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8-29 11:21 (토) 08.29 (토)
죽은 심장을 전기로 깨운다…압전 패치가 연 심장 재생의 가능성

죽은 심장을 전기로 깨운다…압전 패치가 연 심장 재생의 가능성

3줄 요약
  • 멈춘 심장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 심근경색 치료의 한계와 재생의학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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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으로 손상된 심장 표면에 압전 마이크로니들 패치(IEMP/BMSC)가 부착된 모습을 구현한 개념 이미지(일러스트=김현지 작가)
심장은 인간 생존의 핵심 기관이지만 동시에 가장 재생이 어려운 장기 중 하나다. 피부나 간은 손상 뒤 일부 회복이 가능하지만, 심장 근육세포는 한 번 죽으면 거의 다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혈류가 끊긴 부위의 심근세포는 괴사하고 그 자리는 수축 기능이 없는 섬유성 흉터 조직으로 대체된다.

현대 의학은 스텐트 시술로 막힌 혈관을 다시 열 수는 있지만 이미 죽은 심근 자체를 되살리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학계는 오랫동안 줄기세포 치료에 주목해 왔다. 특히 골수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BMSC)는 혈관 생성과 조직 회복 능력으로 심장 재생 분야의 핵심 후보로 연구해 왔다.

그러나 실제 치료에서는 대부분 줄기세포가 심장의 강한 박동과 염증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빠르게 사라지면서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중국 저장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벤스 (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연구에서 압전 효과를 이용한 마이크로니들 패치(IEMP)를 통해 이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줄기세포를 심장 표면에 안정적으로 고정한 뒤 초음파 자극으로 미세 전기를 발생시켜 세포 활성과 생존율을 높였다.

실험 결과 패치를 적용한 쥐 모델에서는 혈관 생성 증가, 섬유화 감소, 심장벽 회복 등이 관찰됐다. 단순히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수준을 넘어 손상된 심장 내부의 재생 환경 자체를 바꾸려는 접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연구는 아직 쥐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 단계다. 실제 인간 치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동물 실험과 장기 안전성 검증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전기·재료공학·재생의학이 결합한 새로운 심장 치료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죽은 심장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줄기세포 치료의 한계와 압전 패치의 등장

심근경색 이후 심장은 왜 스스로 회복하지 못하는가

혈관은 열 수 있어도 죽은 심근은 살리지 못했다. 심근경색은 단순 혈관 질환이 아니다. 관상동맥이 막히면 산소 공급이 끊기고 심근세포가 빠르게 괴사한다. 문제는 심장 근육세포가 피부나 간처럼 재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손상 부위는 새로운 근육 대신 섬유성 흉터 조직으로 채워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심장의 수축 기능은 점점 떨어진다. 결국 좌심실 확장과 만성 심부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 의학은 스텐트와 혈전 제거술로 혈류를 회복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미 죽은 심근 자체를 되살리지는 못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줄기세포 치료다.

특히 골수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BMSC)는 혈관 생성과 조직 회복 능력 때문에 차세대 심장 재생 기술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실제 치료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2018년 네이처 리뷰 심장학(Nature Reviews Cardiology) 리뷰 논문은 심장에 주입된 줄기세포 대부분이 수시간~수일 안에 혈류로 씻겨나가거나 염증 환경 속에서 사라진다고 분석했다. 생착률이 낮다 보니 치료 효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저장대 연구팀도 논문에서 기존 줄기세포 치료의 핵심 문제를 “낮은 세포 유지율과 생존성(poor cell retention and survival)”이라고 설명했다.

“The low retention and poor survival of transplanted stem cells in the hostile ischemic microenvironment severely limit therapeutic efficacy.”

“허혈로 인해 적대적으로 변한 미세환경 속에서 이식된 줄기세포의 낮은 생착률과 생존율은 치료 효과를 심각하게 제한한다.”

즉 심근경색 이후 형성되는 허혈·염증 환경 자체가 줄기세포 생존에 적대적이라는 의미다. 심장의 지속적인 박동과 압력 역시 세포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초음파 자극이 압전 마이크로니들 패치에 전달되면 PLLA 기반 압전 구조에서 미세 전기가 생성되고, 이 전기 자극이 골수 유래 줄기세포(BMSC)를 활성화 모습(일러스트=김현지 작가)
초음파 자극이 압전 마이크로니들 패치에 전달되면 PLLA 기반 압전 구조에서 미세 전기가 생성되고, 이 전기 자극이 골수 유래 줄기세포(BMSC)를 활성화 모습(일러스트=김현지 작가)

초음파가 전기를 만들고 전기가 줄기세포를 깨웠다

저장대 연구팀은 세포 자체보다 ‘세포가 놓이는 환경’에 주목했다. 단순히 줄기세포를 많이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 안에서 오래 살아남고 지속해 활성화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연구진이 선택한 것은 압전(piezoelectric) 소재였다. 압전 효과는 외부 압력이나 진동이 가해질 때 전기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생분해성 고분자 소재인 PLLA(poly-L-lactic acid)를 활용해 압전 특성을 가진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제작했다.

