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7-24 07:54 (금) 07.24 (금)
NEWS-G
전쟁터에서 검증된 우크라이나 드론, 미국으로 간다…미군 조달 …

전쟁터에서 검증된 우크라이나 드론, 미국으로 간다…미군 조달 체계 흔드는 ‘저가 무인전력’

072209.png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러시아와 4년 넘게 전쟁을 치르며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드론 실전 경험을 축적한 우크라이나가 자국산 무인기를 미국에 공식 수출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 국방부가 추진하는 ‘드론 지배력’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국 드론 제조업체 6곳에 수출을 허가했다.

업체별 허가 물량은 약 100대로 전체 수출 규모는 600대 안팎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들 기체를 실제 전장을 모사한 환경에서 시험한 뒤 미군이 운용할 차세대 전술 드론 후보를 가려낼 계획이다.

이번 수출을 우크라이나 드론의 미군 무기 체계 ‘정식 편입’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수출 승인은 경쟁을 참가할 길을 열어준 것이며 미군 제식 장비 채택과 대규모 조달은 별도의 평가와 계약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은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방산 관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무기를 주고 우크라이나가 이를 사용하는 관계였다면 이제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발전시킨 드론 기술과 장비를 미국이 도입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값비싼 미군 드론에 도전한 ‘전장의 소모품’

미국방부의 드론 지배력 프로그램은 미군이 대량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저가 전술 무인기를 신속하게 확보하려는 사업이다.

미 국방부는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참가 업체의 기체를 연속 시험하고 성능이 확인된 제품을 빠르게 생산·배치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형 드론이 전차와 포병, 병력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현실이 미국의 조달 전략을 바꾼 배경이다.

미 국방부는 2025년 공개한 드론 정책에서 소형 무인기를 한 세대에 한 번 등장할 정도로 중요한 전장혁신으로 규정했다.

미국의 경쟁국들이 해마다 수백만 대의 저가 드론을 생산하는 동안 미군은 복잡한 규제와 장기간의 시험·인증 절차 때문에 일선 부대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전통적인 미국 방산 체계는 소수의 고성능 무기를 장기간 개발하는 방식에 익숙하다. 대형 무인기는 정밀한 감시장비와 위성통신, 첨단 센서를 탑재하지만, 가격이 높고 생산 속도가 느리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발전시킨 FPV 자폭 드론은 비교적 저렴한 상용 부품을 사용하고 짧은 개발 주기를 거쳐 지속해서 개량된다.

전장에서는 완벽한 기체 한 대보다 손실을 감수하며 반복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수천 대의 드론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파방해 방식이 바뀌면 수 주나 수개월 안에 통신 주파수와 항법장치, 소프트웨어를 수정해 새로운 기체를 투입해 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업체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개별 기체의 성능뿐 아니라 이러한 빠른 개발·생산 체계에 있다.

미국 경쟁에서 1위 오른 우크라이나 기술

우크라이나 드론의 경쟁력은 미국방부의 첫 평가에서도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스카이폴이 생산하고 영국 스카이커터가 미국 경쟁에 출품한 ‘슈라이크 10 파이버’는 드론 지배력 프로그램의 첫 번째 시험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기체는 무선 전파 대신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조종 신호와 영상을 전달하는 FPV 드론이다. 광섬유 드론은 비행 중 케이블을 풀어가며 조종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전파방해 장비로 통신을 끊기 어렵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자전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면서 위성항법과 무선통신이 차단되는 사례가 늘자, 전파를 사용하지 않는 광섬유 방식이 전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슈라이크 10 파이버는 미국 조지아주 포트베닝에서 진행된 평가에서 20여 개 참가 업체의 기체와 경쟁했다. 미군 장병과 시험 관계자들은 실제 전투와 유사한 조건에서 비행 안정성, 표적 타격 능력, 운용 편의성 등을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결과는 미국 방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세계 최대 군사비를 사용하는 미국이 자국 기업보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발전한 소형 드론 기술을 더 높게 평가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첨단 센서와 항공 플랫폼에서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저가 드론의 대량 생산과 전자전 대응, 신속한 개량에서는 실전을 매일 경험하는 우크라이나 업체가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첫 시험 우승이 곧바로 최종 구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 국방부는 후속 단계에서 가격과 대량생산 능력, 미국산 부품 사용 비율, 공급망 안정성 등을 추가로 검증할 가능성이 크다.

전장에서 뛰어난 기체라도 미군의 보안·통신 체계와 연동되지 않거나 미국 내에서 충분한 물량을 생산하지 못하면 대규모 조달로 이어지기 어렵다.

072210.png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무기를 받던 나라에서 기술을 파는 나라로

우크라이나의 드론 수출은 전쟁으로 급성장한 방위산업을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전환하려는 전략과도 연결된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 외국에서 무기와 부품을 공급받는 데 의존했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자체 드론 생산 기반을 빠르게 확대했다.

전장의 요구가 곧바로 제조업체에 전달되고, 새로 개발된 기체가 즉시 실전에 투입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동안 국내군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무기 수출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전쟁 중 생산한 드론이 해외로 빠져나가 자국군의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번 미국 수출도 전면적인 수출 자유화가 아니라 정부가 지정한 업체와 물량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형태다.

