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8-29 06:15 (토) 08.29 (토)
직고용이 해법이 되지 못한 이유-포스코 7,000명 결정의 구조적…

직고용이 해법이 되지 못한 이유-포스코 7,000명 결정의 구조적 충돌

직고용이 해법이 되지 못한 이유-포스코 7,000명 결정의 구조적 충돌

041413.png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결정이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다. 포스코가 포항·광양 제철소 협력사 근로자 약 7,000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하자 정규직 노조와 하청노조가 동시에 반발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직접 고용은 오랜 기간 노동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해 왔다. 불법파견 논란을 줄이고 고용 안정성을 높이며 노사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전제였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그 공식이 더 이상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문제의 핵심은 ‘직고용 여부’가 아니라 ‘직고용 방식’이다.

포스코는 기존 정규직과 다른 ‘S(시너지) 직군’을 신설해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복지는 유사하게 맞추되 임금은 차등을 두는 구조다. 이 설계는 곧바로 충돌을 낳았다.

하청노조는 “차별적 직고용”이라며 반발했고 정규직 노조는 “기존 체계의 붕괴와 역차별”을 우려하며 맞섰다. 같은 정책이 양쪽 모두에게 위협으로 작용하는 역설적인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선다. 직고용이 더 이상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노동 구조가 충돌하는 접점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직고용은 왜 해법이 되지 못했는가, 그리고 이 충돌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현장의 충돌-하나의 결정, 두 개의 반발

“직고용이 아니라 차별”-하청의 거부

직접 고용은 기대가 아니라 의심으로 받아들여졌다. 포스코의 발표 이후 사내하청 노조는 제철소 앞에서 ‘직고용 중단’을 요구하며 반발에 나섰다.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고용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그 방식이다. 포스코는 기존 정규직과 별도로 ‘S(시너지) 직군’을 신설해 채용하고 복지는 유사하게 맞추되 임금은 차등을 두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하청노동자들은 이를 “차별의 재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같은 현장에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임금 체계가 다르면 이는 정규직화가 아니라 새로운 위계 구조를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노조가 개별 전환 합의나 서명을 금지하는 지침까지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직고용이 기회가 아니라 오히려 조건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하고 있다.

결국 하청의 반발은 분명하다. 직고용이라는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어떤 대우를 받느냐의 질문이다.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체계가 무너진다”-정규직의 방어

같은 정책에 대해 정규직의 반응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나타난다. 정규직 노조는 “기존 조합원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정규직화라면 수용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임금 수준이 아니라 기준의 붕괴다. 정규직은 채용 과정과 평가 체계를 통해 형성된 집단인데 다른 경로로 유입된 인력이 유사한 처우를 받게 되면 그 기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직군 간 경계가 흐려진다면 장기적으로 임금 구조나 복지 체계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기존 정규직에 잠재적인 손실로 인식된다. 결국 정규직의 반발 역시 단순한 기득권 방어로만 보기 어렵다.

그들이 지키려는 것은 정규직이라는 지위가 유지해 온 질서와 기준이기 때문이다.

직고용의 역설-해법이 갈등이 되는 구조

S직군’의 설계-타협이 만든 제3의 노동

포스코가 내놓은 해법은 전면적인 정규직화도 기존 구조 유지도 아니었다. 그 대신 선택한 것이 ‘S(시너지) 직군’이라는 새로운 고용 형태다. 복지는 기존 정규직과 유사하게 맞추되 임금은 차이를 두는 방식이다.

이 설계는 명확한 의도를 가진다. 정규직 수준으로 맞춘다면 인건비가 급등하고 하청상태를 유지한다면 불법파견 리스크 지속한다. 즉, 비용과 법적 리스크 사이에서 중간 지점을 찾은 것이다.

문제는 이 타협이 새로운 균형을 만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계층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정규직도 아니고 하청도 아닌 ‘제3의 노동’이 등장한 것이다.

이 구조에서는 누구도 만족하기 어렵다. 정규직 기준에서는 낮고 하청 기준에서는 불완전하다. 결국 S직군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장치였지만 현실에서는 갈등이 집중되는 지점이 되고 있다.

