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은 계속되는데 협상도 가능하다…트럼프의 이중 전략, 중동은 왜 더 위험해졌나

미 중부사령부(CENTCOM)도 이번 작전의 목적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할 수 있는 이란의 군사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란은 쿠웨이트 주둔 미군 시설과 미군 함정을 겨냥한 드론·미사일 공격을 주장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상선 피해까지 발생하면서 국제 해상 물류와 에너지 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습을 확대하면서도 협상의 문은 닫지 않는 상반된 메시지가 동시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정책 혼선이라기보다 군사적 압박을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는 충돌은 상대를 군사적으로 완전히 굴복시키기 위한 전쟁이라기보다 협상장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힘겨루기의 성격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미국의 목표는 영토가 아니라 협상력을 높이는 데 있다
이번 미국의 군사작전은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는 전면전과는 결이 다르다. 공습 대상은 해안 군사시설과 방공망, 드론·미사일 기지, 혁명수비대(IRGC)의 해상 전력 등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작전 능력을 약화시키는 데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이를 '항행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탄즈 핵시설 인근의 '픽액스 마운틴'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직 실제 공격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핵시설까지 압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 이란의 협상력을 낮추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과거 이라크전처럼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전면전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과 해상 군사력을 동시에 압박하면서도 외교적 출구는 열어두고 있다.
국제정치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강압적 외교(Coercive Diplomacy)'로 설명한다. 군사력을 협상 자체의 목적이 아니라 협상을 유리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즉 미국의 목표는 영토를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이란이 협상장에서 더 많은 양보를 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란도 전면전은 피하면서 '비용'을 높이고 있다
이란의 대응 역시 일정한 선을 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미군 기지와 해군 자산을 겨냥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하지는 않고 있다.
대신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운항을 위협하고 역내 미군 거점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군사 개입 비용을 높이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LNG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곳의 긴장이 높아질수록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 보험료는 즉각 영향을 받는다.
이란은 미국과 재래식 군사력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기 어렵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상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에너지 공급망과 해상 물류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비대칭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군사적 승리보다 상대가 부담해야 할 경제적·정치적 비용을 높이는 것이 이란의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에게 '최후의 전략 자산'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미국이 이란 해상 봉쇄를 재개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화물에 '안전 비용' 명목의 20%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이는 군사작전을 넘어 경제적 압박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란도 이를 정면 반박하기보다 "호르무즈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를 받는다는 발상 자체는 이해한다"며 조롱 섞인 반응을 내놨다. 다만 20%는 과도하다며 심리전을 이어갔다.
주목할 점은 전쟁의 양상이 점차 경제전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핵심 축이다.
이곳에서 운송 비용이나 보험료가 오르면 그 영향은 원유 가격에만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물류비와 제조업 원가, 소비자 물가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의 전쟁은 군사 충돌과 동시에 금융시장과 공급망을 흔드는 경제전의 성격을 함께 띠고 있으며, 이번 사태도 예외가 아니다.
가장 큰 변수는 '협상을 원하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는' 모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특징은 군사행동과 외교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공습을 지시하면서도 "이란과의 합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란 역시 미국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기존 양해각서를 무시하겠다고 경고하면서도 카타르와 오만, 파키스탄 등을 통한 외교 채널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제정치에서는 이런 상황을 '협상을 위한 군사적 신호 보내기'로 해석한다. 상대가 협상장을 떠나지 않도록 하면서도 전장에서 우위를 확보해 더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러한 압박이 길어질수록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민간 선박 피해나 미군과 이란군의 직접 충돌이 확대될 경우 지금의 제한전은 순식간에 통제하기 어려운 전면 충돌로 번질 수 있다.
협상을 위한 군사행동이 오히려 협상의 공간을 좁히는 역설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것은 '승리'보다 '유리한 협상'을 위한 전쟁이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모두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다고 믿기보다, 더 나은 협상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력을 활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공습과 봉쇄를 통해 이란의 전략적 선택지를 좁히려 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과 역내 미군 기지를 지렛대로 미국의 부담을 키우려 한다. 양측 모두 전쟁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런던의 국제문제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도 양측이 협상을 원하면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계산이 서로 맞물릴수록 군사적 충돌도 함께 확대된다는 점이다.
결국 이번 충돌의 핵심은 누가 더 많은 폭탄을 투하하느냐가 아니다. 폭격을 계속하면서도 협상을 말하는 지금의 모순된 전략이 언제까지 통제 가능한 수준에 머물 수 있느냐가 중동 정세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군사력이 협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한 중동은 전쟁과 외교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장 불안정한 균형 상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