논문에 따르면 패치는 직경 약 9㎜ 크기에 12개의 미세 바늘 구조이다. 일반 바늘처럼 조직을 깊게 찌르는 목적이 아니라 심장 표면과 접촉 면적을 넓혀 줄기세포를 안정적으로 고정하기 위한 설계다.

연구진은 패치 내부에 약 15만 개의 BMSC를 넣어 심근경색이 유도된 쥐의 좌심실 표면에 부착했다. 이후 초음파를 조사하자 패치 내부의 PLLA 구조가 미세하게 진동하며 약 4.6V 수준의 전기를 발생시켰다.

가장 주목된 것은 줄기세포 생착률이었다. 패치 적용 1시간 뒤 세포 부착률은 약 76.5%였고 4시간 뒤에는 96.4%까지 증가했다. 기존 직접 주입 방식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Electrical stimulation significantly enhanced angiogenic paracrine activity and promoted cardiac repair.”

“전기 자극을 받은 줄기세포는 혈관 생성과 조직 회복을 유도하는 신호물질 분비가 크게 증가했고, 이는 손상된 심장 조직 회복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전기 자극 이후 줄기세포에서는 혈관 생성 관련 유전자 발현이 증가했고 심근세포 생존 신호 역시 활성화됐다. 반대로 염증 반응과 섬유화는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의 핵심을 단순 세포 전달이 아닌 “전기 활성 재생 미세환경(electroactive regenerative microenvironment)”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즉 줄기세포 치료의 방향이 단순 주입에서 벗어나 세포가 살아남고 기능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설계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압전 재생 기술은 실제로 무엇을 바꾸고 있는가

심장은 단순한 근육이 아니라 ‘전기 기관’이다

심장은 단순한 펌프가 아니라 전기 신호로 움직이는 기관이다. 동방결절(SA node)에서 발생한 전기 자극이 심장 전체로 전달되며 규칙적인 박동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심근세포뿐 아니라 이 전기 신호 체계도 함께 무너진다. 정상 심근은 ‘Connexin-43(Cx43)’ 같은 단백질을 통해 세포끼리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손상 부위는 흉터 조직으로 바뀌며 연결이 끊어진다. 결국 심장은 기능뿐 아니라 전기적으로도 단절된 상태에 놓인다.

이번 저장대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손상 부위를 메우는 수준이 아니라 심장 내부의 전기적 소통 환경 회복까지 시도했다는 점이다.

논문에 따르면 IEMP/BMSC 치료군에서는 전기 신호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Connexin-43 발현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연구진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The expression of connexin-43 was markedly enhanced in the IEMP-treated myocardium.”

“압전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적용한 심장 조직에서는 세포 간 전기 신호 전달에 중요한 단백질인 Connexin-43의 발현이 뚜렷하게 증가했다는 의미다.”

이는 심근세포 간 전기적 연결 회복 가능성을 의미한다. 실제 심장 재생 분야에서는 단순 세포 증식보다 “전기적 동기화(electrical synchronization)”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심장이 살아 있어도 박동 리듬이 무너지면 치명적인 부정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재생의학에서도 전기 자극 기반 치료 연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MIT와 하버드 계열 연구진 역시 2023년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서 전기 자극 생체재료가 조직 재생과 혈관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줄기세포 치료의 미래는 ‘세포’보다 ‘환경’에 있다

줄기세포 치료가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세포 생존 환경이었다. 심근경색 직후 심장 내부는 극심한 저산소 상태와 염증 반응에 놓인다.

여기에 심장의 지속적인 수축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외부에서 주입된 줄기세포는 대부분 빠르게 사라졌다. 실제 기존 연구에서는 주입된 줄기세포의 90% 이상이 며칠 안에 소실된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이번 IEMP 기술은 이 문제를 ‘환경 설계’ 방식으로 접근했다. 연구진은 줄기세포를 압전 마이크로니들 구조 안에 안정적으로 고정하고, 초음파 기반 전기 자극으로 세포 활성도를 유지하려 했다.

논문에 따르면 전기 자극 이후 줄기세포에서는 VEGF(혈관내피성장인자), bFGF(염기성 섬유아세포 성장인자) 등 혈관 생성 관련 신호가 증가했고 염증과 섬유화 반응은 감소했다.

연구팀은 특히 줄기세포가 직접 심근세포로 바뀌기보다 주변 조직 회복을 유도하는 “파라크린(paracrine) 효과”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줄기세포 의학 역시 세포 자체보다 세포가 분비하는 신호 물질과 엑소좀 역할에 더 주목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팀이 장기적으로 외부 초음파 없이 심장 박동 자체만으로 전기를 만드는 자가발전형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다음 단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Future studies will focus on self-powered cardiac regenerative systems driven solely by heartbeat-induced mechanical energy.”

