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7-12 20:34 (일) 07.1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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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리카'는 끝났나… 경북 전역으로 번지는 폭염이 던진 질문

'대프리카'는 끝났나… 경북 전역으로 번지는 폭염이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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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대프리카'는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쳐 만든 이 별명은 오랫동안 한국 폭염을 상징하는 하나의 고유명사였다. 여름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시는 대구였고 가장 더운 곳도 대구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1942년 8월 기록된 40℃는 80년 넘게 대구를 폭염의 상징으로 만든 숫자였다. 그러나 최근 폭염 지도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의성과 경산, 영천, 경주, 포항, 영덕, 울진 등 경북 내륙과 동해안 곳곳에서 대구를 뛰어넘거나 맞먹는 최고기온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기상청이 처음 발령한 '폭염중대경보' 역시 대구가 아니라 경산과 포항에서 시작됐다. 이 변화는 단순히 "대구보다 더 더운 도시가 생겼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바뀌는 것은 최고기온 순위가 아니라 폭염이 머무는 공간이다. 특정 도시의 기후 특성으로 여겨졌던 극한의 더위가 이제는 경북 전역으로 확산하며 하나의 광역 재난으로 바뀌고 있다.

대구의 더위는 왜 특별했나

대구가 오랫동안 전국 최고 폭염의 상징이었던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은 낮 동안 달궈진 공기를 쉽게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다.

여기에 도심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낮에 흡수한 열을 밤에도 계속 방출하면서 기온을 높인다. 여름철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겹치면 하강기류가 형성되고, 뜨거운 공기는 분지 안에 더욱 오래 갇힌다.

지형과 대기, 도시 환경이 겹치면서 대구는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폭염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대프리카'라는 별명은 어느 순간 하나의 상식이 됐다.

사람들은 대구가 왜 더운지를 설명하기보다 "대구는 원래 가장 더운 곳"이라고 기억하기 시작했다. 최근 나타나는 변화는 바로 그 오래된 상식을 흔들고 있다.

폭염은 이제 대구가 아니라 경북 전체에서 나타난다

최근 수년간 관측 자료를 보면 폭염은 특정 도시가 아니라 하나의 권역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의성은 2018년 40.4℃를 기록하며 대구·경북 최고기온 기록을 새로 썼다.

영덕은 39.9℃, 경주는 39.8℃, 영천은 39.6℃, 포항은 39.4℃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울진과 구미, 청송에서도 관측 이래 최고기온이 새로 작성됐다.

공식 기록에 포함되지 않는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서는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 영천 신녕은 41.0℃, 경산 하양은 40.6℃까지 올라섰다. 주목해야 할 것은 숫자가 아니라 분포다.

과거에는 폭염 기록이 특정 지역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경북 내륙과 동해안 여러 지역이 동시에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있다. 폭염의 중심이 이동한 것이 아니라 위험지역 자체가 넓어지는 것이다.

기상청이 올해 첫 폭염중대경보를 대구가 아닌 경산과 포항에 발령한 것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 폭염 위험을 더 이상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 하나의 권역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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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기후변화는 최고기온보다 '폭염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많은 사람은 기후변화를 평균기온이 몇도 상승했는지로 이해한다. 그러나 최근 기후학자들이 더 주목하는 것은 극한 기온이 나타나는 범위와 지속 기간이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품게 되고 고기압은 더 오래 정체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뜨거운 공기가 특정 지역에 장기간 머물면서 과거에는 드물었던 폭염이 더 넓은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한다.

세계기상기구(WMO)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폭염의 빈도와 지속 기간, 영향을 받는 공간이 모두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해 왔다.

경북의 변화는 이러한 흐름을 그대로 보여준다. 분지인 대구만 뜨거운 것이 아니라 의성과 안동 같은 내륙, 포항과 영덕, 울진 같은 동해안까지 하나의 폭염권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폭염은 점이 아니라 면으로 번지고 있다.

폭염은 날씨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흔드는 재난이 됐다

폭염이 위험한 이유는 기온계 숫자 때문만은 아니다. 더위가 길어질수록 전력 사용량은 급증하고 농작물은 고온 피해를 입는다. 축산농가에서는 가축 폐사가 늘고 양식장에서는 수온 상승으로 피해가 발생한다.

건설과 조선 현장은 작업 시간을 조정해야 하고 열사병과 탈진 환자는 의료체계의 부담을 키운다. 폭염 하나가 산업과 농업, 보건과 에너지, 노동시장까지 동시에 흔드는 복합재난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재난 대응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기상청이 폭염중대경보를 새롭게 도입한 것은 단순히 특보를 하나 더 만든 것이 아니다.

폭염을 더 이상 계절 현상이 아니라 국가가 집중 관리해야 하는 재난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기후 위기는 날씨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재난을 관리하는 국가의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이제 '대프리카'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여름을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도 대구는 가장 더운 도시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분지라는 지형은 바뀌지 않고 도시열섬 현상 역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폭염을 대구라는 이름 하나로 설명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달라졌다.

극한의 더위는 의성과 경산, 영천, 안동, 포항, 영덕, 울진으로 계속 확산하고 있고 과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지역들까지 같은 위험권 안에 들어오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대프리카'라는 별명으로 폭염을 하나의 지역적 특징처럼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기후 위기가 만든 새로운 현실은 특정 도시의 기록을 넘어 대한민국의 기후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제 국가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대구의 폭염'이 아니다. 전국 어디에서든 극한의 더위가 반복될 수 있다는 새로운 기후의 일상이며 폭염을 하나의 도시가 아닌 국가적 재난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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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름 기자
sesfounta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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