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PV7 세계 첫 공개…460km 달리고 1.2톤 싣는 ‘대형 전기밴’
- 800V 초급속 충전·최대 8.0㎥ 적재공간…2027년 한국·유럽 출격, 전기 상용차 경쟁 본격화
- 물류·셔틀·소상공인까지 겨냥한 PBV…23종 파생모델로 상용차의 ‘맞춤형 플랫폼’ 실험
- 최대 460km 이상 목표·10→80% 20분대 충전…관건은 가격과 충전 인프라·실제 운용비
기아 PV7, ‘차보다 일하는 플랫폼’으로…전기 상용차 시장에 승부수
기아가 승용 전기차를 넘어 글로벌 상용차 시장으로 전동화 전선을 넓힌다. 그 중심에 대형 전동화 PBV(Platform Beyond Vehicle) ‘PV7’이 섰다. 기아는 2026년 9월 14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서 PV7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PV5에 이은 두 번째 전용 PBV로, 2027년 하반기 한국과 유럽에 패신저 롱과 카고 롱을 먼저 출시할 계획이다.
PV7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큰 전기밴’이어서가 아니다. 승용 전기차의 경쟁 기준이 주행거리와 충전 성능이었다면 상용차에서는 적재량, 가동률, 충전시간, 수리·정비비와 차량 전체 보유비용(TCO)이 사업자의 수익과 직결된다. 기아는 이를 겨냥해 PV7을 자동차 한 대가 아니라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결합한 사업용 플랫폼으로 설계했다.

최대 8.0㎥ 적재공간…1회 충전 460km 이상 목표
PV7은 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S를 기반으로 한다. 롱 모델은 전장 5,350mm, 전폭 1,995mm, 축간거리 3,500mm다. 71.5kWh와 96.2kWh NCM 배터리를 선택할 수 있고 최고출력은 최대 200kW, 최대토크는 420Nm다. 롱레인지 카고 모델의 WLTP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60km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이 수치는 기아 내부시험에 따른 목표치로, 최종 인증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800V 전기 시스템도 핵심이다. 기아 내부 측정 기준 350kW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20분대 중반이 걸린다. 외부 전기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V2L도 제공한다. 공구와 업무 장비를 차량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어 건설·정비·이동 서비스 분야로 활용 영역을 넓힐 수 있다.
화물차로서의 기본기도 강조했다. 카고 롱의 적재공간은 VDA 기준 최대 6.1㎥, 하이루프 모델은 최대 8.0㎥다. 최대 적재중량은 롱 1,165kg, 컴팩트 1,200kg이다. 롱 모델의 적재고는 550mm로 낮췄으며 800×1,200mm 규격 유로 팔레트 최대 3개를 실을 수 있다.
패신저 모델은 글로벌 기준 최대 9명, 한국에서는 최대 11명 탑승 구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물류차뿐 아니라 기업 셔틀, 관광·렌터카, 다인승 이동 서비스까지 시장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전기밴 시장 커진다…유럽 판매 1년 새 약 70% 증가
PV7이 등장한 시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전기 경상용차(LCV) 판매량은 2025년 43만 대를 넘어 전년보다 45% 증가했다. 유럽에서는 약 20만 대가 팔리며 2024년보다 약 70% 성장했다. 유럽과 중국이 세계 전기 LCV 판매의 약 80%를 차지한다.
2026년에도 전동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EU의 신규 밴 등록은 742,759대로 전년 동기보다 1.9% 늘었다. 이 가운데 충전식 전동화 밴은 41.6% 증가했고 시장점유율도 2025년 상반기 9.5%에서 13.2%로 상승했다.
그러나 시장의 대부분은 여전히 내연기관이다. 같은 기간 디젤 밴의 점유율은 79.1%에 달했다. 전기밴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주류 동력원을 대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기아에는 먼저 시장을 두드린 PV5라는 시험대가 있다. 기아에 따르면 PV5는 2025년 ‘2026 세계 올해의 밴’에 선정됐고, 2026년 8월까지 세계 시장에서 약 39,000대가 판매됐다. PV7은 이보다 큰 적재량과 운송능력을 요구하는 물류·플릿 시장으로 PBV 사업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만 이 판매 실적은 기아가 공개한 집계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에서 ‘움직이는 사업장’으로
PV7의 또 다른 승부처는 소프트웨어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 기반 ‘Pleos Connect’를 적용하고 차량·내비게이션·메시지 등을 자연어로 제어하는 AI 음성 기능을 지원한다. 플릿 사업자를 위한 ‘Kia Business Solutions Portal’에서는 차량 관리와 충전·정비·운영을 통합 관리하도록 했다. 실시간 모니터링과 예측 진단을 활용한 ‘Uptime’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이는 상용차 경쟁의 무게중심이 ‘차량 판매’에서 ‘운영 효율’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송차 100대를 운영하는 사업자라면 차량 한 대의 몇 분보다 전체 차량의 충전 시점과 정비 일정, 고장으로 멈춰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비용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는 카고 컴팩트·롱·하이루프, 패신저 컴팩트·롱과 샤시캡 등을 토대로 최종적으로 23종의 PV7 파생·컨버전 모델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차체 주요 부분을 모듈화하는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을 이용해 길이와 높이, 축간거리와 실내 구성을 용도에 따라 달리하는 방식이다. IAA에는 국내외 31개 특장업체도 초청했다.

