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7-28 01:13 (화) 07.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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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1.2의 ‘준비된 철도’…추미애가 경기남부광역철도에 승부를 …

B/C 1.2의 ‘준비된 철도’…추미애가 경기남부광역철도에 승부를 건 이유

잠실~판교~수지~광교~봉담 50.7㎞ 연결…국가철도망 반영은 첫 관문일 뿐, 사업비·예타·노선 경쟁 넘어야 착공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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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국토발전전시관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남부광역철도 등에 대한 건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취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경기남부광역철도를 들고 국토교통부 장관을 찾았다.

추 지사는 27일 서울 국토발전전시관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경기남부광역철도를 비롯해 경기도가 건의한 철도사업 40건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기도가 건의한 사업은 고속철도 3건, 일반철도 8건, 광역철도 29건이다. SRT 의정부 연장과 KTX 파주 연장, 수도권고속선 복복선화, 경기남부 동서횡단선, GTX G·H노선 등이 함께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추 지사가 가장 앞에 내세운 사업은 경기남부광역철도였다.

그는 “출퇴근길 교통정체가 심하고 시군 공동용역에서 경제성이 가장 높게 나왔다”라며 중앙정부가 재정을 뒷받침하면 추진 여건도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면담 직후에는 이 사업을 요구한 민선 9기 첫 도민청원에 답변하는 영상도 촬영했다.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이제 단순한 지역 철도 건의를 넘어섰다. 추미애 도정의 첫 교통 공약이자 첫 도민청원이며 경기남부 네 도시가 국가계획의 문을 두드리는 광역 정치 프로젝트가 됐다.

잠실에서 봉담까지…도로 중심 남북축에 새 철도 놓는다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수서와 판교, 용인 수지, 수원 광교를 거쳐 화성 봉담까지 연결하는 약 50.7㎞의 복선철도 구상이다.

현재 계획대로 건설되면 봉담에서 잠실까지 약 58분에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예상한다.

성남·용인·수원·화성 등 노선 영향권 인구는 400만 명을 넘고 사업의 직접 이용권에 놓인 주민도 약 138만 명으로 추산된다. 노선의 핵심은 이미 철도가 많은 경기 남부에 또 하나의 노선을 추가하는 데 있지 않다.

경기남부의 기존 철도망은 서울 도심과 강남을 향하는 방사형 구조가 강하다. 분당선과 신분당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A 등이 운행하거나 건설 중이지만 판교에서 수지 서부와 광교, 봉담을 잇는 생활권 전체를 하나의 축으로 연결하지는 못한다.

특히 용인 수지 서부권과 수원 광교 동부, 화성 봉담 지역은 대규모 주거지가 형성됐음에도 승용차와 광역버스 의존도가 높다. 서울로 향하는 용인서울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주요 간선도로의 정체가 일상화된 이유다.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이 도로 수요를 철도로 분산하고 잠실·수서·판교와 경기남부 주거지를 직접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도시의 외곽을 서울과 잇는 통근 철도이면서 동시에 성남·용인·수원·화성을 연결하는 지역 간 철도인 셈이다.

지하철 3호선 연장 실패가 만든 대안

이 노선은 처음부터 경기남부광역철도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사업이 아니다. 용인과 수원, 성남 등은 과거 서울 지하철 3호선을 수서에서 경기남부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차량기지 이전 문제와 노선 길이, 비용 부담, 사업성 등을 둘러싼 난관으로 계획을 진전시키지 못했다.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존 3호선을 단순히 연장하는 대신 별도의 광역철도를 신설하는 방안으로 방향을 바꿨다.

성남·용인·수원·화성 네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사전타당성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비용 대비 편익인 B/C가 1.2로 산출됐다. B/C가 1보다 크다는 것은 조사에 반영된 편익이 비용보다 많다는 뜻이다.

대규모 철도사업에서 B/C 1.2는 상당히 높은 수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추 지사가 “준비된 사업”이라고 강조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다른 후보 노선보다 경제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다만 이 숫자를 곧바로 정부가 사업성을 인정한 결과로 볼 수는 없다. 현재의 B/C는 네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공동용역에서 나온 수치다.

