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8-30 00:05 (일) 08.30 (일)
261명 착취한 디지털 성범죄, 조직형 시스템의 민낯

261명 착취한 디지털 성범죄, 조직형 시스템의 민낯

‘자경단’ 2심도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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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에서 사이버 성폭력 범죄집단 ‘자경단’을 조직해 성착취를 일삼은 김녹완 머그샷이다.(사진=SNS)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 피해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성 착취를 벌인 사이버 성범죄 집단 ‘자경단’의 총책 김녹완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는 29일 범죄단체 조직 및 활동, 성 착취물 제작·유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녹완에게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의 전자장치 부착과 취업제한 명령을 유지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디지털 성 착취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김녹완은 스스로 ‘목사’라 칭하며 ‘전도사’ 등 위계적 조직을 구축해 피해자를 모집·협박·착취하는 체계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SNS와 텔레그램 등을 활용해 피해자를 물색하, 협박을 통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방식이 반복됐다.

특히 피해자 수가 261명에 달해 과거 유사 사건으로 분류되는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피해 규모를 크게 넘어섰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이 컸다.

재판부 역시 “피해자의 존엄을 완전히 무시한 반인권적 범행”이라고 지적하며 엄중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형사 처벌을 넘어, 디지털 공간에서 조직된 성범죄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하고 구조화될 수 있는지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논의는 처벌을 넘어 이러한 범죄가 어떻게 가능했으며 어떤 구조 속에서 반복되고 있는지로 이어지고 있다.

판결의 의미-‘개인 범죄’를 넘어선 조직형 범죄의 단죄

항소심도 무기징역-반복성과 조직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

이번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사건의 중대성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단순한 범행 횟수나 결과가 아니라 범죄가 지속되고 확장된 구조 자체에 주목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녹완은 수사기관의 단속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피해자를 물색하며 범죄를 이어갔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범행이 적발된 이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속된 점은 죄질을 더욱 무겁게 한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이미 유포된 영상물이 온라인 공간에 남아 추가 피해를 발생시킬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단순히 과거 범행이 아닌 현재 진행형 피해라는 점을 강조했다.

261명의 피해자를 만든 구조도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261명의 피해자를 만든 구조도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261명의 피해-규모가 보여주는 범죄의 성격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은 피해 규모다. 확인된 피해자만 261명으로 이는 기존 대표적 디지털 성범죄 사건인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피해 규모를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이 숫자는 단순한 피해 규모를 넘어, 범죄의 성격을 규정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일반적인 성범죄가 특정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데 반해 이번 사건은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이뤄진 ‘대량 착취 구조’를 보인다.

법원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해 “피해자의 존엄과 인격적 가치를 완전히 무시한 반인권적 범행”이라고 지적하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번 판결은 단일 사건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조직화한 디지털 성범죄 구조 자체에 대한 단죄라는 의미가 있다. 이제 논의는 자연스럽게 이 범죄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어떤 구조로 작동했는지를 분석한다.

범죄의 구조-‘조직·협박·유통’으로 이어진 디지털 착취 시스템

‘목사·전도사’ 체계-위계 조직이 만든 범죄 효율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라, 명확한 위계와 역할 분담을 갖춘 조직형 범죄였다는 점이다.

김녹완은 스스로 ‘목사’로 칭하며 그 아래에 ‘선임 전도사’, ‘전도사’, ‘예비 전도사’ 등 단계별 지위를 두고 조직을 운영했다. 각 단계는 역할이 분명했다.

일부는 피해자를 물색하고, 일부는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며 또 다른 구성원은 협박과 영상 유포를 담당했다. 이러한 구조는 범죄를 반복·확장하는 데 최적화된 형태였다.

수사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건은 개인 범행이 아니라 조직이 기능적으로 움직인 사례로, 역할 분담을 통해 범죄 효율을 극대화한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 조직은 피해자 확보, 협박 및 통제, 착취 및 유통이라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일종의 ‘범죄 시스템’으로 작동했다.

플랫폼과 익명성-범죄를 가능하게 한 환경

이러한 범죄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디지털 플랫폼의 특성이 있다. 특히 텔레그램은 익명성과 보안성이 높은 구조로 인해, 범죄자들이 활동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

가해자들은 SNS를 통해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확보한 뒤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나체 사진이나 영상물을 받아냈다. 이후 해당 자료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공유되며 또 다른 피해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 과정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번 확보된 자료는 반복적으로 유통되며 피해를 증폭시켰고 피해자는 지속적인 협박과 통제에 놓이게 됐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한번 시작되면 피해가 장기간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라고 지적한다.

결국 이번 사건은 조직 구조, 플랫폼 환경, 협박 기반 통제가 결합한 복합적 범죄였다. 이는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재현 가능 범죄 모델이라는 점에서 더 큰 위험성을 지닌다.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제도와 한계-반복되는 디지털 성범죄, 무엇이 부족했나

사후 처벌 중심 대응-범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

이번 사건은 강력한 처벌로 귀결됐지만, 동시에 현재 대응 체계의 한계를 드러냈다. 디지털 성범죄는 발생 이후 추적과 검거가 이뤄지는 사후 대응 중심 구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수사기관과 관계 부처는 협력 체계를 통해 대응하고 있으나 경찰청을 중심으로 한 수사는 이미 범행이 상당 기간 진행된 이후에야 본격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 사이 피해는 누적되고 유포된 영상물은 회수가 어려운 상태로 남게 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는 유포 순간부터 피해가 확산하기 때문에 사후 처벌만으로는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어렵다”라고 지적한다.

즉, 현재 제도는 범죄를 ‘처벌’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범죄를 ‘차단’하는 데는 한계를 보인다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플랫폼 책임과 예방=새로운 대응 패러다임의 필요성

이번 사건은 또한 플랫폼의 역할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텔레그램과 같은 메신저는 익명성과 보안성을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한다면 추적과 차단이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기술적 중립성만을 강조하기보다 범죄 예방을 위한 책임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동시에 피해 예방을 위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여성가족부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과 피해자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범죄 수법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기존 대응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대응의 방향은 사후 처벌 중심에서 사전 차단과 예방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처벌을 넘어-디지털 성범죄와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자경단’ 사건은 단순한 강력범죄 판결을 넘어 디지털 공간에서 성범죄가 어떻게 조직화하고 확장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다. 서울고등법원의 중한 판결은 이러한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고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왜 이러한 범죄는 장기간 지속될 수 있었는가? 왜 피해는 반복적으로 확산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를 막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디지털 성범죄는 기술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 조직화하고 자동화되며 플랫폼을 기반으로 빠르게 확산한다. 그에 비해 제도와 대응은 여전히 뒤따라가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명확하다. 처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범죄를 막는 시스템이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자경단’ 사건은 하나의 판결로 마무리될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디지털 시대,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형태의 범죄와 그에 대한 대응을 다시 묻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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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용 기자
admin@aju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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