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대의 드론이 모스크바를 덮쳤다…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후방 파괴전'이 됐다

러시아는 대부분을 요격했다고 밝혔지만, 물류 시설과 산업단지, 석유 저장시설 인근에서 화재와 피해가 발생했고 주민들도 다쳤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탄도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표면적으로는 보복의 연속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공방은 단순한 '맞보복'이 아니다. 전쟁의 무게중심이 전선의 영토 쟁탈전에서 상대 후방을 마비시키는 장거리 소모전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드론은 러시아의 후방을, 탄도미사일은 우크라이나의 시간을 노린다
양측은 서로 다른 무기로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선택한 것은 장거리 드론이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국가다.
모든 석유 시설과 군수창고, 철도망, 물류거점을 동시에 방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크라이나는 이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번 공격이 모스크바 인근 물류 시설과 석유 저장시설을 겨냥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흑해에서는 러시아의 '유령 선단'으로 불리는 제재 회피용 선박과 화물선도 공격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러시아는 탄도미사일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탄도미사일은 음속을 훨씬 넘는 속도로 비행해 발사 후 수 분 안에 목표에 도달한다.
우크라이나는 제한된 방공망으로 이를 모두 막기 어렵고 민간인도 대피할 시간이 거의 없다. 즉, 우크라이나는 공간을 공격하고 러시아는 시간을 공격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400대의 드론'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 능력이다
이번 공습에서 눈여겨볼 것은 드론 숫자만이 아니다. 400대 규모의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드론을 대량 생산하고 지속해 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러시아도 탄도미사일 사용을 늘리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가 7월 들어 발사한 탄도미사일 수가 월간 생산량을 넘어섰으며 비축분까지 사용해 공격 빈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드론보다 명중 가능성이 높은 무기를 우선 투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 전쟁의 승패는 단순한 전술보다 얼마나 오래 드론과 미사일을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느냐에 점점 더 좌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반복적으로 석유 저장시설과 정유시설을 노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연료는 군대의 혈액과 같다. 전차와 전투기, 군용트럭, 철도는 모두 석유 공급에 의존한다.
석유 저장시설을 파괴하면 단순히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군수 물류와 산업 생산, 철도 운송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의 발전시설과 에너지 인프라를 꾸준히 공격해 왔다. 결국 양측 모두 상대의 군대보다 상대의 경제 기반과 전쟁 지속 능력을 먼저 흔드는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다.
젤렌스키는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간과하기 쉬운 또 하나의 변수는 우크라이나 내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국방장관 교체를 포함한 정부 개편 이후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젊은 개혁파로 평가받던 미하일로 페도로프 전 국방장관의 경질을 계기로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군 지휘부 운영 방식을 둘러싼 논쟁도 확산하고 있다.
일부 해외 보도에서는 총사령관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공식적으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즉, 젤렌스키는 러시아와의 전쟁뿐 아니라 전시 체제를 둘러싼 국내 정치적 갈등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모스크바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은 군사적 목적뿐 아니라 국민에게 전쟁 수행 의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메시지의 성격도 갖는다.
영토보다 '전쟁 지속 능력'을 겨루는 시대
2022년 전쟁 초기의 핵심은 도시와 영토였다. 2026년의 핵심은 다르다. 누가 더 오래 드론을 만들 수 있고, 누가 더 많은 미사일을 비축했으며 누가 상대의 물류와 에너지 체계를 먼저 무너뜨릴 수 있는가.
전쟁의 중심이 전선에서 후방으로 이동하면서 군수공장과 석유 저장시설, 물류센터, 데이터와 공급망이 새로운 전략 목표가 되고 있다.
이번 모스크바 공습은 러시아 수도를 향한 상징적 공격이라는 의미를 넘어, 전쟁이 '영토를 빼앗는 전쟁'에서 '국가의 전쟁 지속 능력을 소모하는 산업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앞으로의 승부는 한 번의 대공세보다 누가 더 오래 생산하고 더 오래 버티며 더 오래 상대 후방을 압박할 수 있는가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