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12 11:38 (월) 10.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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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5개 형사재판 모두 멈췄다…헌법 84조가 남긴 ‘미해결 질문’

3줄 요약
  •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에서 시작된 재판 중단…국정 안정과 사법적 책임 사이 헌법 해석 논쟁 장기화
  • 서울고법 첫 판단 이후 다른 재판도 잇따라 추후지정…퇴임 뒤 재개 가능성과 제도적 공백 주목

멈춘 재판 1년 3개월…헌법 84조, '해석'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대통령의 형사재판 5건이 멈춘 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시작은 2025년 6월 9일이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가 같은 달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취소하면서 다음 기일을 잡지 않았다. 재판부가 밝힌 이유는 한 줄이었다.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

1-1 헌법 제84조, 멈춰 선 재판 일정.png

다섯 개의 재판은 이렇게 멈췄다

사건의 궤적은 가팔랐다. 1심은 2024년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025년 3월 항소심은 이를 무죄로 뒤집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5월 1일 무죄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곧바로 5월 15일을 첫 기일로 지정했다가, 5월 7일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 보장"을 이유로 6월 18일로 미뤘다. 그 사이 6월 3일 대선이 치러졌고 당선인은 이튿날 취임했다. 그리고 6월 9일, 남은 기일마저 사라졌다.

'추후지정'은 기일을 연기·변경하면서 다음 기일을 정하지 않는 절차다. 법원이 헌법 84조의 적용 범위에 대해 판단을 내놓은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나머지도 뒤따랐다. 6월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가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을, 이어 위증교사 항소심과 경기도 법인카드 사건이, 마지막으로 7월 22일 수원지법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각각 추후지정했다. 취임 당시 진행 중이던 5개 재판이 모두 정지됐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것이 상급심의 지침이 아니라는 점이다. 법원행정처는 대선 전 국회에 제출한 의견에서 84조 적용 여부는 각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스스로 판단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다섯 개의 독립된 판단이 같은 방향으로 수렴한 결과였다.

1-2 대통령 형사재판 현황과 헌법 해석.png

갈라진 두 글자, '소추'

헌법 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쟁점은 '소추'가 기소만 뜻하는지, 공소 유지와 재판 진행까지 아우르는지다.

넓게 보는 쪽은 형사소송법이 '국가소추주의'라는 표제 아래 검사의 공소 제기와 공소 유지를 함께 규정한다는 점을 든다. 소추가 기소만 의미했다면 헌법이 굳이 '불소추'라 쓸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국가원수가 임기 내내 피고인석에 앉는 상황 자체가 국정 수행과 국가의 대외적 위신에 부담이 된다는 현실론도 뒷받침한다.

좁게 보는 쪽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2025년 5월 서울지방변호사회 세미나에서 '소'는 기소, '추'는 공소 유지라는 분리 해석은 일본에서 제기된 주장일 뿐 국내 선례가 없고 우리 법제에 그대로 적용하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문구에 충실하면 대통령에게 인정되는 것은 불소추특권일 뿐 재판을 받지 않을 특권은 아니며, 취임 후에도 재판은 계속돼 결과에 따라 직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양쪽 모두 헌법 조문을 근거로 삼는다. 어느 한쪽이 억지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헌법 공백이다.

1-3 법정과 헌법 제84조의 쟁점.png

헌재는 답하지 않았다

2025년 6월 재판 연기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 4건이 제기됐지만 헌법재판소는 모두 각하했다. 헌법의 개별 조항 자체는 위헌심사 대상이 아니고, 법원의 재판은 원칙적으로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절차적 이유였다. 각하는 본안 판단이 아니다. 84조의 의미에 관한 헌법적 기준은 여전히 비어 있다.

참고할 선례가 없지는 않다. 헌재는 1995년 12·12 사건 결정(94헌마246)에서 84조의 근본 취지상 대통령 재직 중에는 소추할 수 없는 범죄의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된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시했다. 1996년 5·18 특별법 결정(96헌가2)에서도 재직 기간 시효 정지를 규정한 조항을 '확인입법'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는 재임 중 저지른 범죄의 시효 문제였을 뿐, 취임 전 이미 시작된 재판을 멈춰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아니다.

여론도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

사회적 반응 역시 팽팽했다. 오마이뉴스가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2025년 5월 12~13일 전국 성인 1,009명을 조사한 결과, 피고인 신분 후보가 당선되면 임기 중 형사재판을 정지시키는 형사소송법 개정에 찬성 43.8%, 반대 47.5%로 나타났다(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포인트). 모름은 8.8%였다.

