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①]베네수엘라 대지진이 남긴 교훈…무너진 건물보다 더 큰 피해는 준비되지 않은 국가였다
베네수엘라 연쇄 강진,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 10일
2026년 6월 24일 오후 6시 4분(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북부 해안 모론 서쪽 해역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다. 불과 39초 뒤 같은 지역 인근에서 규모 7.5의 두 번째 강진이 이어지며 수도 카라카스와 라과이라를 비롯한 북부 해안 지역은 순식간에 대규모 재난 현장으로 변했다. 짧은 시간에 연속 발생한 강진은 건물과 도로, 항만, 병원 등 사회 기반시설을 광범위하게 파괴했고 수많은 시민은 일상을 잃었다.

지진 발생 초기 발표된 피해 규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증가했다. 구조 작업이 계속되면서 잔해 속 희생자가 잇따라 발견됐기 때문이다. 2026년 7월 3일에는 사망자가 2,645명으로 집계됐고, 7월 5일에는 3,342명으로 증가했다. 부상자는 1만6천여 명을 넘어섰으며, 유엔은 최대 5만 명이 실종 상태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존자 구조는 급격히 어려워졌고, 국제 구조대도 구조 중심 활동에서 수습과 복구 단계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번 재난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불과 수십 초 간격으로 이어진 두 차례 강진은 이미 첫 번째 충격으로 약해진 건축물을 다시 무너뜨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쇄 지진이 인명 피해를 더욱 키운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라과이라에서는 수백 채의 건물이 붕괴됐고 병원과 학교, 상업시설까지 기능을 상실했다. 전기와 통신이 끊기면서 초기 구조 활동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 장비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맨손으로 콘크리트 잔해를 치우며 가족과 이웃을 찾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는 대규모 재난에서 초기 대응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재난은 절망만 남기지 않았다. 생후 18일 된 아기를 품에 안은 채 붕괴된 건물 속에서 하루를 버틴 한 어머니는 구조대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구조 직후 아기가 무사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희망의 상징이 됐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지진 발생 8일 만에 쇼핑몰 잔해 속에서 40대 경비원이 생존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구조 전문가들은 골든타임인 72시간 이후 생존 확률은 크게 낮아지지만, 작은 공기층과 물, 체온 유지 조건이 갖춰질 경우 기적적인 생환 사례가 드물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적은 극히 일부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구조대는 생존자를 찾는 대신 희생자를 수습하는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했다. 피해 지역에는 임시 안치소가 설치됐고 신원 확인이 끝나지 않은 시신을 임시 보관하거나 집단 매장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일부 유가족은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과 안치소를 며칠씩 오가야 했다.

이번 재난은 스포츠와 문화계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 포수 엘리저 알폰소는 메이저리그 데뷔라는 평생의 꿈을 이룬 날, 새어머니와 여동생이 지진으로 숨졌다는 비보를 접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베네수엘라 출신 모델과 미인대회 우승자 스칼렌트 로드리게스 역시 끝내 구조되지 못했다. 한 나라의 재난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져 살아가는 국민 모두의 아픔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였다.
국제사회는 신속한 지원에 나섰다. 여러 국가와 국제기구가 구조대와 의료진을 파견했고 식량과 의약품, 임시 거주시설을 지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100만 달러 규모의 구호 성금을 전달하며 복구 활동에 힘을 보탰다. 이는 대규모 재난에서 민간기업의 국제적 사회공헌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재난 대응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구조 장비 부족과 초기 대응 미흡을 지적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대규모 재난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한 국제 제재와 경제적 어려움이 재난 대응 역량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이러한 문제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어느 한 집단이나 국가의 책임만으로 단정하기보다 국제사회가 객관적인 평가와 협력을 통해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재난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내진 설계 강화, 국가 재난 통합지휘체계 구축, 조기경보 시스템 고도화, 국제 공조 확대, 구조 장비와 전문 인력 확충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도시 밀집지역에서는 건축물 안전 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시민 대상 재난 대응 교육과 대피 훈련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덮친 연쇄 강진은 수천 명의 생명을 앗아갔지만 동시에 국제사회의 연대와 인간의 생명력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을지라도 피해를 줄이는 것은 결국 사회의 준비와 협력에 달려 있다. 이번 참사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재난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모두가 함께 대비해야 할 공동의 과제라는 사실이다.
(제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