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프로젝트 프리덤’ 개시…호르무즈 봉쇄 정면 돌파?
미 ‘프로젝트 프리덤’ 개시…호르무즈 긴장, 세계 경제 시험대
“인도주의”를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론 해상 주도권·에너지 공급망의 심리전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제3국 선박을 직접 호위·이동시키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전격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중립적·무고한 국가의 선박과 선원을 구출하는 인도주의적 조치”라고 규정하면서, 방해 시 “강력한 대응”을 경고했다.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수주째 대기 중인 유조선·상선은 최대 2,000척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일부 선박에서는 식량·생필품 부족이 보고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혈관이다. 2024년 기준 일일 약 2000만 배럴 규모의 석유와 약 1/5 수준의 액화천연가스(LNG)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다만 최근 이란이 해협 통제 수위를 높이며 사실상의 봉쇄를 가동하고, 미국이 이란 관련 선박에 대한 제재와 감시를 강화하면서 ‘봉쇄 대 역봉쇄’ 구도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320여 척의 유조선, 310여 척의 벌크선, 170여 척의 컨테이너선 등이 대기·지연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총 1억 9000만 배럴 이상의 석유·석유제품이 전 세계 공급망에 걸려 있다.

이처럼 좁은 해협이 다시 세계 경제의 심장부를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 반응은 엇갈린다. 유럽과 아시아 주요 원유 수입국들은 원칙적으로 ‘항행 자유’ 보장에는 공감하지만, 미군의 호위 작전이 군사적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에는 우려를 표한다. 국제해사기구(IMO)와 일부 외교 채널에서는 다국적 공동 호위 체계 복원이나 유엔 주도의 중립적 해상 안전 메커니즘이 거론된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이 쿠웨이트 유조선을 호위했던 ‘어니스트 윌 작전’이 비교 사례로 언급되지만, 당시보다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와 에너지·물류 시스템의 복잡성이 훨씬 커져, 충격의 파급력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국제 유가는 단기 급등했고, 해상 보험료와 운임지수(SCFI·BDI)도 상승세를 보였다. 중앙은행 연구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주요 수입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2~0.4%포인트 상승하는 데 반응할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은 “해협이 즉시 재개돼도 대기·지연 물량을 감안하면 공급망 정상화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에너지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동시 압박은 배제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법·안보 측면에서도 긴장은 이어진다. 국제해양법상 국제항행에 사용되는 해협은 통과 통행권이 보장되며,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통과 통행(transit passage)’ 원칙을 강조한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해상력의 균형이 질서를 좌우한다. 미국은 항행 자유 수호와 안정을, 이란은 주권·안보 및 전략적 통제권을 강조하며, 어느 한쪽의 오판이나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확전 위험이 상존한다.

전문가들은 단기·중기·장기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유엔·IMO 주도의 다국적 해상 안전 체계와 중립적 호위 협력, 전략비축유 공동 방출 검토 등이 필요하다. 중기적으로는 해협 통행 안전에 대한 부분 합의, 군 상호 통신 핫라인 강화, 충돌 방지 규정 정비 등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대체 육·해상 운송로 확충,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 등 구조적 대안이 핵심이다. 핵심은 군사적 충돌을 억제하면서도 국제적 해양 규범과 항행 자유 원칙을 회복하는 데 있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프리덤’은 표면상 인도주의를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에너지 공급망 통제권과 해상 질서의 주도권을 두고 벌어지는 전략적 시험대다. 작전이 안정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항행 자유 회복과 인도적 이미지라는 상징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충돌로 비화할 경우, 세계 경제는 또 한 번의 에너지 충격과 지정학적 불안을 감내해야 한다. 호르무즈의 좁은 물길은 단순한 해상로가 아니라, 21세기 국제 질서의 방향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