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7-25 14:14 (토) 07.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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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화단에 마약용 양귀비 600주…“관상용인 줄 알았다”면 처…

골목길 화단에 마약용 양귀비 600주…“관상용인 줄 알았다”면 처벌 피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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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사건반장의 한장명이다.(사진=사건반장 캡쳐)
서울 도봉구의 평범한 주택가 골목길이 대규모 마약용 양귀비 재배 현장으로 드러났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지난달 5일 오후 양귀비 재배 단속을 위해 순찰하던 중 주택가 화단에 심긴 마약용 양귀비 약 600주를 발견하고, 재배자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텃밭이나 외진 농촌이 아니라 주민들이 오가는 서울 도심 골목의 노출된 화단이었다. 누군가 신고한 것도 아니었다. 단속 경험이 있던 형사가 붉은 꽃이 지나치게 많이 모여 있는 모습을 수상하게 여기면서 적발됐다.

경찰 조사에서 재배자는 “관상용 양귀비인 줄 알고 심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정밀 감정 결과 해당 식물은 마약 성분을 가진 양귀비로 확인됐다.

결국 경찰은 600여 주를 모두 압수했다. 핵심은 양귀비가 마약용이었는지만이 아니다. 재배자가 그것을 알고도 키웠는지 몰랐다면 왜 600주에 이르는 식물이 한곳에서 자라게 됐는지가 앞으로 수사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붉은 꽃이라고 모두 불법은 아니다

양귀비라고 해서 모두 재배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이 마약으로 규정하는 양귀비는 주로 아편 원료가 되는 파파베르 솜니페룸과 파파베르 세티게룸 계열이다.

이 식물에서 나오는 액즙은 아편의 원료가 되고 모르핀과 헤로인 등 마약류 제조에도 이용될 수 있다. 반면 공원이나 축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양귀비는 대체로 마약 성분이 없는 관상용 품종이다.

합법적으로 씨앗을 구입해 재배할 수 있다. 두 종류는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마약용 양귀비는 일반적으로 줄기가 매끄럽고 털이 거의 없으며 꽃잎 아래쪽에 검은 반점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꽃이 진 뒤 생기는 열매도 비교적 크고 둥글다. 관상용 꽃양귀비는 줄기와 잎에 잔털이 많고 촉감이 거칠며 열매가 작고 길쭉한 편이다.

농촌진흥청도 관상용 양귀비의 특징으로 검은 반점이 없는 꽃, 좁은 잎, 털이 많은 줄기, 갸름한 열매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꽃의 색이나 검은 반점만으로 완벽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품종과 성장 상태에 따라 형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도 현장에서 의심 식물을 발견하면 자체 판단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성분 감정을 의뢰한다.

이번 사건 역시 형사가 외형을 보고 의심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정밀 감정을 통해 마약용 양귀비임을 확인했다.

“몰랐다”는 주장, 자동으로 면책되지는 않는다

마약용 양귀비를 허가 없이 재배하거나 그 종자와 묘목을 소지·관리하면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단순 재배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판매하거나 마약을 제조할 목적으로 재배한 경우는 더 무거운 처벌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처벌 여부와 수위는 양귀비의 수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은 씨앗을 어디에서 구했는지, 직접 파종했는지, 매년 반복해서 재배했는지, 열매에 상처를 내 액즙을 채취한 흔적이 있는지, 약재나 식용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등을 종합해 고의성을 판단한다.

바람이나 새에 의해 씨앗이 퍼져 몇 포기가 자생했거나, 관상용 종자에 섞여 우연히 발아한 경우라면 재배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일정한 간격으로 심고 물을 주거나 잡초를 제거하는 등 지속해 관리했다면 “종류를 몰랐다”라는 주장만으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양귀비의 생김새를 알고 있었는지뿐 아니라 불법 식물을 실제로 심고 관리한 행위가 있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발견된 규모는 약 600주다.

소수의 양귀비가 우연히 자생한 사례와 달리 한 화단에서 수백 주가 밀집해 자랐다면 경찰은 씨앗의 출처와 파종·관리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600주라는 수량만으로 마약 제조 목적이나 고의 재배를 곧바로 단정할 수는 없다. 최종 형사책임은 재배자의 인식과 관리 행위, 증거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양귀비 불법 재배 단속은 과거 수량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50주 미만의 소규모 재배에 대해 압수·폐기와 계도에 그치고, 50주 이상이면 입건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실제로 2021년 보령해경은 50주 미만을 재배한 주민들을 형사입건하지 않고 양귀비만 압수해 폐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이 마약류 범죄를 지나치게 가볍게 다룬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경찰은 재배 수량보다 고의성과 목적을 더 적극적으로 살피는 방향으로 단속 기준을 조정했다.

