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흩어진 검사들…특검 수사, 시작부터 멈췄다

핵심 참고인으로 지목된 수사 실무 검사들이 일제히 해외 연수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면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특검은 이미 압수수색을 통해 당시 수사라인의 판단 구조를 추적하고 있지만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실무 판단을 내린 검사들에 대한 직접 조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귀국이 곤란하다”라는 취지를 전달하며 서면 대응만을 제시했고 나머지 역시 해외에 체류 중인 상태다. 문제는 단순한 수사 지연이 아니다.
참고인 신분이라는 이유로 강제 귀국 조치가 불가능한 제도적 한계, 그리고 공무원의 해외 연수 중에도 복귀 명령이 가능한 규정이 존재함에도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 현실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수사를 해야 하는 시스템과 수사를 할 수 없는 구조가 동시에 존재할 때 무엇이 작동하는가.
핵심 참고인이 없다…수사 구조가 멈췄다
보고서를 쓴 검사, 그러나 조사 대상은 없다
이번 특검 수사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김건희 씨를 무혐의 처분한 결정이 어떤 판단 과정을 거쳐 내려졌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당시 수사를 실무적으로 정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검사들이 있다. 문제는 이들이 현재 국내에 없다는 점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검사, 대검에서 다른 판단 가능성을 검토한 보고서를 쓴 검사, 디올백 사건 무혐의 처분에 관여한 검사까지 핵심 인물들이 모두 해외 연수 중이다.
이 중 한 검사는 “가족과 자녀 문제 등으로 귀국이 곤란하다”라는 취지를 밝히며 서면 조사만을 제안했다. 동시에 자신은 “수사팀 말석 검사로서 선배 검사들의 의견을 정리했을 뿐”이라는 취지를 전달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개인 입장을 넘어선다. 책임의 위치가 개인이 아닌 ‘조직의 판단’에 있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결국 특검이 밝혀야 할 것은 단순한 사실관계가 아니라 검찰 내부에서 어떻게 판단이 형성되고 결정으로 이어졌는가의 구조이다.
그러나 그 구조를 설명할 핵심 인물들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사는 출발선에서부터 제약받고 있다.

참고인은 강제할 수 없다…제도의 한계가 드러났다
현재 특검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강제력의 부재’다. 해당 검사들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강제 귀국을 명령할 수 없다.
법무부 역시 “참고인을 강제로 귀국시킬 권한은 없다”라고 밝히며 사실상 수사 협조는 개인 의지에 달려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규정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공무원 국외 연수 지침에 따르면 품위 유지나 직무 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속 기관장이 복귀를 명령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세월호 수사 당시 해외 연수 중인 검사를 일시 귀국시킨 사례도 존재한다.
즉, 제도는 존재하지만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드러난다. 법적으로는 강제할 수 없고 행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행되지 않는다.
결국 특검 수사는 법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판단의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
무혐의는 어떻게 만들어졌나…결론보다 ‘과정’이 쟁점이다
서로 다른 판단…대검 보고서와 수사팀 결론의 간극
특검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핵심은 ‘결론의 일관성’이다. 김건희 씨를 무혐의 처분하기 직전, 대검찰청 내부에서 작성된 보고서는 수사팀의 결론과 다른 방향을 시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보고서는 김건희 씨와 유사한 역할을 했던 인물의 판결을 근거로, 일정 조건에서는 방조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검토했다. 즉, 무혐의가 아닌 다른 결론도 충분히 검토 대상이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 지점에서 특검이 파고드는 것은 단순한 법리 판단이 아니다.
서로 다른 해석이 존재했음에도 왜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됐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판단과 조정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결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윗선의 판단인가, 실무의 책임인가…책임 구조의 문제
해외에 있는 검사들의 공통된 입장은 비교적 명확하다. 자신들은 수사팀의 ‘말석’으로서 상급자의 판단을 정리하고 반영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곧 책임의 방향을 위로 돌리는 구조를 만든다. 실무는 단순 정리였고 실제 판단은 상급자가 내렸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구조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만약 실무자는 책임이 없고 상급자만 책임을 진다면,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누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를 특정하기 어려워진다.
특검은 이 ‘책임의 분산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된다. 단순히 누가 결론을 내렸는지가 아니라, 판단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어떤 의견이 제시되고 배제됐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은 개인의 판단 문제가 아니다. 조직 전체가 어떻게 결론을 만들어 내는가에 대한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수사할 수 없는 수사…특검의 한계와 시험대
귀국은 권고, 협조는 선택…수사는 ‘자발성’에 묶였다
현재 특검이 처한 상황은 역설적이다. 핵심 인물은 특정돼 있지만, 조사할 방법은 제한적이다.
참고인 신분인 검사들은 법적으로 강제 소환이 불가능하고 해외 체류라는 물리적 조건까지 겹치면서 수사는 사실상 ‘자발적 협조’에 의존하는 구조가 됐다.
특검은 서면 질의, 화상 조사 등 대안을 검토할 수 있지만,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대면 추궁과 비교하면 한계가 분명하다.
특히 판단 과정과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밝히는 데 있어 직접 대면 조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결국 지금의 수사는 강제력이 아닌 설득과 압박, 그리고 협조 유도에 의존하는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는 특검 수사의 본질적 한계를 드러낸다. 법적으로 수사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완전한 수사가 어려운 구조다.
제도는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남은 것은 ‘의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제도의 존재와 실행 사이의 간극이다. 공무원 국외 연수 규정에는 필요시 복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조항이 존재하고 과거 실제로 이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안에서는 해당 조치가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한 법적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를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방치할 것인지 판단의 문제다.
결국 특검 수사는 법률적 권한을 넘어선 영역, 즉 행정적 의지와 정치적 판단의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남는 질문은 단 하나다.
제도가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제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인가. 특검은 지금 사건을 수사하는 동시에 국가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시험받고 있다.
사람이 없으면 수사도 없다…시스템의 공백이 드러났다
이번 특검 수사가 마주한 현실은 단순한 난항이 아니다. 핵심 인물이 특정됐음에도 조사할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제도는 존재하지만 작동하지 않는 구조가 동시에 드러났다.
김건희 씨 무혐의 처분의 적절성을 따지는 문제를 넘어 국가의 수사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는가의 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 있는 검사들은 “협조하겠다”라는 취지는 밝히고 있지만, 귀국 여부는 개인 사정과 판단에 맡겨져 있다.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고 행정적으로 가능하지만 실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사는 자연스럽게 ‘선택적 협조’에 의존하게 된다.
이 구조에서는 진실 규명이 아니라, 접근 가능 범위 내에서의 ‘부분적 결론’에 머물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명확하다.
문제가 된 것은 특정 사건의 무혐의 여부가 아니라 그 결론을 다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가다. 사람이 없으면 수사는 멈춘다. 그리고 그 순간, 제도의 공백은 그대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