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에 포문 열지 말라"…이준석이 던진 경고, 보수 재편의 주도권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그 이면에 보수 진영의 재편 과정과 차기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정치적 공방이 지속되면서 곤란함에 빠진 세력이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엉뚱하게 개혁신당을 향해 포문을 열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개혁신당을 향한 공세를 차단하려는 방어적 성격을 띠는 동시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개혁신당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정치적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최근 보수 진영의 주요 쟁점들이 모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 역시 그 연장선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철수의 법정 증언이 다시 불러낸 계엄 책임론
이번 공방의 출발점은 안철수 의원의 법정 증언이다. 안 의원은 추경호 전 대구시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 당시 당사 소집과 관련한 기억을 진술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의 의사결정 과정과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확산했다. 이준석 대표는 안 의원의 증언을 언급하며 "법정에서 선서하고 한 증언은 SNS에서 하는 주장과 무게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인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했다기보다 정치적 공방보다 사법 절차에서 이뤄지는 증언의 신빙성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법정 증언은 위증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정치적 발언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 대표가 '법정'이라는 공간을 반복해서 언급한 것도 책임 논쟁을 정치적 해석보다 사법적 판단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결국 계엄을 둘러싼 논쟁은 당시 누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뿐 아니라 그 정치적 책임을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한동훈을 향한 비판의 초점은 '행동'보다 '책임'
이준석 대표의 발언 가운데 가장 직접적인 비판은 한동훈 의원을 향했다. 그는 안철수 의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재판받는 과정에서 왜 관련 내용을 바로잡지 않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인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행동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불행해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섬뜩하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의 핵심은 계엄 당시의 판단 자체보다 이후 책임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보수 진영 내부에서 '누가 계엄의 정치적 부담을 떠안았고 누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는가'를 둘러싼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발언도 이러한 논쟁 속에서 정치적 책임의 문제를 다시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특정 사건의 진위를 넘어 보수 정치가 과거를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 연결된다.

같은 시기 부산시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정이한 전 개혁신당 후보의 이른바 '자작극' 논란도 다시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개혁신당이 해당 사실을 언제 인지했는지를 문제 삼고 있으며 한동훈 의원도 관련 경위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당은 전혀 몰랐고 경찰도 공식적으로 통보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미 부산 시민과 국민에게 사과한 만큼 확인되지 않은 의혹에는 사실관계로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계엄 책임론과 정이한 논란은 서로 다른 사건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안 모두 상대의 도덕성과 책임 의식을 평가하는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보수 정치권의 공방이 정책 경쟁보다 책임과 신뢰를 둘러싼 논쟁에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보다 서로를 향하는 공세…달라진 보수 정치의 풍경
이번 논란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공세의 방향이다. 과거 보수 진영은 민주당과의 대립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수 내부에서 서로를 향한 비판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계엄 이후 당의 정치적 부담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고 개혁신당은 기존 보수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독자적인 정치 공간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같은 사건도 각 정치세력에는 전혀 다른 의미가 있다. 국민의힘은 개혁신당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부의 책임 문제를 강조하며 차별화를 시도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보수 진영 내부의 영향력 재편 과정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경쟁의 대상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현재 진행되는 공방은 과거 사건을 둘러싼 논쟁처럼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미래를 둘러싼 경쟁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계엄 이후의 책임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누가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향후 보수 진영을 대표할 정치적 리더십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가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가 "개혁신당에 포문을 열지 말라"고 한 발언 역시 단순한 반박을 넘어, 개혁신당을 국민의힘 내부 갈등과 분리된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논쟁의 본질은 특정 발언의 진위를 가리는 데 있지 않다. 계엄 이후 보수 정치가 어떤 방식으로 과거를 정리하고 어떤 가치와 리더십을 앞세워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 갈 것인지가 이번 공방의 더 큰 의미라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