직고용이 실패하는 이유-하나의 해법, 서로 다른 기준

직고용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같은 정책을 서로 다른 기준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청노동자 직고용은 “정규직과 동일 대우로 올라가는 과정”이다.

반면 정규직에 직고용은“기존 체계에 새로운 인력이 유입되는 변화”이다. 이 두 인식은 처음부터 충돌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업의 기준이 추가된다.

기업에서 직고용은 비용과 리스크를 관리하는 문제다. 결국 하나의 정책 위에 세 개의 기준이 겹친다. ▲노동의 평등 ▲조직의 질서 ▲기업의 비용, 이 세 기준은 동시에 충족되기 어렵다.

그래서 직고용은 언제나 같은 딜레마에 부딪힌다. 같게 만들면 비용과 반발이 발생하고 차이를 두면 차별 논란 발생한다.

이번 포스코 사례는 이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직고용은 더 이상 ‘해결책’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준이 충돌하는 접점이 되고 있다.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반복되는 딜레마-직고용은 왜 해답이 되지 못하는가

반복되는 충돌-공공에서 민간까지 이어진 구조

포스코의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유사한 문제는 이미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반복해 왔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노동자 직고용, 현대제철의 사내하청 문제까지 형태는 달라도 구조는 유사하다.

직접 고용을 추진하면 두 가지 선택지만 남는다. 기존 정규직과 같이 대우한다면 인건비 급증과 기존 직원 반발을 겪게 된다.

차이를 둔다면 “차별적 직고용” 논란이 생긴다. 결국 어느 쪽을 선택해도 갈등은 발생한다. 이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은, 문제가 특정 기업의 의사결정이 아니라 구조 자체에 있다는 의미다.

직고용은 갈등을 해결하는 정책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갈등을 다른 형태로 드러내는 과정이 되고 있다.

법과 시장의 충돌-해법이 없는 이유

이번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제도 환경의 변화다. 최근 강화된 노동 규제와 판례 흐름은 기업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하청구조를 유지한다면 법적 리스크가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노란봉투법’과 같은 제도는 하청노조의 교섭권과 사용자 책임 범위를 확대하면서 기업의 부담을 크게 늘리고 있다.

기업은 선택지가 줄어든다. 하청 유지는 소송·파업 리스크가 발생하고 직고용은 비용과 내부 갈등이 발생한다. 즉, 법은 직고용을 압박하지만, 시장과 조직 구조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다.

이 지점에서 기업은 더 이상 명확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 결국 현재 상황은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니라 법이 요구하는 방향과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사이의 충돌이다.

그리고 이 충돌이 해결되지 않는 한 포스코의 사례는 예외가 아니라 앞으로 반복될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해법 이후의 갈등-직고용은 무엇을 남겼는가

7,000명 직고용이라는 결정은 분명 과감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선택은 갈등을 끝내지 못했고 오히려 새로운 형태로 드러냈다.

포스코의 사례에서 확인된 것은 단순하다. 직고용은 더 이상 단일한 해법이 아니다. 같은 정책이지만, 누구에게는 상승의 기회로 누구에게는 기준의 붕괴로 받아들여진다.

이 두 인식이 충돌하는 순간 정책은 해결책이 아니라 갈등의 출발점이 된다. 기업은 비용과 법적 리스크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노동자는 평등과 안정 사이에서 서로 다른 요구를 내세운다.

그 결과 만들어지는 것은 타협이 아니라 누구도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중간 구조다. 문제는 이 구조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공공과 민간에서 반복돼 온 패턴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질문은 남는다.

직고용은 정말 노동 문제의 해법이었는가,

아니면 구조적 갈등을 다른 형태로 드러내는 장치였을 뿐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결정들은 앞으로도 반복해서 같은 지점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이 기사를 15초 이상 읽으면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  포인트 이벤트 17회
🎉
+1P 적립 완료!
읽기 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김규용 기자
admin@ajua.com
다른기사 보기

0개의 댓글
로그인하면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0 / 400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법률에 의해 제재될 수 있습니다.
⊙ BEST댓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