그 배경에는 적발자의 상당수가 고령 농어촌 주민이고 민간요법이나 관상 목적으로 소량을 재배한 사례가 많다는 현실도 있었다.

2022년 적발된 양귀비 재배 사범 가운데 60대 이상이 약 90%를 차지했고 대다수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경찰은 설명했다.

무조건 입건하면 범죄 의도가 없는 고령자를 대량으로 전과자로 만들 수 있지만, 수량 기준만 적용하면 50주 미만으로 나눠 재배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할 수도 있다.

현재는 한 주라도 고의로 마약용 양귀비를 심고 관리한 사실이 확인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도봉구에서 발견된 600주는 과거 수량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입건 대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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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과거엔 50주 미만 계도…현재는 고의성 중심

왜 양귀비 재배는 반복되나

마약용 양귀비 재배는 해마다 봄과 초여름 반복적으로 적발된다. 대부분 대규모 마약조직의 재배시설이 아니라 주택 화단과 농촌 텃밭, 비닐하우스, 아파트 주변에서 발견된다.

대구에서는 최근 5년 동안 매년 4,000∼6,000주 안팎의 양귀비가 압수됐고 포항과 경주에서도 재배 적발 건수가 2021년 9건에서 2023년 21건으로 증가했다.

반복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과거 농어촌 지역에서는 양귀비를 진통제나 복통 치료제처럼 사용하던 민간요법이 남아 있다.

씨앗이 토양에 남거나 주변으로 퍼져 해마다 다시 자라는 경우도 있다. 관상용과 마약용 품종의 차이를 알지 못한 채 씨앗을 나눠 심는 사례도 적지 않다.

꽃이 피기 전에는 일반 주민이 구분하기 쉽지 않고, 화려한 꽃 때문에 불법 식물이라는 인식 없이 그대로 두기도 한다.

그러나 양귀비는 꽃이 진 뒤 열매에서 액즙을 채취할 수 있고 이를 가공하면 아편계 마약의 원료가 될 수 있다.

재배 목적이 단순 관상이더라도 불법 양귀비가 유통되거나 악용될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법은 허가 없는 재배와 소지를 금지한다.

도심 화단이 단속 사각지대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발견 장소다. 경찰의 양귀비 단속은 통상 텃밭과 농촌 주택, 비닐하우스 등 재배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집중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울 주택가의 공개된 골목 화단에서 600주가 발견됐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장소라는 점이 오히려 의심을 피하게 했을 가능성도 있다. 불법 마약 식물이라면 은밀한 장소에 숨길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경찰이 단속 순찰 중 우연히 발견하지 않았다면 꽃이 지고 씨앗이 퍼질 때까지 방치됐을 수도 있다. 이번 사례는 양귀비 불법 재배가 특정 농촌이나 고령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도시의 개인 화단이나 공동주택 주변, 방치된 공터에서도 마약용 품종이 자랄 수 있다. 그렇다고 주민이 의심 식물을 임의로 채취하거나 보관해서는 안 된다.

마약용 양귀비로 의심된다면 직접 뽑아 집에 가져가기보다 경찰에 신고해 확인을 요청하는 것이 안전하다.

600송이 꽃보다 중요한 것은 재배자의 인식

도봉구 골목길의 붉은 꽃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화단이었다. 그러나 정밀 감정 결과 모두 법이 금지한 마약용 양귀비로 확인됐다. 공개된 주택가에서 600주가 자랄 때까지 주변 누구도 그 성격을 알아채지 못했다.

재배자가 정말 관상용으로 알고 심었는지는 아직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 마약을 만들거나 판매하려 했다는 증거도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꽃이 예뻐서 키웠다”거나 “관상용인 줄 몰랐다”는 말만으로 사건이 끝나지는 않는다. 씨앗을 어떻게 구했고, 누가 심었으며, 수백 주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했는지가 고의성을 가를 것이다.

이번 사건이 보여준 것은 마약이 반드시 어두운 창고나 비밀 시설에만 숨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주민들이 매일 지나치는 골목의 화단에서 가장 화려한 꽃의 모습으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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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숙 기자
eunsou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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