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8-29 06:14 (토) 08.29 (토)
“보고, 판단하고, 걷는다”… 한국과학기술원 드림워크++, 로봇 …

“보고, 판단하고, 걷는다”… 한국과학기술원 드림워크++, 로봇 이동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3줄 요약
  •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로봇은 오랫동안 인간의 명령을 따라 움직이는 ‘도구’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 특히 사족보행 로봇 분야에서는 험지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걷는 것이 기술 경쟁의 핵심이었다.
  • 그러나 이제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041204.png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로봇은 오랫동안 인간의 명령을 따라 움직이는 ‘도구’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사족보행 로봇 분야에서는 험지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걷는 것이 기술 경쟁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제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이동 능력을 넘어 환경을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며 행동을 선택하는 ‘지능형 이동’이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부 명현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드림워크++(DreamWaQ++)’는 이러한 변화의 분기점에 놓인 기술이다.

기존의 ‘블라인드 보행’을 넘어 시각 정보를 기반으로 장애물을 사전에 인지하고 보행 전략을 실시간으로 수정하는 ‘인지 기반 보행’을 구현했다.

이는 로봇이 단순히 움직이는 기계를 넘어 환경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보행’에서 ‘인지’로-기술 패러다임의 전환

블라인드 보행의 한계와 돌파

기존 ‘드림워크(DreamWaQ)’는 관절 엔코더와 관성센서(IMU) 등 자기수용 감각(proprioception)만으로 지형을 추정하는 ‘블라인드 보행’ 기술이었다.

시각 정보 없이도 험지를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난 환경 대응에 강점을 보였지만, 구조적으로 장애물에 직접 접촉한 이후에야 대응이 가능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원 연구팀이 개발한 ‘드림워크++’는 이 지점을 근본적으로 확장한다. 카메라와 라이다 기반의 외수용 감각(exteroception)을 결합해 로봇이 장애물을 사전에 인지하고 보행 전략을 미리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즉, 기존의 “부딪히고 반응하는 로봇”에서 “보고 판단하는 로봇”으로의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감각 융합과 강화학습-‘생각하는 보행’의 구현

드림워크++의 핵심은 단순한 센서 추가가 아니라 다중 감각 정보를 통합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강화학습 구조다.

로봇은 시각 정보(카메라·라이다)와 자기수용 감각을 동시에 받아들이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보행 전략을 실시간으로 생성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강인성과 적응성이다. 특정 센서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시스템은 자동으로 다른 감각 기반 제어로 전환되며 안정성을 유지한다.

이는 실제 현장 환경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또한 학습 기반 구조를 통해 로봇은 사전에 훈련되지 않은 지형에서도 스스로 대응 방식을 만들어 낸다.

결국 드림워크++는 단순한 이동 기술을 넘어 환경을 이해하고 행동을 선택하는 ‘인지형 보행 시스템’으로 진화한 것이다.

실험이 증명한 성능-‘판단하는 로봇’의 현실화

계단·경사·장애물… 기존 한계를 뛰어넘다

드림워크++의 진가는 다양한 실험 환경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기술을 적용한 사족보행 로봇은 50개 계단 코스를 단 35초 만에 완주한다.

이는 기존 블라인드 보행 제어기와 상용 인지형 제어기를 모두 능가했다. 이는 단순 속도 경쟁을 넘어 지형 인지와 보행 전략 최적화가 동시에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급경사 환경에서도 성능은 두드러졌다. 기존 학습 조건이 10도 수준이었음에도 로봇은 최대 35도의 경사면을 안정적으로 등반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세를 능동적으로 조정하며 후방 다리 모터 토크를 약 1.5배 절감하는 효율적인 움직임을 구현했다.

이는 단순한 이동 능력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까지 고려한 ‘판단 기반 보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탐색하고 선택하는 행동-AI 보행의 진화

드림워크++는 단순히 장애물을 넘는 수준을 넘어 환경을 탐색하고 최적의 경로를 선택하는 행동까지 보여준다.

별도의 경로 계획 알고리즘 없이도 더 효율적인 길을 스스로 선택하거나 낙차가 불확실한 지형에서는 일시적으로 멈춘 뒤 지면을 탐색(probing)하고 이동하는 행동이 관찰됐다.

또한 2.5kg의 탑재물을 실은 상태에서도 41cm 높이의 장애물을 극복하는 등 높은 민첩성을 입증했다. 더 나아가 이 기술은 특정 로봇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됐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의 ANYmal-C와 KAIST Hound 등 다른 사족보행 로봇에서도 1~1.5m 수준 장애물 대응 능력이 확인되며 기술의 확장성과 범용성이 입증됐다.

이처럼 드림워크++는 단순한 제어 기술을 넘어 스스로 상황을 해석하고 행동을 선택하는 ‘지능형 이동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연구실을 넘어 산업으로-기술 확장과 의미

로봇의 ‘현장 투입’ 가능성-재난·산업으로의 확장

드림워크++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실험실 성능을 넘어 실제 환경 적용 가능성에 있다.

기존 바퀴형 로봇이 접근하기 어려운 재난 현장, 산림 지역, 산업 설비 점검 구역 등에서는 지형의 불확실성과 시야 제약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드림워크++는 강점을 발휘한다. 시각 정보가 제한되거나 일부 센서가 손상되더라도 시스템은 자동으로 다른 감각 기반 보행으로 전환하며 이동을 지속할 수 있다.

즉, 이 기술은 단순한 고성능 로봇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현장형 로봇’의 기반 기술로 평가된다.

특히 붕괴 건물 내부, 연기·암흑 환경, 통신이 불안정한 지역 등에서는 기존 로봇이 갖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 향후 재난 대응 로봇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실 창업과 생태계-기술 상용화의 시작

이번 연구는 단순한 학술 성과를 넘어 산업 생태계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연구는 KAIST 연구실 창업기업인 유로보틱스와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이는 기술이 곧바로 상용화 단계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의미한다.

유로보틱스는 연구진의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 자율보행 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투자 유치와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국내 로봇 기술이 단순 연구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산업화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드림워크++는 하나의 기술을 넘어 연구–창업–산업으로 이어지는 ‘딥테크 상용화 모델’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움직이는 기계’를 넘어 ‘판단하는 존재’로

드림워크++는 단순히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걷는 로봇을 만든 연구가 아니다. 이는 로봇이 환경을 인지하고 상황을 해석하며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기술적 전환점이다.

과거의 로봇이 입력된 명령에 따라 반응하는 존재였다면 이제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자율적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로봇 기술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재난 대응, 산업 점검, 야지 탐사 등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로봇의 역할이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드림워크++는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앞으로 로봇 기술 경쟁은 더 이상 ‘얼마나 잘 움직이느냐’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핵심은 얼마나 잘 이해하고 판단하느냐다. 그런 점에서 드림워크++는 로봇을 ‘움직이는 기계’에서 ‘생각하는 시스템’으로 바꾸는 전환의 시작점이며 동시에 미래 로봇 산업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다.

💡 이 기사를 15초 이상 읽으면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  포인트 이벤트 16회
🎉
+1P 적립 완료!
읽기 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김규용 기자
admin@ajua.com
다른기사 보기

0개의 댓글
로그인하면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0 / 400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법률에 의해 제재될 수 있습니다.
⊙ BEST댓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