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정신 헌법에 담나… 재적 3분의 2 벽 앞에 선 개헌안, 여야 충돌 격화
- 국회의 모습이다.(사진=공동취재단) 국회가 7일 본회의에서 헌법 개정안 표결에 나서면서 정치권이 다시 개헌 정국에 들어섰다.
- 이번 개헌안에는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비상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 강화, 국가균형발전 의무 명시 등이 담겼다.
- 개헌안이 실제 표결에 부쳐지는 것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39년 만이다.

이번 개헌안에는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비상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 강화, 국가균형발전 의무 명시 등이 담겼다.
개헌안이 실제 표결에 부쳐지는 것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39년 만이다. 개헌안은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개 정당과 무소속 의원 등 187명이 공동 발의했다.
그러나 헌법 개정안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인 19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의석 구조상 국민의힘 협조 없이는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개헌 추진을 “지방선거를 앞둔 졸속 정치”라고 규정하며 반대 당론을 정했고 본회의 불참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 경우 개헌안은 찬반 표결 이전에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개헌 추진 측은 이번 개헌안을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최소 범위의 단계적 개헌”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계엄 통제 강화 조항은 국가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헌정 안전장치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5·18기념재단이 공개한 2026년 국민 인식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7.3%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내용 이전에 절차와 시기의 정당성이 결여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결국 이번 표결은 단순한 헌법 조문 수정 논의를 넘어선다.
1987년 체제 이후 반복돼 온 개헌 논의가 왜 번번이 정치 충돌 속에서 멈췄는지 그리고 한국 정치가 헌법 개정을 실제 제도 개혁이 아닌 정쟁의 영역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묻는 장면이 되고 있다.
무엇을 바꾸려 하나… 이번 개헌안의 핵심과 배경
5·18과 부마항쟁, 헌법 전문에 담긴다
이번 개헌안에서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는 내용이다.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운동과 4·19 민주이념이 포함했지만 이후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는 별도로 반영되지 않았다.
개헌 추진 측은 이를 단순한 문구 추가가 아니라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헌법적 확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문재인 정부 시기부터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과제다.
실제 여론도 일정 부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5·18기념재단이 올해 실시한 국민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67.3%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16.3%였다. 찬성 이유로는 ‘민주주의 가치 확립’과 ‘역사 왜곡 논란 종식’이 가장 많이 꼽혔다. 다만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특정 역사 사건을 헌법 전문에 반복적으로 추가하는 방식이 정치적 논쟁을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헌법 전문이 시대정신을 담는 공간인지, 아니면 국가 정체성을 최소한으로 규정하는 영역인지에 대한 해석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는 셈이다.

계엄 통제 강화… 왜 지금 다시 논의되나
이번 개헌안의 또 다른 핵심은 대통령의 계엄권 제한 강화다. 개정안에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선포는 국회 승인을 의무화하고 일정 시간 안에 국회가 승인하지 않으면 계엄 효력이 자동 상실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헌법에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은 존재하지만, 개헌 추진 측은 실제 통제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정치권에서 국가 권력 남용 가능성과 비상 권력 통제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면서 헌법 차원의 명확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근 “불법 계엄을 막자는데 어떤 국민이 반대하겠느냐”는 취지로 계엄 통제 강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미 헌법과 법률 체계 안에서 계엄권 제한이 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지방선거 직전에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결국 이번 개헌안은 단순한 조문 수정이 아니다.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어디까지 헌법에 반영할 것인지 그리고 대통령 권한을 어떤 수준까지 제도적으로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 운영 원칙 자체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소 개헌인가, 선거용 개헌인가… 여야가 충돌하는 이유
여권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먼저 바꾸자”
개헌 추진 세력은 이번 개헌안을 ‘단계적·부분 개헌’으로 규정하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이나 대통령 임기 문제처럼 정당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은 제외하고 사회적 공감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내용부터 우선 반영하자는 논리다.
실제로 이번 개헌안에는 대통령 4년 중임제나 이원집정부제 같은 권력구조 개편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민주화운동 정신 수록과 계엄 통제 강화, 균형발전 조항 등 비교적 합의 가능성이 높은 영역 중심으로 구성됐다.
개헌 추진 측은 “합의 가능한 최소 범위조차 처리하지 못한다면 한국 정치에서 개헌은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지도부를 직접 만나 협조를 요청하며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내용부터 처리하자”라는 취지를 전달했다.
특히 여권은 계엄 통제 강화 문제를 핵심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비상 권력 남용 가능성을 헌법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은 진영 문제가 아니라 안전장치라고 주장한다.
여권 내부에서는 “계엄 통제를 반대하는 모습 자체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라는 인식도 읽힌다.
국민의힘 “내용보다 절차가 문제”
반면 국민의힘은 개헌 내용 자체보다 추진 방식과 시점을 문제 삼고 있다. 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개헌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번 개헌을 “선거용 졸속 개헌”으로 규정하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개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개헌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장동혁 대표 역시 “헌법 조항을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살아 있는 헌법 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여권이 계엄 통제와 5·18 정신 수록 문제를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개헌 반대가 곧 민주화운동 정신이나 헌정 질서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프레임이 형성되고 있다는 불만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본회의 표결 자체에 참여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실제로 헌법 개정안은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만큼, 대규모 불참이 현실화되면 찬반 표결 이전에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개헌안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충돌의 핵심은 단순한 개헌 찬반이 아니다.
