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8-29 12:19 (토) 08.29 (토)
“금지된 것만 막는다”…이재명式 규제 혁신, 산업 판을 바꿀 수 …

“금지된 것만 막는다”…이재명式 규제 혁신, 산업 판을 바꿀 수 있을까

메가특구·특별법 추진…속도전 vs 안전 논란 ‘양날의 칼’

041514.png
지난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첨단 산업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의 규제 체계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법으로 금지된 행위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겠다는 이 방식은 그동안 허가 중심으로 움직여 온 국내 규제 구조를 뒤집는 시도다.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로봇·바이오·재생에너지·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메가특구’를 지정하고 연내 특별법을 제정해 규제를 일괄 완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대통령이 직접 규제 개혁을 지휘하는 체계까지 구축하면서 정책 추진 속도 역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과거 ‘규제 프리존’과 ‘규제자유특구’ 역시 유사한 목표를 내세웠지만, 정치적 갈등과 부처 간 이해 충돌, 법 개정 지연 속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결국 이번 정책의 핵심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이번에는 정말 규제가 풀리는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이름만 바뀐 특구’에 그칠 것인가.

규제를 뒤집는다…네거티브 전환의 의미와 파장

허용이 기본이 된다…한국 규제 체계의 ‘근본 전환’

이번 정책의 핵심은 ‘네거티브 규제’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산업 규제는 기본적으로 ‘포지티브 방식’, 즉 허용된 것만 할 수 있는 구조에 가까웠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시도할 때마다 개별 법령을 검토하고 허가를 받아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소요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네거티브 방식은 이를 정반대로 바꾼다. 법으로 명확히 금지된 영역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는 구조다.

이는 기업이 사전에 허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먼저 시도하고 문제가 있다면 사후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는 의미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절차 개선이 아니다. 산업 정책의 중심을 ‘통제’에서 ‘허용’으로 옮기는 것이다.

특히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인공지능, 자율주행, 바이오 분야에서는 규제 속도가 혁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반복해 왔다.

결국 네거티브 규제는 단순히 규제를 줄이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국가가 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를 인정하고, 통제 방식을 바꾸겠다는 선택”이다.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대통령이 직접 지휘한다…속도전으로 바뀐 규제 개혁

이번 정책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지점은 추진 방식이다. 규제개혁위원회를 규제합리화위원회로 개편하고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격상시킨 것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다.

규제 개혁의 최종 판단 권한을 행정부 최고 권력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처 간 이견으로 규제 완화가 지연된다면 청와대로 보고하라며 직접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규제 개혁이 부처 간 이해 충돌과 책임 회피 속에서 지연돼 온 문제를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로 과거 규제 프리존이나 규제자유특구 추진 과정에서도 환경, 노동, 안전 규제를 둘러싼 부처 간 갈등이 핵심 장애물로 작용했다.

규제 권한을 쥔 부처들이 쉽게 권한을 내려놓지 않으면서 정책은 설계 단계에서 멈추거나 속도가 크게 늦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이번에는 그 구조를 정면으로 깨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규제 개혁을 ‘합의’가 아닌 ‘결단’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방식은 동시에 새로운 긴장도 만든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안전과 공공성에 대한 검증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네거티브 규제 전환은 단순한 완화 정책이 아니다. 속도와 안전, 혁신과 통제 사이에서 균형을 다시 설계하는 문제다.

메가특구라는 실험…과거 실패를 넘을 수 있을까

규제 프리존에서 메가특구까지…반복된 시도와 좌절

이번 메가특구 구상은 완전히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과거에도 유사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특정 지역에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는 ‘규제 프리존’을 추진했지만, 환경·노동 규제 완화 논란 속에서 정치권 반발에 부딪혀 입법이 무산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더 완화한 형태인 ‘규제자유특구’를 도입했다.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하고 실증 사업을 허용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실증이 끝난 뒤 실제 법령 개정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느려 기업들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투자를 미루는 사례가 반복됐다.

또한 부처 간 권한 충돌도 지속적인 문제였다. 규제를 완화하려는 부처와 이를 유지하려는 부처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정책 추진 속도는 크게 늦어졌다.

