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W 뇌 vs 1000W AI칩” 전력 격차의 해법은 뉴로모픽인가
AI 전력 1000W 시대, 인간의 뇌 20W가 답이 될까
뉴로모픽 반도체, 기술 돌파인가 또 하나의 ‘미래 테마’인가
인공지능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지만, 그 대가는 막대한 전력 소비다. 인간의 뇌가 약 20W의 전력으로 사고와 학습, 기억을 동시에 수행하는 반면, 최신 고성능 AI 칩은 수백에서 1000W 안팎의 전력을 요구한다는 비교는 상징적이다. 연산과 저장이 분리된 기존 구조에서 데이터가 끊임없이 이동하며 전력을 소모하는 ‘폰 노이만 병목’이 구조적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병목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시도가 바로 ‘뉴로모픽 반도체’다. 인간의 신경망 구조를 모사해 기억과 연산을 하나의 소자에서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론적으로는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해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의 성과는 이 개념이 추상적 구호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고려대 연구팀은 기존 HZO 기반 소자의 전력 효율과 누설 전류 간 상충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IGZO 중간층을 도입한 강유전체 충전 터널 접합 소자를 개발했다. 2000×2000 이상 크로스바 어레이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판독 성능을 확보하며 대규모 집적 가능성을 입증했다.
전북대 연구팀은 반복 학습으로 발생하는 소자 열화를 ‘전류 어닐링’ 방식으로 복구하는 기술을 제시했다. 학습 후 저하된 이미지 분류 정확도가 초기 수준으로 회복되는 결과는 장기 신뢰성 확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세종대 연구진은 온도 변화에 따라 반응 임계값이 달라지는 휘발성 멤리스터를 구현해 인간 통각 수용체와 유사한 다중 감각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는 뉴로모픽이 단순 저장 소자가 아니라 ‘지능형 감각 하드웨어’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산업계의 이해관계도 복합적이다. 연산과 기억의 통합은 메모리 중심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동시에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뇌 작동 원리의 완전한 규명 없이 하드웨어를 모사하는 데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적으로도 삼성전자, 인텔, IBM 등 주요 기업이 연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표준이나 양산 모델은 정립되지 않았다. 뉴로모픽은 ‘기술적 가능성’과 ‘산업적 현실’ 사이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AI 확산과 함께 급증하고 있으며, 온디바이스 AI·로봇·웨어러블·전자피부 등 차세대 하드웨어 시장은 저전력·고효율 구조를 요구한다. 만약 뉴로모픽이 일정 수준의 신뢰성과 대량 생산성을 확보한다면, 반도체 설계 철학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소한의 에너지, 최대의 지능
결국 질문은 하나다. 인간의 뇌를 닮은 칩은 AI 시대의 전력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 현재는 ‘원리 검증’ 단계다.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축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도전은 분명, 반도체 산업이 맞닥뜨린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뉴로모픽(Neuromorphic)'은 인간의 뇌와 신경계 구조를 모방해 정보를 처리하도록 설계된 컴퓨팅 기술입니다. 기존 컴퓨터가 연산 장치와 메모리를 분리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폰 노이만 구조)인 반면, 뉴로모픽은 뉴런과 시냅스처럼 연산과 기억을 한곳에서 동시에 수행합니다. 덕분에 병렬 처리와 학습에 강하고, 전력 소모가 매우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적은 에너지로 패턴 인식·감각 처리를 잘하기에 자율주행, 로봇, 사물인터넷, 저전력 AI 기기 등에 활용됩니다. 인텔의 로이히, IBM의 트루노스가 대표적 사례로,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