개헌의 필요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누가 개헌 의제를 주도하고 어떤 정치적 효과를 가져가느냐를 둘러싼 계산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개헌은 필요한데 왜 번번이 실패하나… 1987년 체제의 한계와 정치 현실
39년째 유지된 헌법, 반복된 개헌 논의
현재 헌법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큰 틀에서 유지해 왔다. 대통령 직선제 도입과 권위주의 통제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던 만큼 이후 변화한 사회 구조와 정치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역대 정부마다 개헌 논의는 반복됐다. 노무현 정부는 권력구조 개편과 지방분권을,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국가 운영 체계 정비를 문재인 정부는 기본권 확대와 지방분권 강화를 중심으로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실제 개헌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정치권의 이해관계 충돌이다. 헌법 개정은 단순한 법률 수정이 아니라 권력구조와 정치 질서를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야 모두 장기적 국가 운영보다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를 우선 고려하게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개헌안 역시 권력구조 개편 같은 민감한 사안은 제외됐지만, 결국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상황과 맞물리며 다시 정쟁의 중심으로 들어갔다.
개헌 필요성 자체에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존재하지만, 추진 시기와 방식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면 현실 정치에서는 쉽게 무산된다는 점이 반복되는 것이다.
국민 여론과 정치권 사이의 거리
흥미로운 점은 개헌에 대한 국민 인식과 정치권 움직임 사이에 일정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에서는 민주주의 가치 강화나 계엄 통제 문제에 대해 비교적 높은 찬성 여론이 나타난다.
5·18기념재단 조사에서는 국민 67.3%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시민사회에서는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역시 높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개별 사안에 대한 공감이 곧바로 정치권 개헌 논의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과거에도 정치권은 선거 시기마다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고 그 과정에서 권력구조 개편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며 논의가 반복적으로 좌초해 왔다.
이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개헌은 필요하지만, 정치권 개헌은 믿기 어렵다”라는 이중적인 인식도 나타난다. 실제로 이번 개헌안 역시 내용 자체보다 지방선거 직전 추진되는 배경과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결국 지금 한국 정치가 마주한 문제는 단순히 헌법을 고칠 것인가가 아니다. 국민적 합의가 존재하는 사안조차 정당 간 불신과 정치 일정 속에서 소모되는 구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더 근본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표결 이후가 더 중요하다… 개헌 무산 가능성과 정치적 후폭풍
부결보다 더 큰 변수, ‘투표 불성립’ 가능성
이번 개헌안은 내용 못지않게 표결 방식 자체가 주목받고 있다. 헌법 개정안은 일반 법안과 달리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 재적의원 286명 기준으로 최소 191명이 찬성해야 한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반대 당론을 정한 데 이어 본회의 불참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개헌안은 찬반 표결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이번 개헌안이 ‘부결’보다는 ‘불성립’ 형태로 무산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정치적 해석 역시 복잡해진다.
개헌 추진 측은 국민의힘이 헌법 개정 논의 자체를 봉쇄했다고 비판할 가능성이 높고 국민의힘은 “정치적 명분을 위한 졸속 개헌을 막았다”라는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도 크다.
특히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수록과 계엄 통제 강화처럼 상징성이 큰 의제가 포함된 만큼 표결 결과 자체보다 “누가 개헌을 가로막았는가”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더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끝나지 않을 개헌 논쟁
설령 이번 개헌안이 무산되더라도 개헌 논의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지방선거 이후 권력구조 개편과 지방분권, 대통령 권한 조정 등을 포함한 더 큰 규모의 개헌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정치권 안에서는 현행 1987년 체제가 더 이상 변화한 사회 구조와 정치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일정 부분 존재한다.
대통령 권한 집중 문제, 지방 소멸과 균형발전, 기본권 확대 요구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개헌 필요성을 제기해 온 핵심 이유다.
다만 문제는 개헌 필요성보다 정치적 신뢰다. 과거에도 개헌 논의는 반복됐지만, 대부분 권력구조 문제와 정당 간 유불리 계산 속에서 좌초됐다.
이번 역시 개헌 내용 자체보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일정과 맞물리며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번 표결은 단순히 한 번의 개헌안 처리 여부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 정치가 헌법 개정을 실제 제도 개혁의 문제로 다룰 수 있는지, 아니면 앞으로도 선거와 정쟁 속에서 반복적으로 소모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개헌의 필요성과 정치의 현실 사이
이번 개헌안 표결은 단순히 헌법 조항 몇 개를 수정하는 절차를 넘어 한국 정치가 개헌을 실제 제도 개혁으로 다룰 수 있는지 시험하는 장면이 되고 있다.
부마민주항쟁과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계엄 통제 강화 같은 내용은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정치권은 다시 시기와 절차, 정치적 유불리를 둘러싸고 충돌하고 있다.
여권은 이를 “합의 가능한 최소 범위의 단계적 개헌”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직전 추진되는 이번 개헌을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한 정치적 개헌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개헌 필요성 자체보다 누가 주도권을 갖고 어떤 정치적 효과를 가져가느냐가 현실 정치에서는 더 큰 변수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장면은 한국 개헌 논의의 반복된 한계를 다시 보여준다. 1987년 체제 이후 역대 정부마다 개헌 필요성은 제기됐지만, 실제 논의는 대부분 정당 간 불신과 권력구조 계산 속에서 멈췄다.
이번 역시 표결 결과와 별개로 개헌이 제도 개혁보다 정치 일정과 맞물려 소비되고 있다는 비판에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분명한 점도 있다.
대통령 권한 통제, 민주주의 가치의 헌법적 반영, 지방분권 강화 같은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번 개헌안이 통과되든 무산되든, 한국 사회는 다시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개헌을 정쟁의 수단으로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국가 운영 원칙을 재설계하는 사회적 합의 과정으로 만들 것인지의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