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26만장·2.2조 투자… 한국, AI 3강 향한 ‘풀스택 국가 전략’ 시동
-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정책실장(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글로벌 인공지능(AI) 3대 강국’ 진입을 국가적 목표로 내건 가운데 정책이 선언을 넘어 본격적인 실행 국면에 들어섰다.
-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총리급 격상과 함께 인공지능정책실을 신설하고 컴퓨팅 인프라·AI 모델·제도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 특히 김경만 인공지능정책실장이 “밀리지 않는 3위”를 목표로 제시하며 단순 순위 경쟁이 아닌 기술 전반에서 평균 이상을 확보하는 ‘풀스택 경쟁력’을 강조한 점은 주목된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총리급 격상과 함께 인공지능정책실을 신설하고 컴퓨팅 인프라·AI 모델·제도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김경만 인공지능정책실장이 “밀리지 않는 3위”를 목표로 제시하며 단순 순위 경쟁이 아닌 기술 전반에서 평균 이상을 확보하는 ‘풀스택 경쟁력’을 강조한 점은 주목된다.
GPU 26만 장 확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육성, 세계 최초 AI 기본법 시행까지 이어지는 정책들은 한국이 AI 패권 경쟁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결국 이번 정책의 핵심은 명확하다. 하드웨어 투자에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산업 생태계·제도까지 연결해 AI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라는 점이다.
‘26만 GPU 국가’ 선언-AI 경쟁의 판을 바꾸는 인프라 전략
2.2조 투입, GPU 26만 장-국가가 직접 나선 이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핵심 수치는 단순하다. 2030년까지 민·관 합산 GPU 26만 장 확보, 그중 5만 2,000장은 정부가 직접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올해만 약 2조 원대 재원을 투입해 첨단 GPU를 추가 도입하는 방안까지 추진되면서 한국은 사실상 ‘국가 주도형 AI 인프라 구축’ 단계에 들어섰다.
이처럼 정부가 직접 GPU 확보에 나선 배경은 분명하다.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 경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 자원이 데이터보다 컴퓨팅 파워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수십만 장의 GPU를 기반으로 모델을 학습시키며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 결국 GPU 확보는 단순한 장비 도입이 아니라 AI 주권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 확보 경쟁이다.
한국이 뒤늦게나마 대규모 투자를 선언한 것은, 이 격차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 의존’ 넘어설 수 있나-공급망과 기술 주권
이번 정책에서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글로벌 GPU 공급망과의 관계다. 특히 차세대 GPU인 엔비디아 ‘베라 루빈’ 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한국의 AI 인프라가 여전히 특정 기업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도 동시에 드러난다.
이 문제는 단순한 조달 이슈를 넘어선다. GPU는 현재 AI 산업에서 사실상 전략 자원으로 취급되며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축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기업·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공급 제한이나 가격 변동에 따라 국가 AI 전략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GPU 확보와 함께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 반도체 등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풀스택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장비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AI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 구축이라는 의미가 있다.
결국 한국의 AI 전략은 단순한 투자 경쟁이 아니다. 누가 더 많은 GPU를 갖느냐가 아니라 그 위에 어떤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독파모’와 풀스택 전략-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로
‘한국판 챗GPT’ 경쟁-독자 모델 확보의 승부
AI 경쟁의 판을 좌우하는 것은 더 이상 하드웨어만이 아니다. GPU가 ‘연료’라면, 실제 경쟁력은 그 위에서 작동하는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에 있다.
이 지점에서 정부가 꺼낸 카드가 바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독파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모델과 경쟁할 수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 AI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SK텔레콤,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 중이며 8월 2차 평가를 거쳐 최종 후보가 가려질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순히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빅테크가 장악한 AI 시장에서 한국이 자체 기술로 독립적인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는 데이터 주권, 산업 경쟁력, 국가 안보까지 연결되는 문제다.
HBM에서 AI까지-‘부분 1위’에서 ‘전체 경쟁력’으로
한국은 이미 AI 산업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강점만으로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김경만 인공지능정책실장이 강조한 ‘밀리지 않는 3위’ 전략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특정 분야에서의 1위가 아니라 GPU·데이터센터·모델·소프트웨어·피지컬 AI까지 이어지는 전 영역에서 평균 이상을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보여주는 AI 전략과도 유사하다. 두 국가는 각각 빅테크와 국가 주도로 생태계를 통합하며 경쟁력을 키워왔고 단일 기술이 아닌 풀스택 구조를 통해 격차를 벌리고 있다.
결국 한국의 전략은 명확하다. HBM이라는 ‘부분 1위’를 발판으로 AI 전체 산업 구조를 끌어올려 ‘종합 경쟁력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시도다.

기술을 넘어 사회로-‘AI 국가’의 조건은 완성됐나
세계 최초 AI 기본법-산업 육성과 규제의 동시 설계
AI 경쟁이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서는 이유는 그 영향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계 최초로 시행된 ‘AI 기본법’을 기반으로 산업 육성과 부작용 관리의 병행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 법은 AI를 개별 규제가 아닌 포괄적 체계로 다루며 기술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균형을 목표로 한다.
특히 생성형 AI 확산으로 가짜 정보, 저작권 문제, 윤리 논쟁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기준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경만 실장이 강조한 “인간을 위한 AI”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 AI가 단순한 산업 도구를 넘어 사회 구조를 바꾸는 기술인 만큼 그 활용 방향에 대한 통제와 감시 역시 국가 경쟁력 일부가 되고 있다.
일자리 충격 대응-AI 시대의 새로운 사회 계약
AI 확산이 가져올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노동시장이다. 자동화와 생성형 AI의 발전은 일부 직무를 대체하는 동시에 새로운 직무를 만들어 내며 산업 구조 전반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사회안전망과 교육 체계까지 포함한 대응 전략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고위험 직군에 대한 보호, 재직자 AI 전환 교육, 공론장 운영 등을 통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AI 정책이 더 이상 기술 정책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경쟁력은 단순히 GPU 숫자나 모델 성능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결국 핵심은, 기술 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충격을 얼마나 잘 흡수하고 관리할 수 있느냐다. 그 점에서 한국의 AI 전략은 이제 산업 정책을 넘어 ‘사회 시스템 재설계’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AI 3강’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AI 3대 강국’ 전략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선다. GPU 26만 장 확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AI 기본법과 사회 대응까지 정책 흐름은 한국이 AI를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반을 재편하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전략의 성패는 투자 규모나 장비 숫자에 있지 않다. 진짜 경쟁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데이터·제도·인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있다.
특정 기술에서의 일시적 우위가 아니라, 전체 생태계가 지속해 작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밀리지 않는 3위’라는 목표도 현실이 될 수 있다.
결국 한국의 AI 전략은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대규모 투자와 정책 선언을 넘어 실제 산업과 사회 전반에서 작동하는 완결된 AI 국가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AI 3강은 순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기술을 넘어 국가의 경쟁 구조를 재정의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