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7-13 09:13 (월) 07.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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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9㎝ 단차가 던진 질문… 서울시는 왜 '안전'을 말하면…

성수대교 9㎝ 단차가 던진 질문… 서울시는 왜 '안전'을 말하면서도 다시 진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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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서울 성수대교 남단 진입 램프에서 약 9㎝ 높이의 단차가 확인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해당 단차가 시공 이후 장기간 유지돼 온 구조적 특성에 따른 것으로 현재 구조적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외부 전문가 자문과 정밀안전진단, 한강 교량 연결 램프 전수조사를 즉시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소 모순된 대응처럼 보인다.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왜 다시 정밀진단을 실시하는 것일까. 반대로 정밀진단이 필요할 정도라면 정말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번 논란은 단순히 성수대교의 단차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시설물의 안전을 어떻게 판단하고 행정기관은 안전을 어떤 방식으로 설명해야 하는가를 함께 묻고 있다.

특히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경험한 시민들에게 '성수대교'라는 이름은 단순한 교량이 아니라 사회적 기억이 축적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일반적인 도로 보수 문제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을 이해하려면 단차의 크기보다 구조적으로 안전하다는 것과 시민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차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높으냐'가 아니라 '계속 움직이느냐'

많은 시민은 9㎝라는 숫자만 보고 즉각적인 위험을 떠올린다. 차량이 지나는 도로에서 사람 손바닥 높이에 가까운 단차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쉽게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공학에서 시설물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단차의 절대적인 크기보다 그 변화가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지에 더 무게를 둔다.

같은 9㎝라도 형성된 뒤 오랜 기간 변화 없이 유지된 상태와 짧은 기간 안에 급격히 커진 상태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구조물이 계속 내려앉거나 기울어지고 있다면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 자체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의심해야 하지만, 일정 수준에서 안정된 상태라면 설계와 지반 조건에 따라 장기간 유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이번 설명자료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에 따르면 해당 구간의 단차는 2016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약 89㎜로 확인됐으며 올해 실시한 정밀안전진단에서도 90㎜ 수준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추가 침하나 진행성 변위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즉 현재 확인된 단차는 구조물이 지금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라 과거 형성된 높이 차가 오랜 기간 유지되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에는 구조적인 배경도 있다. 문제가 된 구간은 성수대교 본선과 지면을 연결하는 진입 램프로 교량 본체처럼 교각 위에 떠 있는 구조가 아니라 흙을 다져 만든 성토와 옹벽 위에 조성된 도로다.

반면 본선 교량은 교각과 말뚝기초가 하중을 지탱하는 별도의 구조물이다. 두 시설은 기초 형식과 하중 전달 방식이 다르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다른 침하량을 보일 수 있으며 연결부에서 일정 수준의 높이 차가 발생하는 사례는 국내외에서도 드물지 않다.

물론 단차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두 정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구조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지반 조건과 하중, 배수 상태 등에 따라 예상보다 큰 침하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시설물 관리에서는 단순히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계측을 통해 변화 속도를 지속해 관찰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시가 수년 동안 같은 구간을 정기적으로 계측해 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9㎝가 크냐 작으냐'가 아니다. 9㎝가 오늘도 계속 커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 변화가 구조적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가가 전문가들이 실제로 판단하는 기준이다. 서울시가 현재까지 구조적 위험이 없다고 설명하는 근거 역시 여기에 있다.

서울시는 왜 안전하다고 말하면서도 다시 정밀진단을

그렇다면 또 다른 질문이 남는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왜 서울시는 외부 전문가 자문과 정밀안전진단, 계측기 설치, 한강 교량 연결 램프 전수조사까지 한꺼번에 발표했을까.

표면적으로는 시민들의 불안 해소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그 배경에는 최근 시설물 안전을 바라보는 행정의 기준 변화도 함께 반영돼 있다.

과거에는 법정 점검에서 이상이 없으면 행정기관의 설명으로 논란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적으로 안전하다는 판단과 시민이 그 설명을 신뢰하는 문제를 별개로 접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회기반시설은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매우 크다. 더구나 교량처럼 이용자가 하루 수십만 명에 이르는 시설은 작은 이상 징후만으로도 사회적 불안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최근의 시설물 안전관리는 단순히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관리 과정 자체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받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성수대교는 이러한 원칙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는 시설이다. 1994년 붕괴 사고 이후 한국의 교량 유지관리 체계는 크게 강화됐지만, 성수대교는 지금도 시설물 안전관리 정책의 상징적인 기준으로 여겨진다.

같은 수준의 단차가 다른 교량에서 발견됐다면 일반적인 유지보수 대상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있지만, 성수대교에서는 훨씬 높은 수준의 설명 책임과 검증 절차가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시가 구조적으로는 안전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즉시 정밀안전진단과 전수조사를 병행하기로 한 것은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구조적 안전성을 다시 확인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이 '안전하다'라는 설명을 신뢰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추가하는 것이 현재 공공 안전관리의 중요한 역할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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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숙 기자
eunsou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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