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청문회가 던진 질문… 국회는 왜 '감독'이 아니라 '시스템'

증인으로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정해성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등 감독 선임 과정의 핵심 관계자들이 대거 채택됐다.
참고인 명단에는 박지성 국제축구연맹(FIFA) 분과위원회 위원과 이영표·박주호 해설위원,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손흥민과 황희찬 선수까지 포함됐다.
이번 청문회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부진과 감독 선임 논란의 책임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 그리고 이번 청문회의 핵심은 성적이 아니다.
국회가 확인하려는 것은 대한축구협회의 의사결정 구조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가, 다시 말해 한국 축구를 운영하는 시스템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추고 있었는가에 있다.
이번 청문회가 단순한 스포츠 현안이 아니라 체육 행정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평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가 된 것은 감독 개인보다 감독을 뽑는 방식
축구대표팀 감독은 경기 결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은 결과와 별개의 문제다. 국회가 이번 청문회에서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려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논란은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시작됐다. 감독 선임을 담당하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역할이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후후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관계자가 후보 추천과 면접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중요한 것은 누가 감독이 됐느냐가 아니다.
감독 선임이라는 중대한 의사결정이 협회 규정에 따라 이뤄졌는지, 여러 전문가의 검증과 논의를 거쳤는지 특정 개인의 판단이 절차를 대신한 것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이 이번 청문회의 본질이다.
조직은 한 번의 잘못된 결정으로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절차가 반복적으로 무력화되면 의사결정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진다.
국회가 감독 선임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는 이유도 단순히 과거를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국민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하지만 국회가 청문회를 여는 직접적인 이유는 성적 부진만이 아니다.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은 선수와 감독, 전술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반면 협회의 운영 방식은 조직이 직접 책임져야 하는 영역이다.
경기에서 질 수는 있지만, 감독 선임과 행정 운영이 불투명했다는 의혹까지 반복된다면 문제는 단순한 스포츠 성적을 넘어 공공성을 가진 체육단체의 운영으로 확대된다.
대한축구협회는 민간 단체이지만 국가대표 운영과 국제대회 참가, 정부 예산과 공공 지원 등에서 높은 공적 성격을 가진 조직이다.
따라서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월드컵 성적에 대한 사과만이 아니라 국가대표 운영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결국 월드컵 탈락은 청문회의 계기가 됐을 뿐이다. 국회가 진짜 확인하려는 것은 왜 그런 결과가 반복됐는지, 그 배경에 조직 운영의 구조적 문제가 있었는지이다.
축구협회 청문회는 한국 스포츠 거버넌스를 시험하는 무대
이번 청문회의 결과는 대한축구협회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스포츠계에서는 경기력보다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의 투명성이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도자 선임과 예산 집행, 협회 운영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국제 스포츠계 역시 경기 성과뿐 아니라 거버넌스 수준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번 청문회가 주목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특정 인물의 책임 공방이 아니라 한국 축구를 움직이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이다.
그래서 이번 청문회는 홍명보 전 감독이나 정몽규 회장 개인만을 향한 자리가 아니다. 한국 축구가 사람 중심의 운영에서 제도 중심의 운영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는가를 묻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