국가계획 반영 이후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되면 한국개발연구원 등 국가기관이 수요와 공사비, 환승 구조, 운영비를 다시 검증한다. 역위치와 운행 방식, 차량기지, 공사비가 달라지면 B/C도 변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B/C 1.2는 국가 예타 통과를 보장하는 성적표가 아니라, 국가가 다시 검토할 만한 후보라는 일종의 입장권에 가깝다.

왜 국가철도망에 들어가야 하나

추 지사가 국토부 장관을 직접 만나 총력전을 벌이는 이유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이 사실상 사업의 출발선이기 때문이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정부가 향후 10년간 추진할 철도 노선의 기본 방향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법정계획이다. 제5차 계획은 2026년부터 2035년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계획에 신규사업으로 포함돼야 사전타당성조사와 예비타당성조사, 기본계획, 설계와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이번 계획에서 빠지면 다음 국가철도망 계획까지 기다리거나 추가 검토 사업으로 관리돼야 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 입장에서는 사업이 수년간 뒤로 밀릴 수 있다. 그러나 국가계획에 반영된다고 철도가 곧바로 건설되는 것도 아니다.

계획 반영은 정부가 사업의 필요성을 검토 대상에 올린다는 의미다. 이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과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통과해야 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업비 분담에도 합의해야 한다.

기본계획 수립과 환경 검토, 노선 및 역사 위치 협의, 차량기지 확보도 남아 있다. 국가계획 반영이 첫 번째 관문이라면 실제 착공까지는 여러 개의 문이 더 있는 셈이다.

B/C가 높아도 안심할 수 없는 ‘40대 1’ 경쟁

경기남부광역철도의 가장 큰 강점은 밀집된 인구와 통행 수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큰 약점도 수도권 노선이라는 점이다.

국가철도망 계획은 경제성이 높은 사업만 순서대로 넣는 계획이 아니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균형발전, 국가 간선망 보완, 재정 여력 등을 함께 고려한다.

정부가 수도권의 경제성 높은 노선을 대거 반영하면 지방 철도사업이 밀릴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지역균형발전에 무게를 두면 수도권의 높은 통행 수요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

경기도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 도가 국토부에 건의한 사업만 40건이다. 경기북부는 KTX·SRT 연장과 GTX 신설, 기존 철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남부에서는 반도체 산업단지를 잇는 철도와 신분당선 연장, 여러 광역철도 사업이 경쟁한다. 경기도가 모든 사업의 반영을 요구하더라도 국토부가 이를 전부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추 지사가 경기남부광역철도를 전면에 세울수록 다른 지역에서는 특정 노선에 도정의 힘이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국토부를 설득해야 하는 동시에 경기도 안에서도 사업 우선순위를 설명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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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도에 대한 예상도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추미애의 첫 청원이 된 이유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지난 12일 민선 9기 경기도의 첫 공식 도민청원이 됐다. 경기도 청원은 1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도지사가 서면이나 영상, 현장 방문 등의 방식으로 직접 답해야 한다.

이번 청원에는 잠실·판교·수지·광교·봉담 생활권의 교통 혼잡을 해소하고,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노선을 포함해 달라는 요구가 담겼다.

그러나 이 청원에는 단순한 교통 민원 이상의 정치적 배경도 있었다. 추 지사는 지방선거 후보 시절 성남·용인·수원·화성 시장 후보들과 경기남부광역철도 반영을 공동으로 요구했다.

취임 이후 인수위원회 정책과제에서 노선이 빠졌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주민들이 청원을 통해 공약 이행을 다시 압박했다. 추 지사로서는 첫 청원에 형식적인 답변만 내놓기 어려웠다.

지난 24일에는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을 만나 국가철도망 신규사업 규모 확대와 정부 예산 지원을 요청했고, 사흘 뒤에는 김윤덕 국토부 장관에게 사업 필요성을 직접 설명했다.

