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8-29 06:17 (토) 08.29 (토)
AI는 성장인가, 격차인가…기술이 만든 ‘두 개의 경제’

AI는 성장인가, 격차인가…기술이 만든 ‘두 개의 경제’

기술은 앞서가고 있지만, 경제는 함께 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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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인공지능은 지금 세계 경제의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반도체와 데이터,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기술 산업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고 기업 실적과 자산시장은 이를 반영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성장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모두가 함께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산업과 특정 기업에만 집중된다는 점이다.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일부 영역은 ‘초호황’을 경험하는 반면, 전통 산업과 중소기업, 내수 중심 업종은 여전히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 격차는 단순한 산업 간 차이를 넘어 경제 전체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벌어지고 소득 분배가 왜곡되며 노동시장은 새로운 기준으로 재편된다.

같은 경제 안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두 개의 흐름의 하나는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중심 경제, 다른 하나는 정체된 전통 경제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지금의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AI는 경제를 성장시키고 있는가, 아니면 그 성장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는가.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누가 올라가고 누가 뒤처지고 있는가.

성장은 시작됐지만 모두는 아니었다…AI가 만든 ‘집중된 호황’

돈은 한쪽으로 흐른다…AI·반도체로의 자본 집중

인공지능 산업이 성장의 중심에 서면서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자금의 흐름이다. 투자와 기대, 그리고 정책까지 모두 특정 영역으로 빠르게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축이 반도체 산업이다. AI 확산과 함께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관련 기업들은 전례 없는 실적과 밸류에이션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문제는 이 흐름이 매우 제한된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은 전체 산업으로 퍼지지 않고 수익이 보장된 소수 산업으로 집중된다. 이 구조에서는 자연스럽게 격차가 발생한다.

투자가 몰리는 기업은 더 빠르게 성장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뒤처진다. 결국 AI는 경제 전체를 끌어올리기보다 성장의 중심을 좁히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생산성 격차의 시작…기업 간 ‘속도 차이’가 벌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와 여러 국제기구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변화는 생산성 격차이다. AI를 도입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의 성과 차이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AI를 활용하는 기업은 데이터 분석, 자동화, 의사결정 속도에서 압도적인 효율성을 확보한다. 반면 전통 산업이나 중소기업은 투자 여력과 기술 접근성의 한계로 인해 이 흐름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

이때 발생하는 것은 단순한 성장 격차가 아니다. 같은 시장 안에서 경쟁 조건 자체가 달라지는 구조다. 앞선 기업은 더 빠르게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늘리며 뒤처진 기업은 같은 방식으로는 경쟁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격차는 일시적인 차이가 아니라 구조적인 분리로 굳어진다.

누가 이익을 가져가는가…소득과 일자리의 재편

기술은 모두를 대체하지 않는다…하지만 일부만 끌어 올린다

국제통화기금은 최근 분석에서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한 ‘일자리 감소’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중요한 변화는 이익의 분배 방식이다.

AI는 모든 노동을 대체하지 않는다. 대신 특정 직무의 생산성을 극적으로 높이고 그 과정에서 고숙련 인력과 기술 인력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한다.

반대로 반복적이거나 자동화 가능 업무는 점점 축소된다. 이때 발생하는 것은 단순한 실업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과 보상의 격차 확대다.

결국 노동시장은 두 갈래로 나뉜다. 기술을 활용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소수와 그 흐름에서 밀려나는 다수다.

중간이 사라진다…노동시장의 구조 변화

AI가 만드는 가장 큰 변화는 ‘중간의 붕괴’다. 과거 산업 구조에서는 고숙련·저숙련 사이에 다양한 중간 직무가 존재했다. 그러나 자동화와 AI 도입이 확대되면서 이 중간 영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설계, 고급 의사결정과 같은 고부가가치 직무는 확대된다. 반면,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업무는 빠르게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노동시장은 세 가지로 재편된다. 상층의 AI와 기술을 활용하는 고숙련 인력과 하층의 대체가 어려운 서비스·현장 노동, 그리고 중간층으로 점점 축소되는 영역이다.

이 구조에서는 단순한 취업 여부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생긴다. 어떤 일자리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미래가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이다.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같은 나라, 다른 경제…AI가 만든 ‘이중 구조’의 고착

성장은 있지만 확산하지 않는다…두 개의 경제가 공존한다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변화의 최종 모습은 ‘격차’가 아니라 구조의 분리다. 지금 경제 안에는 두 개의 흐름이 동시에 존재한다.

하나는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중심 경제이고 다른 하나는 전통 산업과 내수, 중소기업이 중심이 된 저성장 경제다.

이 둘은 같은 국가 안에 있지만 성장 속도도 수익 구조도, 미래 전망도 다르다. 문제는 이 구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점점 고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기술 중심 산업은 더 많은 자본과 인재를 끌어들이며 계속 확장되고 반대로 전통 산업은 상대적으로 투자와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정체 상태가 지속된다.

결국 경제는 하나가 아니라 서로 다른 궤도로 움직이는 ‘이중 구조’로 분리된다.

격차는 왜 더 커지는가…자본과 기회의 집중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적하듯 기술 중심 성장은 자연스럽게 자본과 기회의 집중을 동반한다. AI 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높고 데이터와 인프라를 확보한 기업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한다.

이는 대기업과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유리한 구조다. 반면 중소기업이나 전통 산업은 이 경쟁에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술 도입 비용, 인력 확보, 데이터 축적 등에서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된다. 앞선 기업은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뒤처진 기업은 그 격차를 따라잡기 어려워진다. 결국 격차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 강화하는 구조가 된다.

성장은 시작됐지만, 함께 가지는 않았다

인공지능은 분명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생산성은 높아지고 산업은 빠르게 재편되며 경제는 다시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성장의 방식이 문제다. 지금의 성장은 전체로 확산하지 않고 특정 산업과 기업, 특정 계층에 집중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경제는 커지고 있지만, 그 안의 간격은 더 벌어지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다.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혁신이 경제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고 있는 과정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본은 더 수익이 나는 곳으로 이동하고 인재는 더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으로 몰린다.

그 과정에서 뒤처진 영역은 점점 더 기회를 잃는다. 결국 지금의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AI가 경제를 성장시키고 있는가가 아니라 그 성장이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가다.

만약 이 격차가 계속 확대된다면 우리는 ‘성장하는 경제’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두 개의 경제를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때의 문제는 더 이상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분배와 구조, 그리고 사회 전체의 안정성의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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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용 기자
admin@aju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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