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8-29 11:22 (토) 08.29 (토)
한국·일본·영국이 보여준 임금 결정의 세 갈래

한국·일본·영국이 보여준 임금 결정의 세 갈래

최저임금, ‘얼마’보다 ‘어떻게’가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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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지난달 시작됐다. 올해도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저임금 근로자와 영세 소상공인을 앞세워 치열한 임금 수준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쟁점은 단순히 시급을 몇 원 올릴 것인가에 머물지 않는다.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보장,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지급 능력, 물가 상승, 고용 여건, 지역별 경제 격차까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최저임금은 다시 한국 경제의 가장 민감한 조정 장치가 되고 있다.

한국의 2026년 적용 최저임금은 시간급 1만 320원이다. 2025년보다 290원(2.9%) 오른 수준이며 월 209시간 기준 월 환산액은 215만 6,880원이다. 이는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른 것으로 업종·지역 구분 없이 모든 사업장에 동일 적용된다.

이 수치는 한국 최저임금 제도의 핵심 특징을 보여준다. 한국은 원칙적으로 전국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며 지역이나 연령에 따라 법정 최저임금을 달리 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외의 방식은 다르다. 일본은 47개 도도부현별 지역 최저임금을 운영하며 2025년도 전국 가중평균은 1,055엔에서 1,121엔으로 66엔(6.3%) 상승했다. 이는 일본 후생노동성 발표 기준으로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같은 기간 도쿄는 약 1,163엔 수준까지 상승했다. 반면 일부 지방은 1,000엔 초반대에 머물러 지역 간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 영국은 또 다른 구조다. 영국은 21세 이상에게 적용되는 국가생활임금과 18~20세, 16~17세, 견습생 최저임금을 구분해 운영한다.

영국의 저임금위원회는 국가생활임금을 중위임금의 약 3분의 2 수준(약 66%)으로 유지하는 것을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2026년 성인 기준 최저임금은 시간당 12.71파운드 수준이다.

또한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중위임금은 약 19파운드 수준으 최저임금은 ‘목표 비율’에 맞춰 설계된다. 결국 이번 심의의 본질은 최저임금 인상률만이 아니다.

한국처럼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 공정한가 아니면 일본과 영국처럼 지역·연령·대상별로 현실을 반영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인가의 문제다.

최저임금은 더 이상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한국 경제의 서로 다른 현실이 충돌하는 지점을 조정하는 제도 설계의 문제다.

단일 최저임금의 명암…공정성과 현실 사이

“같은 임금이 공정한가”…한국식 단일 구조의 출발점

한국의 최저임금 제도는 하나의 원칙 위에 서 있다. 지역과 업종,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적용되는 시간급 1만 320원은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 적용되며 대기업과 소상공인,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 구조는 헌법적 가치인 ‘평등’에 기반한다. 동일 노동에 대해 최소한의 임금 기준을 차별 없이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한국은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단일 체계를 유지해 왔으며 OECD(2024) 기준에서도 전국 단일 최저임금 체계를 유지하는 대표적 국가로 분류된다.

이 방식의 장점은 명확하다. 제도가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우며 노동자 간 차별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동일 노동을 하면서 지역이나 나이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수용성이 높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구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자영업 비중이 약 24~25%(OECD, 2024)로 회원국 평균(약 15%)을 크게 상회하며 수도권과 지방 간 노동생산성 격차는 최대 1.8~2배(한국은행 지역경제보고서, 2024)에 달한다.

여기에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도 약 1.6배(통계청, 2025) 수준으로 벌어져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하나의 임금 기준으로 모든 경제 주체를 설명하기 어렵다.

결국 단일 최저임금은 공정성을 확보하는 대신 현실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체계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자료를 그래픽화 한 것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자료를 그래픽화 한 것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동결도 부담이다”…노동과 기업이 동시에 압박받는 구조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은 매년 반복되지만, 최근에는 그 강도가 더 커지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노동자와 기업 모두 같은 제도에서 동시에 압박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핵심 기능을 ‘생계 보장’과 ‘분배 개선’으로 본다.

OECD(2024)에 따르면 한국의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약 60~62% 수준으로 OECD 평균(약 55%)보다 높은 편이다. 프랑스(약 62%), 영국(약 66%)과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2023~2025년 평균 약 3~4%)이 최저임금 인상률을 웃돌면서 실질임금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다른 현실을 말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지급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자영업 비중이 높은 구조에서 인건비 상승은 고용 감소나 근로 시간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 1% 인상 시 고용은 약 0.05~0.15%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는 연구별로 차이는 존재한다.

현장에서는 고용 감소나 근로 시간 축소, 아르바이트 채용 축소, 키오스크 등 자동화 설비 투자 확대와 같은 대응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동일 최저임금이 모든 경제 주체에게 적용되면서 제도는 균형이 아닌 충돌의 지점이 되고 있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지금 ‘임금 정책’이 아니라 경제 구조의 압력을 흡수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일본과 영국, ‘다르게 적용하는 최저임금’의 구조

일본, 지역에 따라 다르게…“같은 나라, 다른 임금”

일본은 한국과 유사한 심의 구조이지만 운영 방식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최종 임금은 전국 단일이 아니라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된다.

