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7-22 09:35 (수) 07.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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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AI가 동시에 흔드는 월가…지금 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

전쟁과 AI가 동시에 흔드는 월가…지금 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유가보다 '성장의 균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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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미국 증시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다.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고 미군이 연일 이란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면서 중동 정세는 다시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여기에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국제유가는 즉각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89달러를 넘어섰고 뉴욕증시는 다우지수가 30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시장의 반응을 단순히 '전쟁 공포'로만 해석하기에는 부족하다. 투자자들이 진짜 우려하는 것은 유가 자체보다 전쟁이 세계 경제와 기업 투자 심리를 얼마나 오래 흔들 수 있느냐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된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겹치면서 시장은 지정학적 위험을 넘어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전쟁은 에너지를 흔들고, 에너지는 세계 경제를 흔든다

중동은 여전히 세계 에너지 시장의 심장부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곳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하거나 선박 운항이 차질을 빚으면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할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은 단순히 석유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물류비와 운송비가 오르고 제조업 원가가 상승하며 결국 소비자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연쇄효과를 만든다.

미국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것은 휘발유 가격이며, 이는 소비심리와 기업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유가 상승은 증시와 금리, 기업 이익을 동시에 흔드는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한 명이 희생될 때마다 몇 배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시장에는 갈등 장기화 가능성을 키우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전쟁 그 자체보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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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시장의 시선은 이미 AI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날 기술주의 움직임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장 초반 3% 넘게 상승했지만, 대부분 상승폭을 반납했고 시장에서는 AI 산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최근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AI 기업들이 잇따라 새로운 대형 언어모델을 공개하며 미국 빅테크와 경쟁 가능 수준이라 주장하고 있다. 알리바바 주가가 4% 넘게 상승한 것도 이러한 기대를 반영한다.

중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전략을 내세우며 미국 중심의 AI 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AI 산업 자체의 성장성이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들은 GPU,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는 앞으로도 AI 수요가 지속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만약 기업들의 AI 투자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하거나 실제 수익 창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지금의 투자 구조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I 산업이 반도체 기업과 데이터센터 운영사, AI 개발사 간 초대형 계약에 의존하고 있으며 AI 수요가 둔화한다면 현재의 투자 열풍 자체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는 두 개의 위험을 동시에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번 뉴욕증시 하락은 단순한 하루의 조정이 아니다. 시장에는 지금 두 개의 거대한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

하나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에너지 가격과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험이다.

다른 하나는 AI 산업이 현재와 같은 성장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조적 의문이다. 그동안 미국 증시는 AI가 미래 경제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전쟁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동시에 AI 투자에 대한 의문까지 커진다면 시장을 지탱하던 두 축 모두 흔들릴 수 있다.

결국 투자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유가 상승 자체가 아니다. 전쟁이 세계 경제를 둔화시키고 AI 성장 신화에 균열을 만들 가능성이다.

이번 시장의 흔들림은 단기적인 지정학적 충격이 아니라 글로벌 성장의 축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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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기자
fiow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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