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숫자를 둘러싼 논쟁, 플랫폼 수수료의 진짜 얼굴은?
- 배달앱 부담률 26.2% 최고, 의존도는 3년 새 급등…투명성·협상력 보완이 해법
- 중기중앙회 조사 vs 온라인쇼핑협회 반론까지, 비용 구조를 쉽게 풀었다
- 멈춰 선 입법과 미국·EU 사례로 본 중소기업·플랫폼·소비자의 균형점
온라인 플랫폼이 중소기업의 판로를 넓히는 동시에 비용과 의존도를 함께 키우는 ‘양면의 인프라’가 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6월 18일부터 7월 3일까지 온라인쇼핑몰(650개사)·배달앱(350개사)·숙박앱(250개사) 입점업체 1,250곳을 조사한 결과, 중개수수료·광고비·정보이용료 등을 합한 총 거래비용은 월평균 매출의 21.7%였다. 매출 100만원 가운데 평균 21만7천원이 플랫폼 거래와 관련된 비용으로 나가는 셈이다.
■ 배달앱 26.2%…비용의 절반 가까이는 중개수수료
유형별 부담률은 배달앱 26.2%, 온라인쇼핑몰 20.6%, 숙박앱 18.3%였다. SBS가 전한 세부 내역에 따르면 배달앱 비용은 중개수수료 42.0%, 배달비 29.9%, 광고비 15.6%, 결제수수료 12.4%로 구성됐다. 개별 응답 기준 최고 부담률은 온라인쇼핑몰·배달앱 45%, 숙박앱 40%였다. 다만 이는 평균이 아닌 개별 업체의 최고 응답값이므로 시장 전체의 일반적인 수수료율로 읽어서는 안 된다.
■ 비용은 오르고 의존은 깊어지고
전년 대비 평균 부담률은 배달앱 5.2%포인트, 온라인쇼핑몰 2.0%포인트, 숙박앱 0.8%포인트 올랐다. 의존도도 가팔라졌다. 주거래 플랫폼 매출 비중이 75% 이상인 사업자 비율은 2024~2026년 배달앱 3.0%→10.3%→23.7%, 온라인쇼핑몰 9.1%→52.2%→69.5%, 숙박앱 8.0%→31.0%→39.2%로 뛰었다. 온라인쇼핑몰 입점업체의 53.7%는 매출 전부를 주거래 쇼핑몰 한 곳에서 올린다고 답했다.
플랫폼은 검색·추천·광고·결제·물류·고객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지만, 입점업체는 플랫폼을 떠나는 순간 매출 급감을 감수해야 한다. 노출 순위와 수수료 정책 하나에 생존이 흔들리는 구조에서 계약조건 변경이나 광고비 인상에 대응할 수단은 제한적이다.
■ 불공정 경험과 체감 못 한 차등수수료제
불공정·부당행위를 겪었다는 응답은 온라인쇼핑몰 17.8%, 배달앱 14.0%, 숙박앱 9.2%였다. 쇼핑몰은 ‘부당 반품’, 배달앱은 ‘소비자 응대·배상 책임 회피’, 숙박앱은 ‘불필요한 광고·부가서비스 가입 강요’가 주요 사례였다. 배달앱 차등수수료제의 비용 절감 효과를 체감했다는 응답은 15.1%에 그친 반면 ‘변화 없음’ 49.4%, ‘도움 안 됨’ 35.4%였다. 그 이유로는 ‘인하해도 여전히 수수료가 높다’와 ‘배달비 체계 변동으로 부담이 그대로’가 각각 35.5%였다. 입점업체들은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배달앱 66.9%, 쇼핑몰 62.2%, 숙박앱 50.0%)과 총수수료 상한제(51.1%)를 요구하고 있다. 같은 토론회에서 한 외식업 대표는 지난해 매출 약 10억원 중 배달앱 수수료로만 3억원을 냈다고 호소했다.