47개 도도부현은 경제 수준에 따라 그룹화되며 각 지역의 물가, 산업 구조, 기업 지급 능력을 반영해 임금이 결정된다. 이러한 체계는 지역 경제 격차를 반영하기 위한 장치다.

도쿄와 지방 중소 도시 간에는 물가, 산업 구조, 임금 수준 모두에서 큰 차이가 존재한다. 실제로 2025년 기준 도쿄(약 1,163엔)와 일부 지방(약 1,000~1,050엔)의 격차는 10% 이상 벌어져 있다.

최근 일본의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2025년 기준 최저임금 평균 1,121엔, 상승률 6.3%는 20년 내 최고 수준이다. 이는 실질임금 하락과 소비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선택이다.

일본 모델의 핵심은 분명하다.

“같은 국가라도 경제 현실이 다르면 임금도 달라야 한다.”

영국, 연령과 기준을 나누다…“합리성 중심 설계”

영국은 지역이 아니라 연령과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 따라 최저임금을 구분한다. 21세 이상은 국가생활임금, 그 이하 연령대와 견습생은 별도 기준이 적용된다.

이는 생산성과 노동시장 경험 차이를 반영하기 위한 설계다. 영국 제도의 핵심은 명확한 기준에 있다. 국가생활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약 66% 수준으로 설정되며 이는 정책적으로 설정된 목표치다.

또한 영국은 물가 전망, 고용 상황, 경제 성장률 등을 반영해 중장기 기준을 설정한다. 최저임금을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정책 변수로 보는 접근이다.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한국 최저임금, ‘같게’ 갈 것인가 ‘다르게’ 갈 것인가

반복되는 ‘차등 적용’ 논쟁…왜 결론이 나지 않는가

한국의 최저임금 논의에서 차등 적용은 매년 반복되는 쟁점이다. 경영계는 지급 능력 차이를 이유로 도입을 요구하고, 노동계는 차별 심화를 이유로 반대한다.

문제는 이 논쟁이 구조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는 자영업 비중이 높고 지역 격차가 크며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뚜렷하다.

이 세 가지 조건이 결합하면서 단일 기준은 부담을 차등 적용은 형평성 문제를 동시에 만들어 낸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 변경의 정치적 비용이다.

차등 적용이 도입된다면 저임금 지역 고착화 논란, 청년층 임금 차별 문제, 산업별 로비 확대 등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러한 논쟁은 선거 국면에서 민감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정책 결정의 부담을 크게 만든다. 결국 양측의 논리는 모두 현실에 기반하지만 동시에 충돌한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제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일본은 지역 격차를 반영하고, 영국은 연령과 노동시장 구조를 반영한다. 두 나라 모두 최저임금을 하나의 기준으로 고정하지 않고 경제 현실에 맞게 조정 가능한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단일 최저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제도의 단순성과 형평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지만, 경제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조정 기능이 제한된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 지역 간 경제 격차는 확대됐고 자영업자의 비중은 여전히 높으며 플랫폼 노동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고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고물가와 저성장이 겹치면서 노동자와 기업 모두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최저임금은 더 이상 단순한 인상률 논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를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어떤 구조로 결정할 것인가다.

결국 한국 최저임금 제도의 미래는 하나의 질문으로 정리된다. 같은 기준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을 반영해 다른 기준을 도입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한 정책 선택을 넘어 한국 사회가 공정과 효율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선택할 것인지의 결정이 될 것이다.

공정한가, 현실적인가…결국 ‘설계’의 문제

최저임금 논쟁은 매년 반복되지만, 지금 던져진 질문은 과거와 결이 다르다. 이제 논쟁의 핵심은 ‘얼마를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할 것인가, 즉 제도의 설계 방식 자체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하나의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구조는 형평성과 명확성을 보장하지만, 동시에 자영업 비중이 높고 지역 격차와 생산성 차이가 큰 경제 구조에서는 충돌을 불러오는 방식이기도 하다.

실제로 하나의 최저임금은 노동자에게는 생계 기준으로, 기업에는 비용 압박으로, 동시에 작용하며 갈등을 구조적으로 반복시키고 있다.

반면 일본과 영국은 다른 선택을 했다. 일본은 지역 격차를 반영했고 영국은 노동시장 진입 단계와 생산성 차이를 기준으로 삼았다.

두 나라 모두 공통으로 최저임금을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조정 가능한 정책 도구로 접근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어느 방향을 선택하느냐에 있다.

단일 기준을 유지한다면 형평성은 지킬 수 있지만, 경제 현실과의 괴리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차등 적용을 도입한다면 현실 반영은 가능해지지만, 지역·연령 간 격차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과 정치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저임금 지역 고착화, 청년층 임금 차별 논란, 산업별 이해관계 충돌 등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문제는 정책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공정’과 ‘효율’, ‘형평성’과 ‘현실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 최저임금은 갈등을 확대하는 제도가 될 수도 있고 경제 충격을 완충하는 안정 장치가 될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상률을 둘러싼 단기 공방이 아니라 한국 경제 구조에 맞는 최저임금 설계에 대한 장기적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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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용 기자
admin@aju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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