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 이하였다는데 왜 멈췄나…무안공항 카드뮴 검출의 숨은 쟁점
무안공항 카드뮴 검출이 드러낸 ‘재난 현장 안전관리’의 빈틈
2024년 12월29일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진행 중이던 무안국제공항 인근 유해 재수색 작업이 8일 일시 중단됐다. 발굴 구역 토양에서 발암물질인 카드뮴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수색 당국은 전날까지 유해 추정 물체 39점과 유류품 16점 등을 수거했으나, 현장 안전성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철수를 결정했다. 다만 검출 수치는 국내 토양오염 우려기준(75㎎/㎏ 이하)을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기준치 이하”다. 그럼에도 왜 멈췄을까. 이번 조치는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노출 환경’의 문제라는 점에서 사회적 함의를 남긴다.

카드뮴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중금속이다. 장기 노출 시 신장·간 독성, 폐 손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토양오염 조사에서 중금속 항목 초과 사례의 약 20% 안팎이 카드뮴 관련 수치였다. 산업·금속·배터리·도료 공정과 밀접하다.
항공기 사고 현장은 특수한 공간이다. 항공기 동체 합금, 전자장비, 배터리, 도료 성분 등이 충격과 연소 과정을 거치며 토양에 잔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 재수색은 최대 30㎝ 깊이까지 토양을 파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단순 지표 노출과 달리 분진 발생과 직접 접촉 가능성이 높다. 토양 기준은 일반적 토지 이용 상황을 가정한 수치이지, 고강도 굴착 작업을 전제로 한 산업안전 기준은 아니다.
현장 요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재난 수습은 숭고한 공적 임무이지만, 종사자의 생명·건강 보호 역시 국가의 책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와 기관에 위험 요인 사전 제거 의무를 부여한다. 재난 현장이라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유사 사례는 해외에서도 확인된다. 2010년대 미국 대형 항공사고 당시 연방항공청(FAA)과 환경보호청(EPA)은 초기 단계부터 토양·지하수 정밀 샘플링을 병행했고, 구조 인력에게 고등급 방진 보호구를 지급했다. 국내에서도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이후 재난 현장 대응 매뉴얼에 유해가스·분진 관리 항목이 대폭 강화된 바 있다. 재난은 반복될 수 없지만, 매뉴얼은 축적돼야 한다는 교훈이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사고 직후 환경 정밀조사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점검.
둘째, 환경 기준과 산업안전 기준의 적용 범위 차이.
셋째, 재난 수습 체계에 ‘환경·보건 통합 관리 시스템’이 제도화돼 있는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기준치 이하라 하더라도 누적 노출 가능성, 작업 강도, 보호구 수준 등을 종합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재난 현장에는 경찰·소방·군·민간 인력 등 다수 기관이 참여하는 만큼, 통합 위험평가 체계가 요구된다.
재발 방지를 위해선 세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① 대형 사고 발생 시 환경 시료 채취와 중금속 정밀 분석의 의무화
② 수색 인력에 대한 노출 모니터링 및 건강 추적 시스템 도입
③ 재난 대응 매뉴얼에 환경보건 전문가의 상시 참여 제도화
이번 중단은 과잉 대응이라기보다 사전예방 원칙에 따른 조치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요한 것은 수색 재개 여부보다, 재난 수습 체계가 얼마나 정교해질 것인가다. 숫자는 기준을 말하지만, 안전은 맥락을 요구한다. 재난 대응의 품질은 그 사회의 안전 수준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