계획을 결정하는 국토부와 돈을 쥔 예산 당국을 잇달아 찾은 것이다. 이는 경기남부광역철도가 추미애 도정의 첫 번째 공약 이행 능력을 평가할 상징적 사업이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재정 여력이 좋다는 말 뒤에 남은 계산서

추 지사는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중앙정부가 지원하면 사업 추진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역철도는 노선을 요구하는 것보다 비용을 나누는 과정이 더 어렵다.

국가가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더라도 경기도와 성남·용인·수원·화성시가 지방비를 분담해야 한다. 역사 추가와 노선 변경을 요구할수록 공사비가 늘고, 지방자치단체 간 부담 비율을 둘러싼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총연장 50㎞가 넘는 대심도 또는 지하 복선철도를 건설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도심 지하 공사와 환승역 설치, 차량기지 확보까지 고려하면 사전용역 단계의 사업비가 실제 추진 과정에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경기도는 경기남부광역철도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GTX 확충과 도시철도, 기존 노선 연장, 북부 고속철도 등 여러 사업에 동시에 지방비를 투입해야 한다.

국가계획에 많은 노선이 반영될수록 경기도의 미래 재정 부담도 함께 커진다. “재정 상태가 괜찮다”는 정치적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이 국가계획에 포함되면 경기도와 네 도시가 예상 총사업비와 연도별 재원 조달 계획, 운영 적자 분담 방식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반도체 철도인가, 출퇴근 철도인가

경기남부광역철도는 경기남부의 반도체·첨단산업 경쟁력과 연결해 설명되기도 한다. 판교의 정보기술 기업과 용인·수원·화성의 반도체 산업 기반을 철도로 연결하면 인력 이동과 산업 간 교류를 촉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추 지사도 선거 과정에서 경기남부 K-반도체 벨트와 광역철도 구축을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구상된 노선의 직접적인 기능은 산업화물 운송이 아니라 여객 수송이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라는 국가 산업 명분을 앞세우더라도 실제 성패는 주민들이 얼마나 자주 이용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기존 신분당선과 분당선, GTX-A 및 광역버스와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나눌지 환승 불편과 중복 투자를 어떻게 줄일지가 중요하다. 새 철도를 놓는 것만으로 교통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역 주변의 버스 노선을 재편하고 환승 시간을 줄여야 하며, 봉담과 수지·광교의 주거지역에서 역까지 접근할 수 있는 교통수단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노선도 위의 한 줄이 실제 출퇴근 시간을 줄이려면 철도 밖의 교통체계까지 바뀌어야 한다.

추 지사가 얻은 것은 ‘확정’이 아니라 우선 순위다

이번 면담으로 경기남부광역철도의 국가계획 반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김윤덕 장관이 어떤 답변을 했는지, 국토부의 내부 평가에서 이 사업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국가계획의 최종 노선과 사업 분류가 발표돼야 결과를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추 지사의 연쇄 면담은 정치적 효과를 만들었다.

인수위 정책과제 누락 논란을 받았던 노선을 취임 초기의 핵심 사업으로 다시 끌어올렸고 도민청원에 답하는 것을 넘어 국토부와 예산 당국을 직접 압박했다.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이제 계획에 반영되면 추 지사의 첫 성과가 되고 제외되면 첫 번째 약속 이행 실패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번 사업의 질문은 “철도가 필요한가”에 머물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 공동용역의 B/C 1.2가 국가 검증에서도 유지될 것인가.

정부는 수도권의 높은 수요와 지역균형발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경기도와 네 도시는 막대한 지방비를 실제로 부담할 준비가 돼 있는가.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아니다. 질문을 공식적으로 시작할 자격을 얻는 일이다.

추미애 지사가 국토부 장관에게 요청한 것은 철도 한 노선의 건설이 아니라, 경기남부광역철도가 국가의 검증대에 오를 기회였다.

B/C 1.2가 ‘준비된 철도’의 근거라면, 이제 경기도가 증명해야 할 것은 그 숫자보다 긴 재정과 실행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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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숙 기자
eunsou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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