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호 화재의 진실…드론 공격 가능성 부상”
호르무즈 해협 ‘나무호’ 피격…“미상 비행체 2기” 결론 속 커지는 해상 리스크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소속 벌크선 ‘나무호’ 화재 원인을 “미상의 비행체 2기 타격”으로 공식 발표하면서 중동 해역을 둘러싼 해상 안전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사건 발생 엿새 만에 나온 이번 발표는 원인 규명에는 일정 부분 진전을 보였지만, 공격 주체가 여전히 확인되지 않으면서 외교적 긴장은 지속되는 양상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5월 4일 오후 3시 30분경, 나무호 선미 좌현 평형수 탱크 외판이 약 1분 간격으로 두 차례 타격을 받았고, 1차 충격으로 발화된 화재가 2차 충격 이후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선체 외판에는 폭 약 5m, 깊이 약 7m에 달하는 파공이 발생했으며 내부 프레임이 안쪽으로 굴곡된 점을 근거로 외부 폭발 가능성이 제기됐다. 파손 지점이 해수면 위 1~1.5m 높이에 위치한 점도 수중 기뢰나 어뢰 공격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로 지목됐다.

이번 사건은 최근 몇 년간 반복되어 온 호르무즈 해협 해상 위협과도 맥을 같이한다. 국제해사국(IMB)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해적 및 무력 공격 사건은 120건 이상 발생했으며, 이 중 중동 해역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에도 일본 유조선과 노르웨이 선박이 유사한 방식의 공격을 받은 사례가 있어, 비정규전 형태의 해상 위협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외 반응도 엇갈린다. 미국은 사건 직후 특정 국가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며 동맹국의 해양 안보 협력 강화를 압박하고 있는 반면, 한국 정부는 “공격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 측 역시 관련성을 부인하면서 외교적 긴장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 해상 사고가 아닌 ‘저강도 비대칭 위협’의 사례로 보고 있다. 특히 드론, 소형 유도무기, 개조형 폭발체 등 다양한 형태의 비행체가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해상 방어 체계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실제로 글로벌 해운 보험료는 최근 2년간 중동 항로 기준 최대 3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다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선박 자체의 방어 능력 강화가 요구된다. 열 감지 센서, 근접 위협 탐지 레이더, 자동 소화 시스템 등 스마트 안전 장비 도입이 확대되어야 한다. 동시에 정부 차원의 대응도 중요하다. 청해부대와 같은 해외 파병 전력의 임무 범위 재검토, 민간 선박과의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 구축, 그리고 국제 공조 강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외교적 측면에서는 특정 국가를 성급히 지목하기보다 다자 협의체를 통한 공동 조사와 해상 안전 규범 정립이 요구된다. 중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는 접근이 향후 분쟁 확산을 막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나무호’ 사건은 한국 선박이 더 이상 중동 분쟁의 간접 영향권에 머물지 않고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됐음을 보여준다. ‘미상 비행체’라는 결론은 사건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으며, 향후 한국의 해상 안보 전략과 외교 노선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