주목할 것은 분포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75.3%가 찬성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약 80%가 반대했다. 헌법 해석 문제가 진영 선호로 치환된 것이다. 실제로 이 쟁점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은 정권의 위치에 따라 여러 차례 이동해왔다. 어느 쪽도 일관된 헌법론만으로 움직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은 양 진영 모두가 감당해야 할 대목이다.

1-4 헌법 84조, 팽팽한 국민 논쟁.png

이미 드러난 부작용, 공동피고인

추상적 논쟁으로만 남지 않았다. 84조는 대통령 개인에게 적용되므로 함께 기소된 공동피고인의 재판은 계속된다. 대장동 사건 민간업자들에 대한 1심은 그대로 진행돼 700쪽이 넘는 판결문과 함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징역 8년,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징역 8년·추징 428억 원, 정민용 징역 6년, 정영학 징역 5년, 남욱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사업의 성격을 유착관계에 따른 부패범죄로 규정했다.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한쪽 피고인들에게는 유죄가 선고되고 다른 한 명의 절차는 멈춰 있는 구조다. 피고인 없는 심리는 속도를 내기 어렵고, 분리된 판결문에 대통령의 관여 여부가 어떤 형태로든 언급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은 대선 기간 민간업자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5차례 불출석해 소환이 취소된 바 있다. 시간이 갈수록 증인의 기억은 흐려지고 증거 관리 부담은 커진다. 재판 지연이 무죄추정을 받는 피고인에게도, 실체 규명을 기다리는 사건 관계인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유다.

다른 나라는 조문으로 답했다

한국만의 고민은 아니다. 다만 해법의 방식이 다르다.

프랑스는 2007년 헌법을 고쳐 대통령이 임기 중 출석 요구·제소·취조·예심·소추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중단된 절차는 임기 종료 한 달 뒤 재개되도록 정했다. 중단의 범위와 재개 시점을 헌법에 직접 써넣은 것이다. 미국 헌법에는 관련 규정이 아예 없어 법무부 내부 방침과 판례가 공백을 메워왔고, 연방대법원은 2024년 7월 6대 3으로 전직 대통령의 직무행위 면책 범위를 판시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반대로 이스라엘은 현직 총리가 재직 중 재판을 받는 길을 택했다.

공통점은 하나다. 조문이 모호할수록 판단은 개별 기관과 정치적 국면에 맡겨지고, 그 부담은 결국 사법부가 떠안는다.

해석의 시간에서 설계의 시간으로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미 2025년 3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해석상 불명확성 해소 방안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내고 해외 사례를 정리하며 제도 정비 필요성을 짚었다. 방향은 대체로 네 갈래로 모인다.

첫째, 84조의 '소추' 범위를 헌법 또는 법률에 명시하는 일이다. 중단이라면 무엇이 중단되고 무엇이 계속되는지, 수사·증거보전·공동피고인 심리는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규정해야 한다. 둘째, 재판 정지 기간의 공소시효 정지를 명문화하는 것이다. 1995년 헌재 결정은 이를 해석으로 인정했을 뿐이어서 법률 근거가 필요하다. 셋째, 임기 종료 후 재개 시점과 집중심리 절차를 미리 정해두는 일이다. 넷째, 증거 보전과 기록 관리 절차의 제도화다. 5년의 공백을 견딜 수 있는 장치가 없으면 재개되는 재판은 껍데기가 된다.

이는 특정 대통령을 겨냥한 논의가 아니다. 앞으로 어느 정당의 후보든 피고인 신분으로 당선되는 상황은 다시 올 수 있다. 그때마다 재판부별 판단과 그날의 정치 지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면 사법 신뢰는 더 깎인다. 시민사회에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1-5 멈춰 선 대통령 형사재판의 쟁점.png

현재의 '추후지정'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다. 문제는 그 쉼표가 얼마나 길어질지, 그리고 다음 쉼표가 찍힐 때 우리가 지금보다 나은 기준을 갖고 있을지다.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수행과 법 앞의 평등은 어느 하나를 버려야 하는 선택지가 아니다. 둘을 함께 지탱할 규칙을 만드는 것, 그것이 헌법 84조가 1년 3개월째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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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숙 기자
eunsou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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