문제는 가격·충전망·TCO…‘좋은 EV’만으로 부족하다
넘어야 할 벽도 분명하다. ACEA는 전기밴 보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충전 인프라 부족, 높은 에너지 비용, 불리한 총보유비용과 국가별로 일관되지 않은 정책 환경을 지목한다. 2025년 유럽에는 이미 70종이 넘는 배터리 전기밴이 판매됐지만 전동화 비중은 여전히 낮았다.
상용차는 승용차보다 이 문제가 민감하다. 차량이 충전소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곧 영업하지 못하는 시간이다. 배터리를 크게 만들면 주행거리는 늘지만 차량 가격과 중량이 증가할 수 있다. 반대로 작은 배터리는 구매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장거리 배송에서 충전 부담이 커진다.
PV7의 실제 경쟁력을 판단하려면 따라서 판매가격, 보조금 이후 실구매가, 실제 적재상태에서의 전비와 주행거리, 충전비, 보험·정비비, 잔존가치까지 확인해야 한다. 현재 기아가 국내 판매가격을 발표하지 않은 만큼 출시 전 단계에서 경제성을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

해법은 ‘차량+충전+데이터’…2027년이 첫 시험대
전기 상용차 확산을 위해서는 차량 성능 개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물류센터와 사업장에 야간 완속·급속 충전시설을 구축하고, 차량별 운행거리와 배터리 잔량을 분석해 충전 순서를 자동 조정하는 플릿 충전 시스템이 함께 보급돼야 한다. 중소 사업자가 초기 구매비용만 보고 판단하지 않도록 내연기관 차량과의 5년 이상 TCO를 비교할 수 있는 투명한 정보 제공도 필요하다.
생산 유연성 역시 관건이다. 기아는 경기도 화성에 PV7을 생산할 EVO Plant West를 구축하고 있으며 2027년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측 자료에 따르면 기존 East 공장과 West가 본격 가동되면 대규모 PBV 생산 기반이 확대된다.
PV7은 전기차가 승용차 중심의 경쟁에서 ‘일하는 자동차’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460km 이상의 목표 주행거리와 800V 충전, 최대 8.0㎥ 공간, 최대 1,200kg 적재능력은 상품성을 설명하는 숫자다. 하지만 상용차 시장에서 최종 성적표를 결정하는 숫자는 따로 있다. 한 달에 며칠을 쉬지 않고 운행할 수 있는지, 1km를 달리는 데 얼마가 드는지, 그리고 몇 년 뒤 사업자에게 얼마나 남는지다. 2027년 실제 판매가 시작된 뒤 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느냐가 PV7의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