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율 38.5% 역대 최저…도서관은 왜 더 붐비나
독서율 38.5% 최저인데 도서관은 붐빈다
‘읽지 않는 사회’인가, ‘다르게 읽는 시대’인가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는 충격적인 수치를 내놓았다. 지난해 성인의 종합 독서율은 38.5%. 2013년 72.2%에서 10여 년 만에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평균 독서량 역시 2.4권에 불과하다 .
그런데 이상한 장면이 펼쳐진다. 서울 도심의 도서관은 주말이면 빈자리를 찾기 어렵고, 평일 낮에도 열람실은 가득 찬다. SNS에는 ‘도서관 투어’ 인증 사진이 넘친다. 공공도서관 연간 방문자 수는 2억242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8% 증가했다 .

독서율은 추락하는데 도서관은 붐빈다.
이 모순은 무엇을 말하는가.
1. 통계가 말하는 ‘하강 곡선’과 ‘틈새 반등’
우선 수치를 들여다보자.
2025년 조사에서 20대의 독서율은 75.3%로 유일하게 상승했다 . 전자책 독서율은 59.4%로 종이책을 크게 웃돌았다 . 이른바 ‘텍스트힙(Text-Hip)’ 문화—도서전 방문, 필사, 독서 인증—가 통계에 반영된 결과다.
반면 50대 독서율은 26.9%, 60대 이상은 14.4%로 크게 하락했다 . 소득 격차에 따른 독서율 차이도 확대됐다 . 독서는 더 이상 ‘전 세대 공통 문화’가 아니다.
여기에 어린이 독서 역시 부모 세대의 독서 습관과 밀접하게 연동된다. 부모가 책을 읽을수록 아이의 독서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는 세대 간 문화 단절 가능성을 시사한다 .
즉, 독서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편중’되고 있다.

2. 붐비는 도서관, 달라진 기능
도서관의 풍경은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최근 특색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는 ‘도서관 투어’가 유행하고, 저비용 여가 공간으로 각광받으며 젊은 층 방문이 급증했다 .
그러나 일각에선 지적한다. 방문객 증가가 독서 증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노트북 사용 소음 민원, 장시간 좌석 점유 문제는 도서관이 ‘독서 공간’에서 ‘체류 공간’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
반면 경기 용인시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시민 독서율 54.2%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고, 수지도서관은 3년 연속 대출 1위를 기록했다 . 30년간 1곳이던 도서관을 21곳으로 확충한 정책적 투자도 배경이다 .
이는 ‘공간 인프라’가 독서 문화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3. 구조적 원인 세 가지
① 시간의 파편화
성인들이 독서를 못 하는 이유 1위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 노동 강도와 디지털 소비가 독서 시간을 잠식한다.
② 독서의 외주화
어린이 독서가 학원 중심으로 이동하며 ‘자발성’이 약화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③ AI 시대의 인식 변화
생성형 AI가 요약과 정보 탐색을 대체하면서 ‘읽는 노동’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 지식을 빠르게 소비하는 문화 속에서 깊이 읽기의 효용이 흔들린다.

4. 세계적 흐름과 사회적 파장
영국에서도 성인 독서율 하락과 부모의 낭독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다 .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독서율 하락은 단순한 문화 문제가 아니다.
개인 차원: 사고력·집중력 저하 우려
사회 차원: 공론장의 깊이 약화
국가 차원: 지식 생산 기반 약화
세계 차원: 정보 양극화 심화
AI 시대에 ‘읽는 능력’은 비판적 사고의 토대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는 정보를 소비하지만, 해석하지 못하는 사회가 될 위험이 있다.
5.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도서관은 붐비고, 독서율은 떨어진다.
이 모순은 위기이면서 기회다.
공간은 살아났지만, 내용은 위축됐다.
이제 과제는 분명하다.
학교 ‘한 학기 한 책 읽기’ 정례화 확대
지역 도서관의 북클럽 활성화
부모 세대 독서 참여 유도 정책
전자책·오디오북과 종이책의 균형 전략
‘록키박’처럼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지금은 버틸 시점이 아니다.
그리고 ‘따뜻한꼰대’의 시선으로 말하자면, 읽기는 결국 습관이 아니라 관계다.
도서관이 다시 ‘생각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 답은 통계가 아니라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