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12 12:26 (월) 10.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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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만든 63조 원 세수 반전…재정 체력 회복인가, 호황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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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만든 63조 원 세수 반전…재정 체력 회복인가, 호황의 착시인가

3줄 요약
  • 2026년 국세수입 478조 6,000억 원 전망…법인세 급증 속 세수 변동성과 초과세수 활용이 새 과제로
  • 반도체·증시 호황에 세입 급증했지만 생산·소비·투자는 동반 감소…구조적 회복 판단은 아직 일러
  • 법인세가 증가분 절반 이상 차지…국채·미래대응기금·지방재정 놓고 초과세수 배분 논의 본격화

정부가 2026년 국세수입 전망을 478조 6,000억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2026년 3월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된 415조 4,000억 원보다 63조 2,000억 원, 2026년 본예산 390조 2,000억 원보다 88조 4,000억 원 많은 규모다. 지난해인 2025년 실제 국세수입 373조 9,000억 원과 비교하면 104조 7,000억 원 증가한다. 정부 전망대로 걷힐 경우 종전 최고였던 2022년 395조 9,000억 원을 넘어 역대 최대 국세수입이 된다.

3-1 반도체 호황과 국가재정 전망.png

세수 증가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정부 재추계에서 법인세 전망은 추경 당시보다 약 35조 원 늘어난 136조 원대로 상향됐다. 전체 세수 상향분 63조 2,000억 원의 절반 이상을 법인세가 차지한 셈이다. 소득세도 추경 전망보다 15조 6,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과 특별배당, 증시 활성화 등이 복합적으로 세입을 끌어올렸다. 2026년 1~8월 실제 국세수입도 329조 9,00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조 1,000억 원 증가했다.

세수 증가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호황은 9월 수출에서도 확인됐다. 산업통상부가 2026년 10월 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9월 수출은 1,209억 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83.5% 증가했다. 월간 수출이 1,2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반도체 수출은 603억 달러로 262.8% 증가하며 단일 품목 최초로 60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26년 1~9월 누적 수출도 8,145억 달러에 달했다.

3-2 63조 늘어난 세수와 재정 구조.png

따라서 이번 세수 반등을 단순한 장부상의 착시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업 실적과 수출에서 실제 호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호황이 한국 경제 전반의 구조적인 회복을 의미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9월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3%, 소매판매는 1.8%, 설비투자는 9.5% 감소했다. 생산·소비·투자가 동시에 감소한 것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0.5% 늘었지만 광공업 생산은 4.8% 감소했다. 정부는 자동차 업계 휴가와 파업 등 일시적인 요인의 영향을 강조했지만, 적어도 수출과 세수의 기록적인 증가가 모든 산업과 내수 부문에 같은 강도로 확산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세수의 산업 편중도 주목할 대목이다. 법인세는 기업 이익에 민감하고, 그중에서도 현재 세수 증가를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정보기술 수요와 메모리 가격, 인공지능 투자 사이클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현재의 호황이 이어지면 세수 기반이 더 강해질 수 있지만 반도체 가격이나 글로벌 투자 수요가 꺾이면 법인세 증가세 역시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

3-3 반도체 수출 호황과 내수 부진.png

최근 몇 년간 반복된 대규모 세수 오차도 이런 위험을 보여준다. 본예산과 실제 국세수입을 비교하면 2021년에는 61조 3,000억 원, 2022년에는 52조 6,000억 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다. 반대로 2023년에는 56조 4,000억 원, 2024년에는 30조 8,000억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세수 오차가 한 방향으로 고착된 것이 아니라 경기와 기업 실적, 자산시장 변화에 따라 큰 폭으로 오르내린 것이다.

