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7-22 17:24 (수) 07.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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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운명 가를 '명태균 재판'…쟁점은 돈이 아니라 '의사의 …

오세훈 운명 가를 '명태균 재판'…쟁점은 돈이 아니라 '의사의 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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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다.(사진=SNS)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이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린다.

이번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여론조사 비용 3,300만 원의 대납 여부를 다투는 형사재판이지만, 실제 재판의 무게중심은 그보다 훨씬 큰 곳에 있다.

정치인이 제3자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제공받거나 활용한다면 어디까지 정치자금법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리고 후보와 여론조사 제공자 사이의 관계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사법 기준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재판은 최근 선고된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과 대법원 판단을 앞둔 김건희 여사 사건과도 맞물려 있다.

같은 명태균 씨가 등장하는 사건이지만 재판부가 어떤 법리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오 시장 개인의 정치적 운명을 넘어 향후 선거 과정에서 여론조사와 정치자금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3,300만 원'이 아니다

공소사실만 놓고 보면 사건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특검은 오 시장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 씨가 조사 비용 3,300만 원을 대신 지급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 시장과 김 씨를 연결해 준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함께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가 실제로 판단해야 하는 쟁점은 비용 자체가 아니다.

정치자금법 위반이 성립하려면 단순히 여론조사를 받아봤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후보와 여론조사 제공자 사이에 조사 실시와 활용을 둘러싼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 합치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요청했는지, 결과를 활용할 의사를 가지고 제공받았는지 제3자가 비용을 대신 부담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는지가 하나의 행위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 특검의 논리다.

반면 오 시장 측은 명 씨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전달했을 뿐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윤석열 사건이 이번 재판의 기준이 될까

이번 재판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교 대상은 최근 1심 선고가 내려진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이다.

당시 재판부는 명태균 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가운데 일부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을 인정하면서 단순히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사실보다 후보 측과 명 씨 사이에 묵시적인 의사 합치가 존재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특히 명 씨가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조사 표본과 방식을 조정했고 후보 측이 이를 인식한 상태에서 활용했다고 판단한 점이 유죄 인정의 근거가 됐다.

특검 역시 오 시장 사건에 같은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은 오 시장이 경쟁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여론조사를 요구했고 명 씨가 이에 맞춰 조사 결과를 설계했다면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사실상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반면 오 시장 측은 윤 전 대통령 사건과 사실관계가 본질적으로 다르며, 명 씨가 일방적으로 접근해 조사 결과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결국 재판부가 두 사건을 얼마나 유사하게 볼 것인지도 이번 판결의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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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김건희 사건과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같은 명태균 씨가 등장하는 사건이지만 김건희 여사 사건에서는 전혀 다른 판단이 내려졌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를 선고하면서 명 씨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후보 측이 조사 실시를 요청하거나 이를 사전에 인식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이번 오 시장 사건 역시 결국 '의사의 합치'를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후보와 명 씨 사이에 요청과 승인, 활용이라는 연결고리가 확인된다면 윤 전 대통령 사건과 비슷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명 씨의 일방적 행동으로 볼 여지가 크다면 김 여사 사건과 같은 무죄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동일 정치자금법이라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향후 관련 사건의 중요한 비교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세훈의 정치적 운명 넘어 정치자금법의 기준이 된다

이번 사건은 오세훈 시장 개인의 형사재판을 넘어 정치권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 시장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사상 첫 5선 서울시장에 성공했으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형이나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된다면 시장직을 상실하게 된다.

물론 이날 선고는 1심 판단으로 항소심과 대법원을 거쳐 형이 확정돼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곧바로 정치적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선고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최근 선거에서는 여론조사가 단순한 민심 파악을 넘어 후보의 전략과 메시지를 결정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제3자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외부 인사가 조사 결과를 제공한다면 후보에게 어디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직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오 시장의 유무죄를 가르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자금법상 '묵시적 의사 합치'의 인정 범위와 여론조사 제공 행위의 법적 한계를 구체화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재판의 진짜 의미는 한 정치인의 운명보다 대한민국 선거 문화와 정치자금법의 새로운 기준을 어디에 세울 것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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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기자
fiow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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