우크라이나는 동시에 우방국과 ‘드론 딜’이라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완제품을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에 생산라인을 설치하며 공동 연구개발과 현지 생산, 기술 이전, 장기 자금 지원을 하나의 협정으로 묶는 방식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드론 딜에 최소 10건의 무기 수출 계약과 국내외 공동 생산라인, 신기술 공동개발, 다년간의 자금 지원 구조가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덴마크와 에스토니아, 네덜란드 등과 관련 협정을 체결했으며 유럽연합과도 우크라이나의 전장 경험과 유럽의 생산능력을 결합하는 드론 협력에 합의했다.

미국과의 협력이 확대되면 우크라이나 업체가 설계를 제공하고 미국 기업이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운용한 마구라 계열 해상드론도 미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기업은 오리건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연간 수백 대에서 수천 대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미국으로서도 정치적·산업적 장점이 있다. 완제품을 계속 수입하기보다 우크라이나 기술을 미국 생산시설로 이전하면 공급망을 통제할 수 있고, 미국 내 일자리와 생산 기반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기술이 넘어야 할 ‘미국산 장벽’

우크라이나 드론이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실전 성능 외에도 여러 장벽을 넘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부품 공급망이다. 우크라이나의 저가 드론 상당수는 중국산 모터와 배터리, 카메라, 비행제어장치 등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산 드론과 핵심 부품이 군 통신망과 안보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사용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 연방통신위원회는 최근 군사용 기능을 갖춘 일부 외국산 드론의 수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연방정부의 직접 구매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고, 비중국산 드론과 부품에 대한 한시적 예외도 유지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업체가 미군 계약을 따내려면 중국산 부품을 미국이나 동맹국 제품으로 교체하고 사이버보안과 데이터 보호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부품을 바꾸면 가격이 상승하고 비행 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우크라이나 드론의 강점인 저비용 구조를 약화할 수 있다.

대량생산 능력도 검증 대상이다. 우크라이나 업체들은 전시 상황에서 빠르게 생산량을 늘렸지만, 제조 품질과 규격이 업체마다 다르고 설계 변경도 잦다.

미군이 수만 대를 동일 규격으로 구매하려면 생산 공정을 표준화하고 정비와 부품 공급, 조종사 교육까지 체계화해야 한다.

또 전쟁터에서 성공한 드론이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효과를 낸다는 보장은 없다. 우크라이나 전선은 참호와 포병, 전자전 장비가 밀집한 지상전 중심의 환경이다.

태평양에서는 비행거리와 해상 통신, 염분과 기상 조건, 함정과의 연동 능력이 더 중요하다. 미군이 우크라이나 드론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다 전장 경험과 설계를 미국의 작전 환경에 맞게 바꾸려는 이유다.

미국이 사려는 것은 드론이 아니라 ‘전쟁의 학습 속도’

이번 수출의 의미는 우크라이나산 드론 수백 대가 미국으로 이동한다는 데만 있지 않다. 미국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구축한 개발 방식이다.

러시아가 새로운 전파방해 장비를 투입하면 우크라이나 업체는 통신 방식과 소프트웨어를 수정하고, 러시아가 드론 방어망을 강화하면 새로운 비행경로와 타격 방식을 만들어 낸다.

무기가 개발되고 시험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전에 투입된 뒤 다시 개선되는 순환이 매우 빠르다. 미국의 기존 방산 조달은 요구 성능을 정하고 개발·시험·승인 과정을 거쳐 배치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소형 드론은 수개월 만에 기술이 바뀌고, 한때 효과적이었던 기체도 새로운 전파방해 장비가 등장하면 빠르게 무력화된다.

완벽한 드론을 장기간 개발하는 방식보다 지속해서 개량할 수 있는 생산 생태계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통해 무인기가 더 이상 공군 전력을 보조하는 장비가 아니라, 정찰과 포병 유도, 직접 타격, 보급, 해상 공격을 동시에 수행하는 전장의 핵심 소모품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미국은 이제 이 경험을 자국의 군사 체계에 이식하려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드론의 미국 수출은 아직 최종적인 미군 채택을 의미하지 않는다.

600대 안팎의 기체는 시험과 경쟁을 위한 첫 물량이며, 실제 조달 규모는 후속 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무기를 지원받던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전장 기술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변화는 분명하다.

미국은 자본과 생산시설을 제공하고, 우크라이나는 실전 데이터와 빠른 개발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방산 분업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수출하는 것은 드론 기체만이 아니다. 매일 변화하는 전장에서 무기를 만들고 실패한 기체를 즉시 고치며 수개월이 아닌 수일과 수주 단위로 전술을 발전시킨 전쟁의 학습 속도다.

💡 이 기사를 15초 이상 읽으면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  포인트 이벤트 1회
🎉
+1P 적립 완료!
읽기 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권기환 기자
fiowes@hanmail.net
다른기사 보기

0개의 댓글
로그인하면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0 / 400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법률에 의해 제재될 수 있습니다.
⊙ BEST댓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