상점까지 군이 직접 통제할 수는 없다.
A씨는 군산공항 내부에 들어가지 않고도 가까운 호텔에서 무선신호를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역시 캠프 험프리스 정문 주변에서 군용품 매장을 운영하면서 기지 근무자와 관계를 맺었다.
두 사건 모두 군사시설의 가장 단단한 내부 보안을 정면으로 뚫은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경계선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군사기지가 점점 대형화되고 민간지역과 맞닿으면서 이런 회색지대는 커지고 있다.
특히 캠프 험프리스는 주한미군의 핵심 허브이면서 평택 도심과 가까운 거대한 군사도시다. 외부인의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대응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기지 주변의 모든 외국인을 잠재적 위협으로 취급하는 방식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대신 반복적인 군사시설 관찰이나 비정상적인 무선수신, 내부 직원에 대한 금전 제공과 자료 요구처럼 위험 징후를 식별하는 보안체계를 정교하게 만드는 쪽이 중요하다.
사건 발표 시점도 예민하다
이번 사건이 공개된 시점도 군사적으로 민감하다. 한미 양국은 오는 17일부터 27일까지 대규모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실시한다.
올해 훈련에는 약 1만8000명의 한국군이 참여하고 드론과 GPS 교란, 사이버전 등 최근 변화한 전쟁양상도 훈련에 반영될 예정이다.
A씨의 과거 입국시기 일부가 한미훈련 기간과 겹친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B씨가 확보한 혐의를 받는 자료에도 UFS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경찰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군용품 사업 목적이라는 두 사람의 진술보다 실제 입국 시점과 훈련 일정, 수집자료의 내용, 중국과의 통신기록 등을 종합해 범행 목적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씨의 기기에서 특정 훈련 시기마다 반복적으로 같은 주파수를 수집한 흔적이 발견되는지, B씨가 자료를 확보한 직후 외부에 전달한 기록이 있는지가 배후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자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진짜 핵심은 ‘중국군 출신’보다 정보가 어디로 갔느냐다
두 피의자가 모두 인민해방군 출신이라는 사실은 분명 눈에 띈다. 하지만 수사의 핵심을 그 경력에만 둘 필요는 없다.
중국군 출신이라는 사실은 정보수집 기술이나 군사정보에 대한 이해도를 설명하는 중요한 정황일 수 있지만, 그 자체로 현재 중국 정부를 위해 활동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밝혀져야 할 것은 훨씬 구체적이다.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수집한 정보를 어디에 저장했는지,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다.
경찰이 휴대전화와 노트북의 디지털포렌식에 집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군 경력이 아니라 정보의 최종 목적지다.
그 연결고리가 중국 정부나 정보기관까지 이어진다면 사건은 외국 정보기관의 대 한국 정보활동으로 확대된다.
반대로 그런 연결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개인적인 불법 정보수집 사건으로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의 의미도 크게 달라진다.
한국의 방첩 체계도 ‘북한 중심’에서 바뀌는 중이다
한국의 방첩제도는 오랫동안 북한이라는 명확한 적을 중심으로 설계돼왔다.
그러나 경제와 인적교류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정보활동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 법체계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오는 9월 13일 시행되는 간첩죄 개정은 그 변화의 상징이다. 적국만을 대상으로 했던 간첩죄가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까지 확대된다.
이번 사건은 공교롭게도 그 제도 변화 직전에 발생했다. 한 명은 군사통신을 수집했고 다른 한 명은 내부자를 통해 자료를 확보했다.
둘 다 중국군 출신이지만 중국 정부와의 연결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수사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두 사람을 얼마나 강하게 처벌하느냐에 있지 않다.
한국이 앞으로 외국의 정보활동을 어떤 기준으로 식별하고, 어디까지를 합법적인 관찰과 취미로 보며, 어느 순간부터 국가안보 침해 행위로 판단할지 기준을 세우는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첨단 정보전이라고 해서 항상 위성을 해킹하거나 군 내부망을 뚫는 것은 아니다.
호텔방의 안테나 하나와 기지 앞 작은 가게, 그리고 내부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 한 명으로도 정보수집은 시작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드러낸 가장 큰 빈틈도 거기에 있다. 군사기지의 가장 약한 곳은 높은 담장 안쪽이 아니라, 그 담장 바로 바깥에서 흘러나오는 신호와 사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