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새 13명 사망”…한화 대전 폭발이 남긴 구조적 질문
반복된 폭발, 방산 안전의 경고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또다시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2026년 6월 1일 오전 10시 59분경 세척공정이 이뤄지던 56동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 작업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로켓과 미사일 고체추진제를 생산하는 국가보안시설에서 발생한 참사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컸다. 해당 사업장은 K9 자주포 장약과 다연장로켓 ‘천무’ 탑재 미사일의 고체연료 등을 생산하는 방산 핵심 거점이다.

이번 사고는 생산 공정이 아닌 ‘공구 세척’ 단계에서 발생했다. 회사 측은 화약이 물에 닿으면 위험성이 낮아진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5명의 생명을 앗아간 폭발은 ‘저위험 공정’으로 분류된 영역이 실제로는 충분한 통제 아래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사업장에서 2018년 5명, 2019년 3명이 숨진 사고가 이미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까지 8년 사이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즉각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전담 수사팀이 꾸려졌고 중앙·지역 산업재해수습본부도 가동됐다. 정부는 “엄정한 원인 규명”을 강조하고 있으며, 경찰과 소방 당국 역시 합동 감식에 나섰다. 기업 측은 유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하며 특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반복된 사고, 무엇이 달라지지 않았나
2018년 사고 이후 특별근로감독에서는 수백 건의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된 바 있다. 이후 일부 고위험 공정은 자동화됐다고 하지만, 이번 사고가 난 세척공정은 자동화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안전 투자가 공정별 위험도 평가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방산업체의 고체추진제 공정은 특성상 폭발 위험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해외 주요 방산 기업들은 추진제 취급 공정에서 ‘격리·원격·자동화’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미국 화학안전위원회(CSB) 자료에 따르면, 위험물질 세척·잔류물 제거 단계에서 발생한 산업 폭발 사고 비율은 전체 공정 사고의 약 15~20%에 달한다. 고위험 공정뿐 아니라 보조 공정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사고는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사고 역시 ‘위험의 일상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장기간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공정은 상대적으로 경계심이 낮아지기 쉽다. 특히 국가보안시설이라는 특성상 외부 감시와 정보 공개가 제한되는 구조는 투명성 확보 측면에서 과제를 남긴다.

사회적 반응과 책임의 범위
노동계는 반복 사고에 대한 전면적 진상 공개와 안전관리 체계 재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사회 역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고 직후 수십 건의 폭발 신고가 접수됐고, 연기가 도심에서도 관측됐다는 주민 증언이 이어졌다. 한편 방산 수출 확대 국면에서 생산 차질 우려도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안전 확보 없이는 지속 가능한 산업 경쟁력도 없다”고 지적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방산 분야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라는 점도 주목된다. 법의 실효성은 엄정한 수사와 책임 규명, 그리고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때 확보된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 책임을 귀속시키기보다, 시스템 전반의 관리 체계가 작동했는지 여부를 냉정히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제
첫째, 세척·잔류 화약 처리 등 보조 공정까지 포함한 전면적 위험성 재평가가 필요하다.
둘째, 고체추진제 취급 공정 전반의 자동화 및 원격화 확대를 의무화해야 한다.
셋째, 국가보안시설이라 하더라도 안전관리 항목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기관의 정기 점검과 결과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넷째, 작업자 교육과 위험 인지 훈련을 정례화해 ‘저위험’이라는 인식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
방산 산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산업이다. 동시에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산업 현장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기본 조건이다. 이번 사고가 단발성 사건으로 마무리될지, 구조 개선의 전환점이 될지는 향후 조사 결과와 제도 개선 의지에 달려 있다.