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7-14 15:45 (화) 07.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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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아니라 재난이었다…일주일 새 1만 명 넘게 숨진 유럽, …

폭염이 아니라 재난이었다…일주일 새 1만 명 넘게 숨진 유럽, 기후변화가 바꾼 사망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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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유럽이 또 한 번 기후 위기의 경고를 마주했다. 6월 말 유럽 서부를 덮친 기록적인 폭염으로 불과 일주일 사이 1만 명이 넘는 초과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사망자의 대부분이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나타나면서 폭염이 더 이상 불편한 날씨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ECDC)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원하는 초과 사망 감시 네트워크 '유로모모(EuroMOMO)'에 따르면,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유럽 27개국에서 평년보다 1만 명이 넘는 추가 사망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9000명 이상이 고령층이었다.

특히 프랑스와 벨기에에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초과 사망률이 관측됐다. 이는 여름철에는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번 폭염은 단순히 기온이 높았던 사건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사람들의 생존 환경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폭염은 더 이상 '불편한 날씨'가 아니다

많은 사람은 폭염을 더위를 견디기 힘든 계절적 현상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폭염은 명확한 재난이다. 인체는 일정 수준 이상 체온이 올라가면 땀을 통해 열을 배출한다.

하지만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높아지면 체온 조절 기능은 한계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열사병이 발생하고 심장과 폐, 신장 같은 주요 장기가 급격히 손상될 수 있다.

폭염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열사병 때문만이 아니다. 기존에 심혈관질환이나 호흡기 질환을 앓던 사람들은 높은 기온으로 인해 병세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실제 초과 사망 통계에는 직접적인 열사병뿐 아니라 폭염이 악화시킨 심혈관·호흡기 질환 사망도 함께 포함된다.

이번 유럽의 초과 사망자 가운데 대부분이 65세 이상이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고령자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갈증을 느끼는 기능도 둔화해 폭염에 훨씬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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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여름에 사망자가 늘었다는 사실이 더 위험한 신호다

이번 통계에서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숫자보다 시기다. 유럽에서는 일반적으로 초과 사망자가 겨울철 독감과 호흡기 질환이 유행할 때 증가한다.

반대로 여름에는 사망률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 패턴이다. 실제로 이번 폭염 직전까지 8주 동안 유럽의 주간 사망자는 평년보다 약 500명 적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사이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겨울철에 나타나야 할 수준의 초과 사망이 여름 한복판에 발생한 것이다.

유로모모를 운영하는 덴마크 국립혈청연구소의 라세 베스터가르드 수석 의사도 "연중 이 시기에 이처럼 높은 초과 사망률은 매우 이례적이며 극심한 더위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는 폭염이 이제 계절적 이상 현상이 아니라 사망 구조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학은 이미 '기후변화의 책임'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번 폭염에서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사망자가 많았다는 사실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이제 기후변화가 사망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분석하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과 영국기상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공동 연구에 따르면 5~6월 폭염 기간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발생한 약 2,700명의 열 관련 사망 가운데 42%는 지구 온난화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에는 폭염이 자연현상인지 기후변화 때문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후 귀속 연구(Climate Attribution)'가 발전하면서 특정 폭염이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난화 때문에 얼마나 강해졌는지, 그로 인해 사망자가 얼마나 증가했는지까지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현재 발생한 사망의 원인을 설명하는 변수로 사용되는 것이다.

무너진 것은 전력망만이 아니다

이번 폭염은 사회 시스템 전반의 취약성도 드러냈다. 프랑스와 스페인, 영국에서는 전력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고 일부 학교는 휴교했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산불이 급증했고 철도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폭염은 의료 문제를 넘어 에너지와 교육, 교통, 재난 대응 체계까지 동시에 흔드는 복합 재난으로 확산한 것이다. 특히 유럽은 전통적으로 냉방 설비 보급률이 낮다.

과거에는 여름이 비교적 온화했기 때문에 에어컨이 필수 설비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반복되면서 병원과 요양시설, 학교, 작업장에 냉방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가 변하면서 도시의 설계 기준까지 바뀌고 있는 셈이다.

폭염은 기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이번 유럽 폭염은 단순히 '올여름이 유난히 더웠다'라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폭염의 강도뿐 아니라 지속 기간과 발생 빈도까지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100년에 한 번 나타날 것으로 여겨졌던 폭염이 이제는 몇 년마다 반복되고 있고 도시와 산업, 의료 시스템은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폭염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찾아오지만, 피해는 그렇지 않다.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냉방 시설이 부족한 노동자, 사회적 취약계층이 훨씬 큰 위험에 노출된다.

결국 폭염은 기온이 아니라 불평등을 드러내는 재난이기도 하다. 이번 유럽의 초과 사망 통계는 그 사실을 숫자로 보여준다.

기후 위기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사망 통계가 됐다

기후변화는 오랫동안 미래 세대의 문제로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미래의 예측이 아니라 현재의 사망 통계에서 그 영향을 확인하는 시대가 됐다.

일주일 동안 1만 명이 넘는 초과 사망자는 단순한 기상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폭염이 더 이상 계절적 불편이 아니라 공중보건과 산업안전, 도시계획, 에너지 정책을 모두 다시 설계해야 하는 사회적 재난이 됐다는 경고다.

유럽이 이번 여름 치른 대가는 폭염이 얼마나 더워졌는지를 보여주는 숫자가 아니다. 기후변화가 이제 사람들의 삶뿐 아니라 죽음의 방식까지 바꾸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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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름 기자
sesfounta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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