“연구팀은 앞으로 외부 전원이나 초음파 없이, 심장 박동 자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만으로 전기를 만들어 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자가 발전형 치료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는 향후 심장이 움직이는 힘 자체로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가 다시 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생체 삽입형 재생 시스템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압전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적용한 전임상 실험에서는 섬유화 감소, 혈관 생성 증가, 심장벽 회복, 좌심실 박출률(EF) 개선 등이 관찰.(일러스트=김현지 작가)
압전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적용한 전임상 실험에서는 섬유화 감소, 혈관 생성 증가, 심장벽 회복, 좌심실 박출률(EF) 개선 등이 관찰.(일러스트=김현지 작가)

심장 재생 혁명은 어디까지 현실이 될 수 있는가

기대와 현실 사이… 인간 임상까지 남은 장벽

전임상 성공이 곧 치료 성공은 아니다. 이번 저장대 연구는 심장 재생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되지만 아직은 쥐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 단계다.

재생의학 분야에서는 동물실험 성공이 인간 치료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심장은 구조와 전기생리학적 특성이 복잡해 임상 적용 장벽이 높은 기관으로 꼽힌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성이다. 연구에 사용된 PLLA는 의료용 봉합사 등에 활용되는 생분해성 소재지만, 심장 표면에서 장기간 유지된다면 어떤 면역 반응을 일으킬지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반복적인 초음파 자극이 심근 조직과 전기 전도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부정맥 가능성도 중요한 변수다.

심장은 전기 신호로 움직이는 기관인 만큼 외부 전기 자극이 예상치 못한 리듬 이상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연구는 심장 기능 개선과 세포 연결성은 증가했지만, 장기적인 전기 안정성 데이터는 아직 제한적이다.

줄기세포 치료 자체의 규제 장벽도 남아 있다. 미국 FDA는 2024년 최초의 중간엽 기질세포(MSC) 치료제 ‘Ryoncil’을 승인했지만, 적용 분야는 특정 이식 합병증에 한정됐다.

심장 재생 분야에서 임상적으로 확립된 줄기세포 치료 사례는 아직 드문 상황이다. 결국 이번 기술이 넘어야 할 핵심 질문은 하나다.

“쥐에서 가능했던 재생이 인간 심장에서도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가.”

심장 재생은 의학의 새로운 전쟁터가 될까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패치를 만들었다는 데 있지 않다. 의학의 방향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과거 의료기술은 손상 부위를 제거하거나 대체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재생의학은 인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기술은 압전 소재, 초음파, 줄기세포, 마이크로니들, 생체 전기 자극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합한 사례다. 단순한 의료기기가 아니라 재료공학·전기공학·생명과학이 융합된 차세대 바이오 플랫폼에 가깝다.

특히 연구팀이 제시한 “자가발전형 심장 재생 시스템” 개념은 향후 의료기기의 미래를 보여준다. 외부 전원 없이 심장 박동 자체로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가 다시 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구조다.

이미 세계 바이오산업에서는 전자약(electroceuticals), 생체 전기 치료, 스마트 바이오소재 분야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기 신호를 이용한 신경 치료와 조직 재생 기술 역시 활발히 연구 중이다.

심장 재생은 그 흐름의 중심에 놓여 있다. 물론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를수록 윤리와 안전성 검증도 중요해진다. 줄기세포와 생체 삽입 장치, 전기 자극 기술이 결합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있다. 오랫동안 “한 번 죽으면 끝”이라고 여겨졌던 심장에 대해 과학은 이제 다시 회복 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죽은 심장을 되살리는 시대는 시작될 수 있을까

심근경색은 오랫동안 ‘회복이 아닌 관리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막힌 혈관을 다시 열 수는 있어도 이미 죽은 심장 근육 자체를 되살리는 것은 현대 의학의 한계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저장대 연구팀의 압전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그 한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줄기세포를 단순히 주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심장 안에서 오래 살아남게 만들고 전기 자극을 통해 재생 환경 자체를 바꾸려 했기 때문이다.

특히 초음파와 압전 소재를 이용해 체내에서 전기를 발생시키고 이를 통해 혈관 생성과 조직 회복을 유도했다는 점은 기존 심장 재생 연구와 다른 접근으로 평가된다.

물론 아직은 쥐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 단계에 불과하다. 인간 심장에서 동일 효과가 재현될지는 검증되지 않았고 안전성·부정맥 가능성·장기 면역 반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분명하다. 심장을 단순히 손상된 기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기·재료공학·생명과학을 결합해 다시 회복 가능 조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한 번 죽으면 끝”이라고 여겨졌던 심장에 대해 과학은 이제 다시 ‘재생’이라는 가능성을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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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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