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봉하서 “노무현의 꿈 완수”…개혁·균형발전 재천명
“노무현의 꿈, 개혁으로 완수”…이재명 대통령, 봉하서 ‘국민주권·균형발전’ 재천명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5월은 고요했지만,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에서 “못다 이룬 꿈을 국민주권정부가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개혁과 균형발전, 평화공존의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당신이 없는, 그러나 당신으로 가득한 ‘노무현의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며 반칙과 특권을 걷어내는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강조했던 권력기관 개혁, 지방분권, 참여민주주의의 연장선에 놓인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2003~2008년 재임 기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며 수도권 집중 완화를 시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수도권 인구 비중은 약 48%였으나, 2020년대 들어 50%를 넘어섰다. 국가균형발전이 여전히 진행형 과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이 “어디 하나 소외되는 곳 없는 대한민국”을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남북 관계에 대한 언급도 주목된다. 그는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을 상기시키며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당시 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이정표로 평가됐지만, 이후 국제정세 변화와 북핵 문제로 교착을 겪어왔다. 향후 대북정책은 한미 공조, 국제 제재 체계, 동북아 안보 구도와 맞물려 복합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발언을 ‘계승’의 메시지이자 ‘정치적 시험대’로 본다. 개혁은 이해관계 충돌을 수반한다. 역대 정부에서도 검찰·권력기관 개편이나 부동산·재벌 구조 개혁은 사회적 갈등을 동반했다.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OECD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을 보여왔으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 형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왔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균형발전과 구조개혁은 산업 생태계 재편, 지역 인프라 투자, 재정 운용 전략과 직결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GRDP 격차, 청년 인구 유출, 지역 소멸 위험지수 등은 이미 정책적 대응을 요구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개혁의 성패는 속도보다 지속 가능성과 제도 설계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와 유족,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의 유일한 척도는 국민 삶의 개선”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치적 수사이자 동시에 향후 국정운영의 기준을 스스로 설정한 발언으로 읽힌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한국 정치에서 상징성을 갖는다. 그러나 상징은 정책으로 입증될 때 비로소 역사적 의미를 얻는다. ‘국민주권’, ‘개혁’, ‘균형발전’, ‘평화공존’이라는 네 개의 키워드는 선언을 넘어 구체적 제도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국내 정치 지형은 물론 동북아 정세와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