2025년 수치는 기준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실제 국세수입은 373조 9,000억 원이었다. 최종 세입예산인 추경 372조 1,000억 원과 비교하면 1조 8,000억 원 더 걷혔다. 반면 당초 본예산 382조 4,000억 원과 비교하면 8조 5,000억 원 부족했다. 정부는 국회가 의결한 최종 추경예산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2025년을 단순히 ‘8조 5,000억 원 세수 결손’이라고만 표현하는 것보다는 본예산과 최종예산이라는 두 기준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정확하다.

3-4 반복되는 세수 오차와 AI 예측 도전.png

2026년에는 상황이 다시 크게 뒤집혔다. 추경 기준 세수 오차율은 15.2%로 정부 설명상 1950년 이후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법인세 추계에 인공지능 예측모형까지 활용했지만,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등 모델에 입력되는 핵심 변수 자체가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면서 오차를 피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예측모형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세수 오차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 관심은 늘어난 세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로 이동하고 있다. 63조 2,000억 원 전체를 미래대응기금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거론되는 미래대응기금 재원 가능 규모는 약 56조 원이다. 정부는 국채 발행 물량 조정과 바이백 등을 포함한 여러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초과세수가 늘면서 연말 국고채 추가 발행 필요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시장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초과세수를 중앙정부 기금에 적립하는 과정에서는 지방재정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초과세수를 미래대응기금으로 이전하고 이를 지방교부세 산정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추가로 받을 보통교부세 정산분이 약 10조 5,000억 원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연구기관의 추산으로 정부의 확정 수치는 아니지만, 초과세수의 사용처를 결정할 때 중앙정부의 재정 여력뿐 아니라 지방재정에 미치는 효과도 함께 따져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결국 2026년의 63조 2,000억 원 세수 상향은 한국 재정에 상당한 여유를 제공하는 동시에 세수 구조의 변동성을 다시 드러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반도체 수출과 기업 이익의 기록적인 증가는 실제 경제적 성과다. 그러나 생산·소비·투자 등 다른 지표까지 같은 속도로 개선된 것은 아니며 세수 증가분 가운데 상당 부분이 경기 민감도가 높은 법인세에 집중돼 있다.

3-5 초과세수 63조 원, 재정의 선택.png

따라서 초과세수를 장기간 지속될 고정지출의 재원으로 전제하는 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채 발행 축소와 채무 관리, 경기 하강기에 사용할 수 있는 재정 완충장치, 취약계층 지원 등 일회성 또는 탄력적 지출과의 조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반도체 가격과 기업 이익, 자산시장 등 주요 변수별 시나리오를 반영한 세수 전망을 공개해 단일 전망치가 가진 한계를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63조 2,000억 원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돈이 왜 생겼고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2026년 세수 호조가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반도체에서 시작된 소득과 투자가 내수와 다른 산업으로 얼마나 확산되는지, 그리고 정부가 일시적 세입 증가를 장기적인 재정 부담으로 바꾸지 않고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핵심 쟁점·문제점과 해결 방안

첫째, 세수 증가의 지속성이다. 전체 상향분 가운데 법인세 비중이 절반을 넘는 만큼 반도체 업황이 둔화할 경우 세수도 빠르게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반도체 가격과 기업 이익 등을 기준으로 기준·낙관·하방 시나리오를 나눈 세수 전망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반복되는 세수 추계 오차다. 2021~2024년 대규모 초과세수와 결손이 번갈아 발생했고 2026년에도 추경 대비 15.2%의 오차가 예상된다. AI 모델 고도화와 함께 주요 경제 가정과 세목별 민감도, 사후 오차 원인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셋째, 초과세수 사용의 원칙이다. 경기 민감 세입을 영구적인 의무지출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경우 향후 세수가 감소할 때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국가채무 관리, 경기 대응 재원 등 일회성·완충성 용도와 민생 지원 사이의 적정 배분이 필요하다.

넷째, 지방재정과의 관계다. 미래대응기금 전입 방식에 따라 지방교부세 정산 규모가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관련 법률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재원 배분 효과를 명확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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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숙 기자
eunsou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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