■ “성격 다른 비용 단순 합산”…업계의 반론
쿠팡 등이 속한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발표 당일 입장문을 내고 조사 해석에 문제를 제기했다. 21.7%는 중개수수료율이 아니라 광고비·결제수수료·배달비·정보이용료·부가서비스 비용을 모두 합친 값이며, 광고와 부가서비스는 판매자의 선택이고 배달비에는 실제 배송 서비스의 대가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동일 사업자를 추적한 패널조사인지, 업종·매출 규모 등 표본 구성이 통제됐는지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단면조사의 평균 차이만으로 비용 증가나 의존도 심화를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고 부담률 45%도 해당 업체 수와 비용 항목이 공개되지 않은 극단값이라고 반박했다. 네이버·쿠팡·우아한형제들 등이 회원사인 인터넷기업협회도 지난 11일 국회 토론회에서 입점업체 피해 사례의 개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곧바로 상한제의 근거로 삼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멈춰 선 입법, 해외가 주는 시사점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여야 의원이 각각 발의한 배달플랫폼 수수료 규제 법안 3건이 계류돼 있지만, 16일 법안소위 상정은 여야 합의 불발로 무산됐다. 정무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15% 상한의 실증 근거, 광고비 포함에 따른 경영 판단 제약, 미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 등을 쟁점으로 짚었다. 미국 일부 도시는 2020년 15% 상한을 도입했으나 소비자 배달비 증가 등 ‘풍선효과’ 논란이 이어졌고, 샌프란시스코는 이후 15~30% 구간의 서비스 등급을 허용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은 요율을 직접 정하기보다 대형 게이트키퍼에 공정·합리·비차별적 접근 조건을 요구하는 방식을 택했다.
■ 해법은 상한보다 ‘투명성과 협상력’
쟁점은 플랫폼을 쓰지 말자는 데 있지 않다. 플랫폼은 영세 사업자에게 검색·결제·물류·고객 접점을 제공하고, 소비자는 한 화면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비교할 수 있다. 문제는 한 사업자가 판매 경로와 노출 순서, 광고 조건, 정산 규칙을 동시에 쥘 때 생긴다. 총액만 강조하면 배송·결제 서비스의 실제 원가가 가려지고, 서비스 대가만 강조하면 영세 사업자의 협상력 부족이 사라진다.
첫째, 중개수수료·결제수수료·광고비·배송비·부가서비스 이용료를 표준 항목으로 분리 공개하고 필수·선택 여부와 산정 기준(매출 또는 건당)을 명시해야 한다. 둘째, 요율·광고상품 변경의 사전 통지, 노출 기준 설명, 부당 반품과 일방적 비용 전가 금지, 신속한 분쟁조정 절차가 필요하다. 셋째, 공동 물류·공동 브랜드·지역 온라인몰·공공 배달앱 등 복수 판매채널과 공동협상을 지원해 한 플랫폼 의존 위험을 낮춰야 한다. 총수수료 상한은 예측 가능성을 높이지만 서비스 축소와 소비자 가격 전가 가능성을 함께 따져 시장 지위와 거래 유형에 따라 단계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는 플랫폼 거래의 부담을 수치로 드러냈지만, 1,250개사의 설문만으로 비용 구조나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다. 정부와 국회는 동일 사업자 패널조사와 항목별 원자료, 업종·규모별 통계를 정례화하고, 플랫폼은 수수료 산정 근거와 노출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가격과 편의의 이면에 있는 거래비용이 모두에게 투명하게 보일 때 지속 가능한 사회적 합의도 가능해진다.
참고: 중소기업중앙회 ‘2026 온라인플랫폼 입점사 거래 실태조사’(2026.9.15) / SBS·한겨레·연합뉴스·헤럴드경제·ZDNet Korea·투데이신문·아시아경제·파이낸셜뉴스·경향신문 /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입장문(2026.9.15), 국회 정무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 Restaurant Dive·Chamber of Progress(미국 수수료 상한 사례), EU 디지털시장법(D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