결국 과거 특구 정책은 ‘실험은 가능하지만,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한 구조’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엔 다르다?…대형화·패키지화·직할 구조의 승부

이재명 정부의 메가특구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우선 기존 특구보다 규모를 대폭 확대해 ‘지역 단위’로 규제를 완화하고 개별 특례가 아닌 재정·금융·세제·인재·인프라 등을 묶은 ‘패키지 지원’ 방식을 도입했다.

또한 대통령이 직접 규제 개혁을 지휘하는 구조를 통해 부처 간 갈등으로 정책이 지연되는 문제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연내 특별법을 제정해 기존 법령보다 우선 적용되는 규제 특례를 마련하겠다는 점도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다.이처럼 이번 정책은 ‘소규모 실험’이 아니라, 제도와 권한을 한꺼번에 묶어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가깝다.

그러나 동시에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 규제 완화 범위가 커질수록 환경·안전·노동 문제와의 충돌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속도는 확보할 수 있지만,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메가특구의 성패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실험을 실제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속도냐 안전이냐…규제 혁신의 또 다른 딜레마

규제를 풀면 경쟁력이 오른다?…그 이면의 리스크

네거티브 규제 전환과 메가특구 추진은 분명 기업 활동의 속도를 높이고 신산업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 바이오, 자율주행과 같은 분야에서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사전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규제를 푸는 것은 곧 위험을 뒤로 미루는 일이기도 하다. 안전성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기술이 시장에 먼저 투입될 경우, 사고 발생 시 사회적 비용이 훨씬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자율주행차, 바이오 의료 기술 등은 작은 오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사고가 나면 어떡하나”라는 불안을 언급한 것은 이러한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는 이번 정책이 단순한 낙관적 혁신 전략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하는 선택임을 보여준다. 결국 규제 완화는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어떤 위험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선택이다.

혁신의 속도와 사회의 신뢰…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규제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산업 발전과 공공 안전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다. 그러나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된다면 이 균형점은 기존보다 훨씬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기업은 빠른 실험과 시장 진입을 원하고 정부는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를 지원하려 한다. 반면 시민사회는 안전과 환경, 노동 기준이 훼손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

과거 규제 프리존이 정치적 충돌 속에서 좌초된 것도 이 같은 이해관계 충돌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대통령 직할 구조로 속도를 확보했지만,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정책 지속 가능성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결국 규제 혁신의 핵심은 단순히 ‘얼마나 많이 풀 것인가’가 아니다. “얼마나 설득하고 얼마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번 정책은 규제를 푸는 문제를 넘어 국가가 혁신과 위험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선택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규제를 풀 것인가, 책임을 설계할 것인가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네거티브 규제 전환과 메가특구 구상은 단순한 규제 완화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산업 정책의 방향을 ‘사전 통제’에서 ‘사후 책임’으로 이동시키는 구조적 전환이다.

과거 규제 개혁이 번번이 실패했던 이유는 속도가 아니라 구조였다. 부처 간 갈등, 정치적 충돌, 그리고 실증 이후 제도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단절이 반복되면서, 정책은 선언에 머물렀다.

이번에는 대통령 직할 체계를 통해 그 병목을 뚫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그러나 규제를 푼다는 것은 동시에 새로운 책임 구조를 요구한다.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만큼 사고 발생 시 책임과 통제 방식 역시 더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혁신은 신뢰를 잃고 정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정책의 성패는 규제를 얼마나 풀었느냐가 아니라 풀린 규제를 어떻게 관리하고 책임질 것인가에 달려 있다. 한국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속도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을 지킬 것인가가 아닌 두 가지를 동시에 설계할 수 있는가의 진짜 질문이다.

💡 이 기사를 15초 이상 읽으면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  포인트 이벤트 19회
🎉
+1P 적립 완료!
읽기 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김대현 기자
hyunseb@naver.com
다른기사 보기

0개의 댓글
로그인하면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0 / 400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법률에 의해 제재될 수 있습니다.
⊙ BEST댓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