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한 돈 81만6,000원…고금리 충격에도 ‘금 강세론’ 살아있는 이유
- 미 국채금리 5%대 급등에 국제 금값 7주 최저…중앙은행 매입·ETF 자금은 장기 버팀목
- Fed 추가 긴축 우려에 금리·달러 동반 상승…골드만삭스는 2027년 말 5,400달러 전망 유지
- 글로벌 금 ETF 보유량 사상 최대 4,189톤…개인투자자는 환율·실질금리까지 따져야
고금리에 흔들린 금값…중앙은행·ETF 매수세가 강세장 지킬까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국내외 금값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내 금 한 돈(3.75g)이 81만 원대로 내려온 데 이어 국제 금값은 한때 트로이온스당 4,100달러 초반까지 밀렸다. 미국 국채금리가 200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달러까지 강세를 보인 결과다.
그러나 금 시장의 방향을 단순히 하락세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이어지고 글로벌 금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량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금리 상승과 구조적 금 수요가 맞서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보도에 따르면 2026년 9월 28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국내 금 한 돈 가격은 81만6,000원으로 직전 거래일보다 8,000원 하락했다. 같은 시점 국제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4,223.49달러를 나타냈다.
국제시장의 조정 폭은 이후 더 커졌다. Reuters에 따르면 2026년 9월 28일 현물 금 가격은 장중 약 4% 급락한 4,110.55달러까지 떨어지며 2026년 8월 5일 이후 7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9월 29일에는 4,157.39달러 수준으로 약 1% 반등했지만 여전히 최근 저점 부근이다.

미 국채금리 5%대…금값을 누르는 ‘기회비용’
금값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의 금리 환경이다.
Fed는 2026년 9월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3.75~4.00%로 올렸다. Fed는 당시 미국 경제가 견조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시장금리는 더 빠르게 움직였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9월 28일 장기 국채 평균금리는 5.57%, 30년물 평균금리는 5.60%까지 올라갔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10년물 국채금리도 5.2%대로 상승했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국채처럼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자산의 금리가 높아지면 금을 보유하는 데 따른 상대적인 기회비용도 커진다.
달러 강세 역시 부담이다. 금은 국제시장에서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원화·유로화·엔화 등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투자자에게 금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진다.
2026년 9월 29일 Reuters 집계에서 달러지수는 101.5 수준까지 상승했고 미 10년물 국채금리도 약 5.25%를 나타냈다.

금리 올라도 금 사는 중앙은행들
그럼에도 금값의 중장기 상승 전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앙은행 수요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이 2026년 7월 공식적으로 보고한 금 순매입량은 23톤이었다. 중국이 20톤, 폴란드가 8톤을 늘리는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매입이 이어졌다.
2026년 1~7월 중앙은행의 보고된 금 순매입량은 약 130톤이다. 다만 2025년 같은 기간 약 160톤보다는 줄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7월까지 21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렸다.
여기서 통계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Goldman Sachs가 추정하는 중앙은행의 최근 금 매입 속도는 월 약 91톤이지만 WGC가 발표한 7월 23톤은 중앙은행들이 공식적으로 보고한 순매입량이다. 집계 방식과 대상이 다른 만큼 두 수치를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
중앙은행이 금을 사들이는 배경에는 외환보유액 다변화가 있다. 특정 통화나 국채에 외환보유액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위험을 줄이고 지정학적·금융시장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자산으로 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글로벌 금 ETF 보유량 4,189톤 ‘사상 최대’
민간 투자자들의 금 수요도 다시 강해졌다.
WGC가 2026년 9월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글로벌 금 ETF에는 18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금 ETF가 보유한 금은 한 달 동안 121톤 증가해 사상 최대인 4,189톤에 도달했다.
ETF 운용자산도 전월보다 16% 증가한 6,150억달러로 불어났다. 2026년 들어 8월까지 글로벌 금 ETF 순유입액은 290억달러, 보유량 증가는 160톤이었다.
이는 최근 금값 상승이 중앙은행뿐 아니라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자금 이동과도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ETF 자금은 금리와 시장심리에 민감하다. Fed의 추가 긴축 기대가 강해지고 채권금리가 더 오르면 자금 흐름이 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다.
골드만삭스 “2027년 말 5,400달러”…단기 전망은 낮춰
기관 전망에서도 이러한 양면성이 나타난다.
Goldman Sachs는 2026년 9월 18일 Fed의 금리 인상에도 2027년 말 국제 금값 전망치인 트로이온스당 5,400달러를 유지했다.
반면 2026년 말 금값 적정가치 전망은 기존 4,900달러에서 4,650달러로 낮췄다. 고금리가 금 ETF 수요를 단기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Goldman Sachs의 전망은 ‘고금리가 금값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금리 상승으로 단기 상승 속도는 둔화할 수 있지만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라는 구조적 수요가 장기 가격을 지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 강한 긴축이 현실화하면 하락 위험도 있다. Goldman Sachs는 Fed가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인 정책을 펼칠 경우 국제 금값이 약 4,070달러까지 조정될 수 있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안전자산=무조건 상승’은 아니다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부분도 여기에 있다.
금은 금융시장 불안과 지정학적 충격 때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지만 언제나 가격이 상승하는 자산은 아니다.
최근 시장이 이를 보여준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금값은 하루 동안 약 4% 급락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이고 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키우면서 안전자산 수요보다 금리와 달러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는 변수 하나를 더 고려해야 한다. 국제 금값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이다.
국제 금값이 떨어져도 원화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면 국내 금값의 하락 폭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국제 금값이 올라도 원화가 강해지면 국내 투자자의 실제 수익률은 국제 금값 상승률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실물 금은 여기에 매매가격 차이와 부가 비용도 발생한다. 금 ETF·ETP 역시 상품에 따라 환율 노출, 운용보수와 추적오차가 다르다.
가격 예측보다 중요한 것은 ‘위험 관리’
따라서 금 시장을 볼 때 특정 금융회사의 목표가격 하나만 따라가는 접근은 위험하다.
단기적으로는 Fed의 추가 금리 결정과 미국 물가·고용지표, 미 국채 실질금리와 달러 움직임을 살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지속되는지, 글로벌 금 ETF로 자금이 계속 들어오는지가 핵심이다.
금융회사와 시장정보 제공기관도 목표가격을 전달할 때 전망의 전제조건과 하락 시나리오를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중앙은행 금 매입 통계 역시 공식 보고치와 투자은행 추정치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2026년 9월의 금 시장은 고금리라는 전통적인 악재와 중앙은행·ETF라는 구조적 수요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시장으로 요약된다.
금값이 다시 사상 최고치를 향할지, 고금리 장기화 속에서 추가 조정을 받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앞으로 Fed 정책과 실질금리, 달러, 중앙은행 매입, ETF 자금이라는 5개의 지표가 그 방향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핵심 쟁점·문제점·해결 방안
핵심 쟁점: 고금리·달러 강세가 금값을 누르는 힘과 중앙은행·ETF의 구조적 금 수요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오래 지속될지가 관건이다.
문제점: 금융기관의 목표가격이 확정적인 미래 가격처럼 전달될 수 있고, 중앙은행의 공식 금 매입 통계와 투자은행 추정치가 혼용될 위험이 있다. 국내 개인투자자는 국제 금값 외에도 환율과 상품별 거래비용을 부담한다.
해결 방안: 금융기관은 목표가격과 함께 금리·환율·중앙은행 수요 등 전망의 전제조건과 하락 시나리오를 공개해야 한다. 투자자는 금을 단일 방향성 투자보다 포트폴리오 분산 수단으로 접근하고 상품별 세금·비용·환율 노출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